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천만 건이 넘는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 이후 이용자들의 집단소송 신청이 급격히 늘고 있다. 법무법인별로 수천 명이 위임계약을 체결하며 본격적 청구 절차가 진행되는 모습이다. 다만 국내 유사 사건의 배상 수준이 대부분 1인당 10만원에 그쳤다는 점에서 실질적 구제에 대한 회의도 확산된다. 피해 규모와 배상 현실의 간극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쿠팡은 지난 6월 말부터 11월 초까지 약 5개월 동안 3천400만 건에 달하는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유출 규모는 국내 전자상거래 산업에서 드문 수준이며 고객 계정의 절반 이상이 영향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는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며 국회에서도 긴급 현안 질의가 열렸다. 사회적 파장이 커지면서 관련 분쟁 대응 체계가 빠르게 가동되는 상황이다.
법무법인 청이 가장 먼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며 움직임을 시작했다. 14명의 원고가 1인당 20만원의 위자료를 청구하며 서울중앙지법에 소장을 제출했다. 이후 청 측에 소송 의사를 밝힌 인원은 800명에 달한다. 법무법인 지향도 2천500명과 위임계약을 체결했고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에 30여 명을 대리해 조정 절차를 신청했다. 다른 법률사무소 역시 수천 명이 참여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 법무법인이 동시에 참여자를 모집하는 이례적 상황이 형성됐다.
개인정보 유출 분쟁은 대규모 피해가 발생했음에도 배상액이 소액에 머무르는 구조적 한계를 반복해왔다. 위자료 산정 시 법원은 재산상 피해의 명확성, 기업의 보호조치 이행 여부, 2차 피해 방지 노력 등 다수의 요소를 고려한다. 그 결과 피해자 체감과 상관없이 ‘10만원 상한’ 관행이 굳어졌다. 분쟁조정제도는 절차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지만 결정 효력은 참여자에 국한된다. 실제 구제 범위가 제한된다는 점에서 제도 개선 필요성이 다시 제기된다.
2014년 카드 3사에서 1억 건이 넘는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건에서도 법원은 1인당 최대 10만원만 인정했다. 2016년 인터파크, 2024년 모두투어 사건에서도 동일한 판단이 내려졌다. 심지어 2014년 KT 유출 사건에서는 아예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지 않았다. 법원이 보호조치 이행 여부 등을 근거로 기업의 책임을 제한한 결과 피해자 다수가 어떠한 배상도 받지 못했다. 이번 쿠팡 사건에서도 같은 구조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수천 명이 소송 또는 분쟁조정 절차에 참여하고 있어 법적 판단은 시간을 두고 진행될 전망이다. 배상액 산정에서도 기존 판례가 기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 대규모 보상 결정이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 다만 유출 규모가 전례 없이 크기 때문에 분쟁조정위원회와 법원의 판단 과정에서 새로운 논리가 제기될 여지는 있다. 기업의 사고 대응 과정과 보호조치의 적정성도 본격적 쟁점이 될 전망이다.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는 국내 대형 플랫폼의 정보관리 체계를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경고로 읽힌다. 집단소송 참여자가 수천 명에 달하는 상황은 소비자 신뢰가 얼마나 흔들렸는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배상 수준이 반복적으로 낮게 책정되는 현실은 피해 구제 구조의 한계를 드러낸다. 플랫폼 산업의 확장 속에서 개인정보 보호가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법·제도 전반의 보완이 불가피하다. 이번 사건이 구조 개선의 계기가 될 수 있을지가 향후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