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절기 프로젝트 등 자신만의 목소리로 음악세계 구축

기후위기가 가시화되면서 많은 이들이 자연을 아끼고 더불어 사는 것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 음악가들은 어떤 방법으로 함께 할 수 있을까? 오늘 만나 볼 아티스트가 하나의 모범사례가 될 것이다. 24절기 프로젝트를 통해 피아노 작품을 소개하고, 삶에 대한 가치관과 철학을 가지고 음악가로서의 행보를 나아가고 있는 피아니스트 이솔을 한국투데이가 만나보았다.


사진: 피아니스트 이솔
사진: 피아니스트 이솔

한국투데이(이하 한): 반갑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이솔(이하 솔): 안녕하세요. 저는 음악을 사랑하는 음악가인 피아니스트 이솔입니다.

 

한: 음악을 사랑하는 음악가라는 표현이 굉장히 인상적인데요. 무슨 뜻일까요?

솔: 제게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 생각해보면 음악이고 외에는 사실 별로 관심이 없어요. 그리고 제가 생각하는 음악에는 사랑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랑을 사랑하는 음악가라고도 할 수 있겠죠.

 

한: 굉장히 따뜻한 표현이네요. 음악가로서 첫 데뷔가 언제였는지 궁금합니다.

솔: 2017년에 리코디아홀에서 열린 <이솔 잠깐 귀국 독주회>입니다. 당시는 독일 유학 중이었는데 서른 살이 된 저에게 선물을 주고 싶었어요.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연주로 번 돈 기부하기” 였어서 전석 초대의 자유로운 후원금을 받는 독주회를 열었었고요.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서 처음으로 기획해 본 연주인데 주위에서 너무 많은 도움을 받았던 기억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도 그때만큼의 많은 관객과 많은 수익이 있었던 연주는 아직 없어요. 당연히 모두 기부했고요.

 

사진: 피아니스트 이솔
사진: 피아니스트 이솔

한: 그렇군요. ‘잠깐’ 귀국 이후 언제 ‘본격’ 귀국 하셨을까요?

솔: 본격 귀국 독주회는 2020년 12월 21일였습니다(웃음). 그 이후 다양한 활동들을 해오고 있어요. 지난 2022년 12월 18일에는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세 번째 독주회를 개최했습니다. 이번 독주회는 스크리아빈의 신비 화음에 의한 빛을 미디어 작가 이민정님과 함께 무대에서 보여 드렸어요. 미디어아트와의 협업은 많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스크리아빈의 색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건 아마 제가 처음이었을거에요.

 

한: 처음 음악인으로서의 삶을 정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솔: 삶의 방향을 바꿀 뻔한 적이 두 번 있습니다. 한 번은 17살에 인문계 고등학교에 입학했다가 피아노를 안 치고는 못 견디겠다 싶어 예고로 편입한 일이고, 다른 한 번은 신앙의 길에 빠져 피아노를 안 치고도 살 수 있겠다 싶었던 일인데요. 독일에 가면서 다시 피아노를 안 치고는 못 견디겠다로 바뀌어 오늘까지 오게 되었어요.

 

사진: 피아니스트 이솔
사진: 피아니스트 이솔

한: 자연을 굉장히 사랑하고 이를 공공연하게 말씀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있으시다구요?

솔: 일단 제 이름이 ‘솔’이잖아요(웃음). 솔에는 여러 의미가 있어요. 소나무이기도 하고, 빛과 소금을 뜻하기도 하고요. 사실 전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정말 심각해요. 많은 분들에게 이를 알리고 싶은 마음이 크구요. 그래서 SNS에 24절기마다 곡을 하나씩 소개하는 24절기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농부들을 생각하며 시작한 프로젝트예요. 내년에는 이 프로젝트를 더 많은 분들과 함께 할 계획도 가지고 있어요.

최근에는 ‘리트 프로옉트(Lied Projekt)’를 마쳤는데요. 브람스, 볼프, 슈베르트 세 작곡가의 가곡을 제 연주를 중심으로 깊이 있게 소개하는 자리였어요. 피아니스트 강자연 선생님과 블라인드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세 명의 연주자와 함께 작곡가와 음악을 청중 분들에게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피아니스트 이솔
피아니스트 이솔

한: 그렇군요. 피아니스트로 활동하면서 어려운 순간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솔: 유학 시절 손이 아팠을 때가 떠오르네요. 어느 날 자고 일어났는데 열 손가락이 다 움직이지 않았어요. 손 전문의를 찾아다니며 많이도 고생했는데, 그 덕분에 피아노 앞에 있지 않으면서 연습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음악을 많이 듣고 산책하면서 머릿속으로, 귀로 연습할 수 있게 되었어요. 나중에 오른손은 나아져서 왼손만으로 연주할 수 있는 레퍼토리도 그 때 생겨났고요. 지금도 피아노가 없는데 급하게 연습해야할 상황에 연습할 수 있는 귀중한 경험을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한: 가장 존경하는 음악인이 있을까요?

솔: 한 명으로 말하기는 어렵고요. 누가 뭐래도 자신의 길을 고수하는 것에서 다닐 트리포노프, 글렌 굴드, 자우림의 김윤아씨를 좋아하고 존경합니다. 이 분들은 숨은 것을 찾아서 빛나게 하는 능력이 있어요. 절대 뻔하지 않고, 익숙한 음악도 자신의 색깔로 새롭게 들리게 하거든요. 그 점들을 닮기 위한 저의 방법은 자꾸 까먹으려고 하는 것입니다. 좋은 것들일수록 더 까먹으려고 해요. 잊으려고 하는 건 아닌데, 그냥 자연히 까먹으려고 합니다. 좋은 말이든 무엇이든 간에 남의 것이니까요. 오로지 나에게서 내 말이 나오기를 바라며 반복적으로 연습하니 정말 잘 까먹고 있어요.

그런 점에서 내 가치관과 철학을 잘 유지하려고 해요.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삶의 가치관은 중용인데요. 모두에게 그렇겠지만 음악가로서 무대에 설 때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자신감은 있어야 하지만 오만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지요. 자신감은 시간을 들인 노력에서 오지만 그 자신감이 오만으로 가지 않기 위함 역시 끝없는 마인트컨트롤에 들인 노력에서 온다고 생각합니다. 그 둘의 균형이 맞았을 때 가장 알맞은 음악이 나오고요. 

 

한: 네, 어느덧 오늘 인터뷰의 마지막 시간이 다가오고 있는데요. 마지막으로 독자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부탁드립니다.

솔: 모든 것은 상대적이라는 것도 요즘 자주 떠올리고 있습니다. 최근에 발달장애인 피아니스트와 듀오 연주를 했는데요. 장애인은 비장애인보다 어떤 부분이 부족한 사람인데 사실 부족한 부분이 없는 사람은 없지요. 다만 그 어떤 부분이 부족하냐는 것은 모두 상대적인 것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했어요. 제가 없는 것을 가지고 있는 장애인을 보며 많이 배웠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지 않은 순수함이 가장 그랬고요, 결국에는 역시 사랑이구나라고 느꼈어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든, 가족이나 친구 혹은 연인과의 관계든, 부족함을 이해하고 사랑해주는 마음이요. 음악과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계속 활동해 나가고자 합니다. 독자 분들도 늘 사랑하며 살아가셨으면 좋겠어요.

 


자신만의 목소리를 뚜렷하게 내는 피아니스트 이솔과의 인터뷰에서 그의 음악을 들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이솔이 앞으로 더 많은 고유의 콘텐츠와 음악을 우리에게 들려주기를 기대한다.

 

 

피아니스트 이솔 프로필

예술의전당 영재아카데미 수료

충남예술고등학교 졸업

숙명여자대학교 학사 졸업

독일 바이마르 국립 음대 석사 졸업

독일 튀링엔 바하주간 페스티벌 초청연주

2020-2021 베토벤 탄생 250주년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 연주

현) 숙명여자대학교 박사과정, 충남예술고등학교 영재원 출강, 듀오 아를, 스텔리나 듀오 리더

현) 앙상블리안 소속 아티스트

관련기사

피아니스트이자 기획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하우스콘서트를 운영하며 신진 예술가들을 만납니다.
저작권자 © 한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