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에 비치는 마음

[사진] 공간을 디자인한 사무실.
[사진] 공간을 디자인한 사무실.

공사현장은 인테리어를 하는 사람들의 사무실이다. 그곳에서도 좋은 실적을 내기위한 노력을 한다.

현장에서 소장은 회사의 대표와 같이 현장의 대표다. 현장소장은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 좋은 환경을 계획한다. 아무것도 없는 현장에서 벽과 천장, 바닥에 마감을 생각하여 공사 구획을 나누고 이동로를 만든다.

공정 별로 작업 공간을 나눠 서로 방해되지 않도록 한다. 이동 동선은 최대한 짧게 하고 사용될 연장은 가까이에 둔다. 위험해 보이는 곳을 안전하게 조치하고 조금이라도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곳엔 소화기를 비치한다.

어두운 곳은 밝게, 직사광선은 차단하고 언제나 깨끗함을 유지하려 애쓴다. 환경이 열악한 현장에선 가끔 지린내가 난다. 그럴 땐 범인을 잡으려고 노력하거나 사전 예방을 위한 잔소리와 팻말 붙이기보단 이동식 소변기를 설치한다. 말보단 환경으로 해결한다. 현장소장이 그것을 그곳에 두면 사람들은 거기에서 그 일을 할 수밖에 없다.

현장에 오는 모든 기술자들이 규칙을 잘 지키거나 우수한 기술력을 가지고 있진 않지만 좋은 환경은 다양한 사람들에게 환경에 의한 성과를 내게 한다. 계획된 좋은 환경은 사람과 공간이 조화를 이루어 효율을 만들어 낸다.

두 회사가 있다. 한 회사는 사무실 중앙 넓은 공간에 책상이 길게 네 개의 줄로 나눠져 있다. 책상 끝엔 벽이 있다. 책상 위에는 두 개의 모니터가 책상을 작아 보이게 만들고 모니터와 연결된 전선들은 요란하게 시선을 분산시킨다. 네 개의 긴 책상 중 한 줄은 벽에 붙어있고 두 줄은 모니터가 칸막이가 되어 서로 마주 보고, 다른 한 줄은 이동 동선으로 모니터가 노출되어 있다. 그곳에 앉은 사람들은 이동하는 사람과 눈이 마주치기도 한다. 음식 냄새가 나는 곳엔 탕비실이 있다.

간식이 잘 보이게 오픈 선반에 진열되어 있다. 회의실은 벽이 유리로 되어 있는데 앉으면 보이진 않지만 서 있으면 안팎이 보인다. 지나가다 눈이 마주칠 때도 있다. 회의실 안에는 스물세 가지 원칙들이 걸려있다. 대표실은 가장 안쪽에 있다. 빛이 잘 들어오고 외부 풍경이 좋다.

또 다른 회사가 있다. 입구 전면에 회사 로고와 연역이 있다. 그 벽을 따라 도니 공간이 확장되며 접견실이 보인다. 회의실 유리엔 디자인된 시트가 붙어 있고 유리 안쪽에는 하얀 실루엣 커튼이 달려있다.

회의실을 지나 가장 안쪽으로 들어가면 휴게실과 수면실이 있다. 탕비실에는 개수대가 있고 진열장 도어가 냉장고, 전자레인지와 일정한 패턴으로 나눠져 있어 하나로 보인다. 탕비실 옆으로 지나면 천장고가 높아지면서 넓은 공간이 나온다.

외부 빛이 잘 들어오고 창으로 아름다운 전경이 보인다. 그곳엔 직원들의 책상이 부서별로 나눠져 있고 책상과 책상 사이에는 예쁜 칸막이로 가려져 있다. 선들도 보이지 않는다. 중요한 부서는 실이 별도로 있어서 그곳에서 업무를 본다.

공간에 사람을 맞춘 회사와 사람에 공간을 맞춘 회사의 사례다. 두 회사는 공유 오피스에서 출발하여 꿈을 향해 달리고 있다. 한 회사는 쾌속선처럼 빠르게 질주하지만 요란하고 다른 회사는 유람선처럼 조용히 천천히 나아가고 있다. 두 회사 중 어느 회사가 목표에 먼저 도달할까.

배의 방향키는 회사의 대표가 잡고 있지만 배를 움직이는 동력은 구성원의 힘이다. 구성원이 어떤 힘을 발휘하느냐에 결과는 달라진다. 유능한 선장은 방향키를 잡고 잔소리를 하거나 배의 모든 기능을 직접 운행 하진 않을 것이다. 환경을 만들고 독려함이 더 큰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공간이 말한다. 공간에는 흐름이 있다. 사람들은 공간의 흐름에 따라 움직인다. 흐름이 반복되고 반복의 시간이 깊어지면 공간이 우리에게 말하는 것이 들리기 시작한다. 구성원들은 그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그리고 생각하고 이해하면 행동이 달라진다. 공간의 이야기는 공간을 만든 사람이 하는 말이다. 공간에서 리더의 마음이 느껴진다. 

공간 디자이너는 말한다. “당신의 공간을 보여주세요. 그럼!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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