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000일을 이틀 앞둔 17일 오후 서울 지하철 1호선 시청역 5번출구 인근에서 출발한 체한 우크라이나인들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규탄하며 행진하고 있다. 2024.11.17 ▲출처: 연합뉴스
▲사진: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000일을 이틀 앞둔 17일 오후 서울 지하철 1호선 시청역 5번출구 인근에서 출발한 체한 우크라이나인들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규탄하며 행진하고 있다. 2024.11.17 ▲출처: 연합뉴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예상치 못한 국면을 맞이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의 통화 이후, 러시아가 점령 중인 영토를 인정하는 방향의 종전협상안이 제기되고 있다. 푸틴 대통령과 통화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크라이나가 원하던 영토 완전수복이나 나토 가입에 대해서 “그럴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만약 이러한 협상이 현실화된다면, 이는 단순한 전쟁 종식을 넘어 글로벌 안보 질서 전반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는 실질적으로 영토 일부를 상실하면서 주권이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단순한 국경 조정이 아니라 국가의 정체성과 안보를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조치가 될 수 있다. 특히 NATO 가입이 사실상 차단되면서 향후 군사적 보호막이 사라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흑해 연안 접근성이 제한됨에 따라 경제적 타격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연합(EU) 가입을 추진하더라도 영토 문제는 지속적인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러시아는 크림반도를 포함한 점령지를 실질적으로 확보하면서 지정학적 승리를 거두게 된다. 푸틴 대통령은 이를 내부적으로 '위대한 승리'로 포장하며 정치적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가능성이 높다. 동시에 서방의 경제제재가 완화될 가능성이 열리면서 경기 회복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 흑해에서의 전략적 우위 또한 더욱 강화되며, 군사적·경제적 영향력이 확대될 전망이다.

서방 동맹 체제 역시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번 협상이 NATO의 확장 정책에 제동을 거는 결과로 이어진다면, 동유럽 국가들의 안보 불안이 가중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유럽의 안보 공약을 지속적으로 이행할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커질 것이며, 유럽연합 내부에서도 안보 정책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 키이우 시내에서 진행된 우크라이나군 병사의 장례식에 참석한 친지와 전우들 2025.02.14 ▲출처: 연합뉴스
▲사진: 키이우 시내에서 진행된 우크라이나군 병사의 장례식에 참석한 친지와 전우들 2025.02.14 ▲출처: 연합뉴스

이 협상이 가져올 가장 큰 국제적 파장은 ‘무력에 의한 영토 변경’이 용인되는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한 지역 분쟁의 해결이 아니라, 국제법과 규범을 뒤흔드는 위험한 사례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중국-대만 관계를 비롯한 다른 지역의 영토 분쟁에서도 유사한 논리가 적용될 수 있으며, 핵보유국과 비보유국 간의 안보 불균형이 더욱 부각될 것이다.

경제적으로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러시아산 에너지 공급이 정상화될 경우 글로벌 에너지 시장이 안정될 가능성이 있지만, 이는 동시에 유럽의 에너지 전환 정책이 지연될 위험도 내포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이 제한될 경우 글로벌 식량 안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번 종전협상은 표면적으로는 전쟁 종식이라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던지지만, 장기적으로는 국제질서의 근본적인 변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강대국이 힘의 논리를 앞세워 국제법과 규범을 무력화하는 선례가 될 경우, 향후 유사한 사례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이러한 협상이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자결권과 민주주의적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전쟁이 끝난다고 해서 평화가 오는 것은 아니다. 국제사회가 이번 협상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향후 세계 질서가 결정될 것이다. 힘이 아닌 원칙과 법에 기반한 대응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안녕하세요. 황지원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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