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활황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정작 다수의 개인 투자자들은 여전히 손실 상태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에서는 ‘불장’이라는 표현이 나오고 있으나 실제 투자 성적표는 양극화되고 있다. NH투자증권이 개인 투자자의 계좌를 분석한 결과, 주식 잔고를 가진 투자자 가운데 절반이 넘는 인원이 평균 931만 원의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절반 이상 손실, 평균 931만 원 마이너스
지난 10월 말 기준으로 NH투자증권의 국내 주식 잔고 보유 고객은 약 240만 명에 달했다. 이 가운데 손실이 발생한 투자자는 131만 명을 넘어 전체의 54.6%를 차지했다. 총 손실 금액은 12조 2천억 원을 상회했으며, 이를 1인당 평균으로 환산하면 약 931만 원의 손실이다.
손실 규모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10만 원 이상 100만 원 미만 손실을 기록한 투자자가 약 34만 9천 명으로 가장 많았다. 10만 원 미만 손실자는 약 31만 명, 300만 원 이상 1천만 원 이하 손실자는 약 21만 명으로 뒤를 이었다. 100만 원 이상 300만 원 미만 손실자는 약 20만 5천 명, 1천만 원 이상 3천만 원 미만 손실자는 약 13만 9천 명으로 나타났다. 그중에서도 손실 금액이 5천만 원을 넘은 투자자는 5만 명이 넘었다.
이처럼 손실 구간에 머물러 있는 투자자가 과반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최근의 코스피 상승세가 모든 개인에게 이익을 안겨준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지수가 상승하더라도 매수 시점과 보유 종목 구성에 따라 체감 수익률은 전혀 다를 수 있다. 특히 2023년 이후 가파르게 상승한 일부 테마주에 뒤늦게 진입한 개인 투자자들이 높은 평균 단가를 형성한 채 손실을 견디고 있는 상황이 드러난다.
40대와 50대 손실률 60%, 중장년층의 성적표가 가장 부진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손실률이 가장 높은 구간은 40대와 50대였다. 50대 투자자의 60.1%, 40대 투자자의 59.7%가 손실 상태였다. 두 연령층 모두 10명 중 6명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는 의미다. 반면 미성년자 투자자는 손실 비율이 33.9%로 가장 낮았고, 20대는 44.3%, 30대는 52.1% 수준이었다.
연령이 높을수록 손실 규모도 커졌다. 60대 이상 투자자의 평균 손실액은 1,369만 원으로 가장 컸고, 50대는 1,257만 원, 40대는 929만 원이었다. 30대는 479만 원, 20대는 215만 원, 미성년자는 153만 원으로 나타났다. 고령층의 손실 규모가 큰 이유는 상대적으로 투자금액이 크고, 장기보유 성향이 강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투자금 규모별로 봐도 손실 비율은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총 매입금액이 3억 원 이상인 투자자의 손실 비율은 62.0%로 가장 높았다. 1억 원 이상 3억 원 미만 투자자 역시 손실 비율이 57.9%에 달했다. 소액 투자자라 하더라도 손실 비율이 절반을 넘는 경우가 많았다. 코스피 지수가 4,200선을 돌파한 시점에도 이러한 수치는 개인투자자의 실제 체감 수익률과 지수 상승 간 괴리가 얼마나 큰지를 보여준다.
손실 종목 1위 포스코홀딩스, 2위 카카오
손실을 기록한 투자자들의 보유 종목을 분석한 결과, 가장 많은 손실을 초래한 종목은 포스코홀딩스였다. 손실금액 비중은 전체 손실금의 2.7%를 차지했다. 그다음은 카카오가 2.2%, 금양과 에코프로비엠이 각각 1.7%, 에코프로가 1.3%로 뒤를 이었다. 셀트리온과 SK바이오사이언스, 신라젠, 엔켐 등도 손실 비중이 높았다.
특히 카카오의 경우 15만 명이 넘는 투자자가 보유하고 있었다. 전체 손실 계좌 중 약 8.5%가 카카오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카카오 주가는 2021년 16만 원대를 기록했으나 현재는 6만 원대에 머물러 있다. 주가가 고점을 찍을 당시 매수한 개인들이 여전히 보유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손실 종목 상위권에는 2차전지 관련주도 다수 포함돼 있다.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 엔켐 등이 그 예다. 2023년 이후 급등했던 이들 종목은 과열 이후 가격이 조정되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손실을 키운 것으로 분석된다. 투자자들은 여전히 원금 회복을 기다리며 해당 종목을 장기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률 상위는 반도체와 ETF, 상승장은 일부 종목이 이끌었다
반대로 수익을 거둔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보유한 종목은 삼성전자였다. 삼성전자 보유 수익 고객은 41만 명을 넘어 전체 수익금의 19.5%를 차지했다. 삼성전자 우선주 보유 고객도 10만 명이 넘었다. SK하이닉스 역시 수익금 비중이 9.0%, 보유 고객이 9만 2천 명으로 확인됐다.
이외에도 두산에너빌리티,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LG씨엔에스, 미국 S&P500 지수를 추종하는 TIGER 미국S&P500 ETF 등이 수익 상위 종목으로 꼽혔다. 이러한 결과는 반도체와 조선, 에너지, 해외지수 ETF 등 소수 업종이 지수 상승을 주도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즉, 코스피의 급등은 시장 전체가 아닌 일부 대형주와 특정 테마 중심의 상승으로 설명된다.
올해 매도 기준으로도 3명 중 1명은 손실 확정
올해 실제로 주식을 매도해 손익이 확정된 투자자들을 따로 분석했을 때도 손실 비율은 적지 않았다. 1월 1일부터 10월 30일까지 NH투자증권에서 주식을 매도한 개인 고객은 약 171만 명이었다. 이 가운데 49만 명(28.6%)이 손실을 확정했고, 122만 명(71.4%)이 수익을 냈다.
손실 고객의 총 손실액은 3조 원이 넘었으며, 1인당 평균 손실액은 약 613만 원이었다. 반면 수익 고객의 총수익은 5조 9천억 원, 1인당 평균 수익액은 483만 원으로 나타났다. 금액별로 보면 손실액이 10만 원 이상 100만 원 미만인 투자자가 14만 6천 명으로 가장 많았고, 100만 원 이상 500만 원 미만 손실자는 12만 명 수준이었다. 3천만 원 이상 손실을 본 투자자도 2만 명을 넘었다.
반대로 수익을 낸 투자자 중 3천만 원 이상 수익을 거둔 사람은 4만 명 수준으로, 전체의 3.4%에 그쳤다. SNS에서 종종 등장하는 ‘수억 원 수익 인증’은 극히 일부 사례일 뿐이라는 점이 데이터로 확인된 셈이다.
확증편향이 낳은 착시, “불장은 일부 업종의 결과”
전문가들은 현재의 시장 상황을 확증편향의 결과로 해석한다. 주변이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수익을 거둔 사람들만 눈에 띄다 보니 마치 모두가 돈을 버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반면 손실을 본 투자자들은 심리적 이유로 자신의 성적을 드러내지 않는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주식 시장이 상승세일 때마다 비슷한 현상이 반복된다고 지적한다. 투자에 실패하면 본인이 무능하거나 시장 흐름을 읽지 못했다고 여겨 부끄러워하기 때문에 손실자들은 침묵하고, 이익을 본 사람만 적극적으로 발언한다는 것이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코스피가 4천선을 돌파했더라도 실제 체감 수익률은 종목별로 큰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와 조선, 방산, 원전 등 일부 업종이 지수 상승을 주도하고 있을 뿐, 다른 업종을 보유한 투자자 다수는 여전히 손실 상태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은 최근 미국의 전기차 보조금 축소 등으로 2차전지 산업의 전방 수요가 정체돼 있고, 이로 인해 전고점을 회복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지수가 오른다고 무조건 뒤따라 사기보다는 기업의 실적과 산업 구조를 살피고, 지수가 조정을 받을 때 분할 매수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지수 상승과 개인 수익률의 괴리, ‘불장 속 절반의 손실’
코스피는 2025년 11월 현재 4,200선을 넘어서며 국내 증시 역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 중이다. 그러나 개인 투자자의 절반 이상이 손실을 보고 있다는 사실은 시장의 양극화를 상징한다. 지수가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투자자가 이익을 본다는 믿음은 착시다.
이번 데이터는 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지수의 숫자가 아니라 포트폴리오 구성과 진입 시점, 그리고 리스크 관리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투자금이 크고 경험이 많은 중장년층일수록 오히려 손실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는 점은, 시장 상승기에 오히려 신중함이 더 요구된다는 역설적인 메시지로 읽힌다.
특히 온라인과 SNS에서 확산되는 ‘수익 인증’ 문화는 시장 전반의 인식 왜곡을 강화하고 있다. 실제로는 절반 이상의 개인이 손실 중임에도, 성공 사례만 노출되며 투자자들은 소외공포를 느끼고 뒤늦게 뛰어드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시장이 과열될수록 더욱 심화된다.
결국 지수 상승은 시장의 일부 주도주가 끌어올린 결과일 뿐이며, 개인 투자자 다수는 여전히 회복을 기다리고 있다. 이번 분석은 한국 증시가 ‘불장’이라 불릴 만큼 상승해도, 개인들의 체감 현실은 여전히 냉정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코스피 4,200 시대는 화려하지만, 그 속에는 평균 931만 원의 손실이라는 그림자가 함께 존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