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코로나로 미뤄왔던 아이의 간헐적 외사시 검진을, 더 이상 미루기 힘들어 조심히 다녀왔다. 지난번에 갔을 때 했던 망막 검사 결과를 들으러 간 것 이었는데, 다행히 망막과 시력엔 이상이 없으나, 간헐적 외사시가 더 이상 자연치유가 힘드므로 수술을 받자 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처음 간헐적 외사시 판정으로 소견서를 받았을 때, 수술 아니면 치유가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만큼 각오도 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술이라는 이 단어가 주는 중압감은 엄마인 나를 더욱 더 무겁게 했다.
내 아이는 18개월에 눈 밑 혈관종으로 전신마취 수술을 한번 한 적이 있다. 그때도 그 작은 아이 손등에 링거 주사를 꽂는 것, 수술 후 축 늘어진 아이를 보았던 것, 눈 전체에 붕대가 감아져 있었던 것, 아이의 울음소리, 등등 마음이 너무 아팠었는데, 이번엔 그 수술보다 훨씬 고통스러워 한다는 수술을 해야만 한다니, 이 모든 것을 견뎌야 할 아이가 너무 안스럽고 미안해서 아이 몰래 소리없이 눈물만 흘려댔다.
내가 아이를 빨리 낳아서 이렇게 아이가 힘든가? 갑작스레 양수가 터져 조산했고, 미숙아로 나온 아이였지만 인큐베이터 생활 한번 없이 건강하게 자라준 아이였는데, 아이가 한번씩 큰 병원을 가게 될 때마다 엄마로서의 죄책감이 밀려와 나를 더 힘들게 한다.
내 탓이 아니라고, 내가 원했던 조산이 아니었다고 애써 내 죄책감을 덜어내지만, 엄마가 되는 순간부터 아이에게 미안한 것들이 왜 이렇게 많아지는 것인지, 미안함 보다는 감사함으로 살자고 늘 나를 달래고 어르지만 이렇게 아이의 수술 앞에서는 한없이 무너지는게 엄마인 것 같다.
수술이 다가오면 아이와 나는 힘을 내서, 그 시간과 고통들을 고스란히 겪으며 이겨낼 것이라는 것을 안다. 나를 바라보는 아이가 용기와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 지금 아이 뒤에서 이렇게 눈물을 흘리고 걱정을 하고 가슴을 부여잡고 있지만, 아이 앞에서는 한없이 기댈 수 있는 엄마가 되어 줄 것이다. 마음껏 내 마음 안에서 뛰어 놀고 기대고 숨 쉴 수 있게, 언제든 기꺼이 내 모든 것을 내어줄 것이다.
아가야, 아플 거 지금 다 아프자, 지금 다 아파버리고, 꽃길만 걷자. 힘내자! 내 딸! 내 사랑! 그리고 나!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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