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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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심장 소리를 들으러 가는 날이었다. 그 날 아침 첫째아이에게는 너의 심장 소리였다고, 동생도 이렇게 건강하게 뛰고 있을 거니까, 엄마가 잘 듣고, 영상으로 담아오겠 노라고 약속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병원에 도착했고, 초음파실로 들어갔다. 아이의 모습이 보였고, 심장 소리를 잡으려고 여기저기 한참을 살피는 선생님의 노력에 내가 먼저 “혹시 아이 심장이 뛰지 않나요?” 라고 물었다. 설명을 듣기 위해 옷을 추스르고 진료실로 덤덤하게 들어갔다. 계류유산이란다. 마스크 넘어 의사선생님의 목소리가, 여느 드라마에 나오는 슬로우모션처럼 내 귀에 한 글자 한 글자 들어오기 시작했고, 나의 머리와 나의 가슴은 말릴 틈도 없이 눈물로 뒤 덥혀 엉망진창이 되고 있었다.

 

‘내가 슬퍼서 눈물이 난다.’ 와는 차원이 다르다. 그냥 심장이 내려앉는 듯한 고통에 하염없이 눈물만 나올 뿐이었다. 삼일 뒤로 소파 수술날짜를 잡고, 수술 전 몇가지 검사를 한 뒤, 매여오는 가슴을 부여잡으며 집으로 돌아왔다.

 

소파수술날이 되었다. 이미 모든 눈물을 쏟았던 탓인지, 당일은 오히려 덤덤하게 수술에 임할 수 있었다. 내가 첫 수술 환자였고, 이후로 세명이 더 있었다. 아무래도 나는 첫째가 있고, 아이에게 마냥 슬픈 엄마로 있을 수가 없기에 극복이 빨랐지만, 대부분이 첫째를 보내줘야 하는 엄마들이라, 힘겹게 울먹이거나 서럽게 울부짖기도 했다. 왜 아니겠는가, 누가 감히 그 슬픔을 가늠할 수 있겠는가?

 

이번 일을 겪고, 유산도 출산처럼 조리를 잘 해줘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3주간 몸도 마음도 잘 추슬렀더니, 드디어 글을 써 내려갈 정신이 생겼다. 비록 좋은 소식은 아니지만, 의사선생님 말처럼 임산부의 15%가 겪는 흔한 일이라고 했기에, 어느 순간 어떤 곳에서 나와 같은 일에 속상하고 힘들어 하는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었다.

 

앞 서 쓴 칼럼에도 있듯이, 삼신할매는 일을 제대로 못하는 것 같다. 너무 짓궂고 얄미우며 엄마아빠 속을 들었다 놨다 밀당까지 해댄다. 내 생각엔 염라대왕이 인사이동을 한번 해야하지 않나 싶기도 하다. 우리 이렇게라도 마음을 가볍게 비워내 보는게 어떨까?

 

‘아가야, 하늘나라에서 더 신나게 놀고 와, 언제든 기다릴게! 더 건강히 더 행복하게 찾아와줘’

아이를 소망하는 모든 엄마 아빠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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