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법률사무소 퍼스펙티브 민사원 변호사
사진=법률사무소 퍼스펙티브 민사원 변호사

생활을 하다 보면 의도하였든, 의도하지 않았든 형사사건에 휘말리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피혐의자로 수시기관의 조사를 받고 혐의가 인정된다고 여겨져 기소되는 경우 일반적으로는 법원에 출석해서 재판을 받게 된다.

그런데 형사소송법에는 제448조 내지 제458조로 약식절차라는 것을 규정해두었다. 검찰이 약식명령을 청구하는 경우, 피고인의 법원 출석을 요하지 않는다. 법원은 검찰이 제출한 서류와 증거만을 토대로 유·무죄를 따지고, 유죄라면 벌금, 과료 또는 몰수에 처할 수 있다. 징역, 금고와 같은 무거운 처벌은 약식절차로는 할 수 없다.

이는 비교적 경미한 사건을 보다 신속하게 처리하면서 피고인이 직접 법원에 출석해야 하는 부담을 덜어주고자 하는 취지이므로, 피고인의 이익에도 부합하는 제도라고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약식절차에서는 정식재판절차와 달리 피고인이 법정에 나아갈 기회가 없고, 방어권 행사에 대한 별다른 규정도 없다. 피고인으로서는 법원에 스스로에게 유리한 주장을 개진하기도 애매하고, 했다손 치더라도 제대로 그 취지가 전달되었는지도 알 수 없다.

그러다 법원에서 유죄로 판단하여 약식명령이 이루어지면 그 명령서를 송달 받음으로써 비로소 결과를 알게 된다. 그런데 송달이라는 것은 외출 중이라던가 하면 받을 수 없고 평범한 우편물처럼 경비실, 관리실에 맡겨 받을 수도 없다. 그런데도 법원은 실무상 약식명령서가 송달되지 않으면 바로 공시송달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1인 가구가 증가하는 등 송달이 점점 어려워지는 추세를 고려하면 약식명령이 이루어진 것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와는 달리 검찰은 약식명령이 이루어지면 피고인에게 벌과금의 납부를 명하는 고지서를 보내면서 문자메시지 안내도 병행하는 것이 실무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보니 피고인 입장에서는 약식명령 여부도 모른 상황에서 갑자기 벌과금을 내라는 문자메시지를 받고는 당황하게 되는 것이다. 무죄를 호소하려고 결심한 피고인으로서는 더욱 당황스러울 것이다.

이럴 때는 정식재판청구를 제기해 다시 한 번 법원의 판단을 받아볼 수 있다. 형사소송법 제453조 제1항에 따라 정식재판청구는 약식명령을 고지 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할 수 있는데, 같은 법 제452조에서 약식명령의 고지 방법은 재판서의 송달이라고 규정하였으므로, 약식절차의 재판서 즉, 명령서를 받지 않은 이상 앞서 살펴본 청구기간도 진행하지 않는 것이다. 벌과금의 가납 고지 문자메시지를 받았다면 아직 약식명령이 확정되기 전일 수도 있으므로 바로 관할 법원에 방문하여 명령서를 교부 받아 정식재판을 청구하면 된다.

설령 명령서를 받지 못한 채 공시송달로 약식명령이 확정되었더라도 정식재판청구권회복과 정식재판을 함께 청구할 수 있다. 명령서를 받지 못해 약식명령이 이루어진 것을 몰랐던 이상, 소송기록접수통지도 받지 않고 출석도 아니하는 피고인은 약식절차가 준용하는 형사소송법 제345조의 상소권회복 청구권자에 해당할 수 있다. 

결백을 호소하는 피고인 입장에서는 정식재판절차로 진행했다면 진작 법원에 나아가 혐의를 다투었을 것인데, 위와 같이 약식절차의 실무상 맹점으로 인해 정식재판청구를 하는 번거로움을 겪게 되고, 약식절차에 걸린 기간만큼 형사소송이 진행 중이라는 불안한 상태만 길어지게 된다. 약식절차 본래의 취지가 무색해진다고 볼 수도 있다. 사건의 간이한 해결과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을 양립시킬 적절한 개선이 필요하지 않을까.

글=법률사무소 퍼스펙티브 민사원 변호사

저작권자 © 한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