평소 노란색과 분홍색을 좋아하는 아이다. 오늘은 그중 분홍색을 골라 분홍 원피스에 분홍 자켓에 분홍 신발을 신고 등원을 했다. 분홍 신발을 신을 때 “메이야, 신발이 작아졌지? 발 아프지 않아?” 라고 물으니, “신발이 작아진게 아니라, 발이 커진 거야. 안 아파.” 라고 대답한다. 작아진 신발을 기어코 신고 가려는 아이의 임기응변 이었을 것인데, 순간 아이의 말이 너무너무 귀여워서 웃음이 났다.
집에 돌아와 아이의 말을 곱씹어 보니, ‘맞다. 신발은 항상 언제나 그대로다. 커지는 건 내 발이지 신발이 작아지는 것이 아니다.’ 그러면서 틀에 갇혀있고 판에 박혀있는 나의 생각들이 부끄러워졌다. 새삼스레 고작 4살인 아이에게도 이렇게나 배울 것이 많다는 것 또한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신발이 작아지는 것만 알려주는 엄마인가?’ 아이의 세상을 넓혀주고 싶다 하면서, 내 세상에 선을 그어놓고 그 것이 세상의 전부인냥 가르치는 것은 아닐까 겁이 났다. 어떻게 하면 이 생각의 틀을 깨뜨릴 수 있을까? 이미 이렇게 만들어진 내 생각을 변화 시킬 수 있을까? 그리고 나는 변화 될 준비는 되어 있는가? 엄마로서 그리고 나 자신으로서의 반성과 참회의 시간을 자연스럽게 가지게 되었다.
무릇 나뿐만이 아니라,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라면 이런 생각과 고민을 한번쯤은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럴 때마다 ‘나는 부족한 엄마인가?’ 라는 생각보다 ‘그래 네 말이 맞아’ 라고 말할 수 있는 유연함이 필요한 것 같다. 완벽한 부모는 없으니까.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 ‘되고 싶은 엄마’ 와 ‘현실의 엄마’ 사이에서 부단히 노력하는 중이니까.
조금 부족하면 어때, 조금 모자라면 어때, 아이의 생각을 존중하고 아이의 생각에 맞장구 쳐줄 수 있는 유연함 이면 될 것 같다. 그리고 앞으로는 “옷이 작아졌다, 신발이 작아졌다” 라는 말 대신 ‘메이가 이렇게나 컸다, 잘 크고있다. 고맙다.” 라고, 폭풍 칭찬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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