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A woman walks by a giant screen with a logo at an event at the Paris Google Lab on the sidelines of the AI Action Summit in Paris, Feb. 9, 2025. ▲출처: 연합뉴스
▲사진: A woman walks by a giant screen with a logo at an event at the Paris Google Lab on the sidelines of the AI Action Summit in Paris, Feb. 9, 2025. ▲출처: 연합뉴스

인공지능(AI) 기술 패권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주요국들이 AI 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 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AI 정상회의’에서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등 주요국 정상들은 AI 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기존 규제를 재검토하고, 기술 혁신을 촉진하기 위한 정책 변화를 예고했다.

프랑스는 유럽의 AI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규모 프로젝트인 ‘스타게이트’ 구상을 발표했다. 약 1090억 유로(약 158조 원) 규모의 이 프로젝트는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미국 기업들이 주도하는 글로벌 AI 시장에서 유럽의 기술 자립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유럽 내 AI 기업들의 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대규모 언어모델을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중국도 ‘AI 플러스’ 전략을 통해 공공데이터 규제 완화를 선언했다. 중국 정부는 AI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공공기관이 보유한 방대한 데이터를 AI 기업들이 보다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이를 통해 AI 학습 데이터의 질과 양을 극대화해 기술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AI 규제 완화에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2023년 도입한 AI 규제 행정명령을 폐기했다. 해당 명령은 AI 모델의 안전성 테스트 결과를 정부에 보고하도록 의무화하는 등 강력한 규제 내용을 담고 있었으나,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기업 활동을 저해하는 불필요한 규제로 판단하고 즉각 폐기 조치를 단행했다.

EU 역시 기존의 강력한 AI 규제 기조에서 벗어나 규제 완화를 시사했다. 헨나 비르쿠넨 EU 디지털 담당 집행위원은 “중복 규제가 너무 많다는 업계의 지적에 동의하며, 불필요한 절차와 행정 부담을 줄일 것”이라고 밝혀, AI 기업들의 불만을 반영한 개선안을 준비 중임을 시사했다.

AI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는 가운데, 현재 AI 기술 발전을 가로막는 주요 규제는 개인정보 보호, AI 알고리즘 투명성, 그리고 AI 학습 데이터의 저작권 문제로 압축된다.

개인정보 보호 규제는 AI 모델 개발에 필요한 방대한 데이터 학습을 제한하는 대표적인 요소다. 특히 유럽연합의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과 같은 강력한 개인정보 보호 정책은 데이터 수집과 활용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어 AI 기업들이 혁신적인 모델을 개발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업들은 데이터 활용이 제한됨에 따라 경쟁력이 저하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완화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AI 알고리즘의 투명성 규제 역시 기술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현재 많은 규제 기관들은 AI의 의사결정 과정이 설명 가능해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하고 있지만, 딥러닝 기술의 특성상 이른바 ‘블랙박스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신경망 구조가 복잡한 AI 모델은 특정 결과가 도출되는 과정을 완벽하게 설명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AI 기업들은 이러한 규제가 오히려 기술 혁신을 방해한다고 주장하며, 일정 부분 유연한 규제 적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생성형 AI의 등장과 함께 AI 학습 데이터의 저작권 문제도 중요한 규제로 떠오르고 있다. 저작권 보호가 강화되면서 AI 기업들은 학습을 위한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뉴스, 예술작품, 문학 콘텐츠 등을 AI가 학습하는 과정에서 법적 논란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는 AI 기업들이 새로운 모델을 개발하는 데 있어 상당한 제약이 되고 있으며, 저작권과 데이터 활용 간의 균형을 맞추는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각국의 AI 규제 완화 움직임은 데이터 활용과 관련된 규제 완화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개인정보 보호와 데이터 활용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되, AI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과도한 규제는 완화하는 방향으로 조정될 전망이다.

다만, AI 규제 완화에 따른 윤리적 문제와 안전성 우려도 여전하다. 무분별한 규제 완화가 AI의 오남용 및 사회적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만큼, 각국은 핵심적인 안전 규제는 유지하면서 불필요한 규제만 철폐하는 ‘선별적 규제 완화’ 전략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우리나라 정부도 글로벌 AI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AI 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 완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데이터 규제 개선과 AI 기업 지원책을 마련하는 등 글로벌 AI 경쟁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AI 기술 패권 경쟁이 ‘규제 완화’라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 가운데, 향후 각국이 어떻게 AI 발전과 안전성을 조화시키느냐가 중요한 정책 과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안녕하세요. 황지원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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