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을 만드는 사람들 _ 현장 사람들

태양이 뜨거운 8월, 도로변 어느 한 상가에 공사 중이라는 팻말이 붙어 있다. 유리로 된 출입문이 있고 그 뒤로 천막이 길게 늘어져 있다. 출입문을 열고 천막 안으로 들어가니 열기와 먼지로 숨이 막힌다. 기계 소리의 굉음은 이맛살을 찌푸리게 한다. 대낮이지만 안은 컴컴하다. 어두운 공간에는 긴 전선을 따라 조명들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안에서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30 평 남짓한 공간에서 스무 명 정도의 사람들이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있다. 무리마다 복장이 비슷하고 같은 기계음을 낸다. 허리에 망치를 찬 사람들은 2인 1조가 되어 기계톱으로 합판을 절단하고 각재로 벽을 세우고 있다. 보안경으로 눈만 가린 사람들은 불꽃을 날리며 금속판을 자르고 같은 무리로 보이는 다른 사람들은 얼굴 전체를 용접 보호구로 가리고 연기와 함께 불꽃을 튀기고 있다. 

[사진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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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한쪽에선 타일을 자르고 있다. 그 사람은 자른 타일을 작은 공간으로 가지고 들어가 벽에 붙인다. 바로 옆에 비슷한 공간이 하나 더 있다. 그곳엔 벽에 타일이 붙여져 있고 목에 수건을 두른 사람이 삽으로 시멘트와 모래를 섞어, 바닥에 고루고루 펴고 있다. 그들이 있는 그곳으로 시멘트와 모래를 가득 실은 리어커가 왔다갔다 한다. 

소리는 먼지를 만든다. 먼지는 피어올라 군데군데 놓인 공업용 선풍기를 타고 소음을 내는 사람들에게 간다. 한 사내가 물이 묻은 톱밥을 바닥에 뿌린다. 물 묻은 톱밥이 바닥에 닿을 때마다 먼지가 난다. 그 사내는 톱밥과 먼지를 섞으며 바닥을 쓴다. 가끔은 무리 틈에서 그 사내에게 먼지가 난다고 언성을 높이기도 한다.

창문으로 나가는 먼지와 소음은 민원이 되어 온다. 출입문 뒤를 천막으로 빛이 들어오지 못할 정도로 꼼꼼하게 막은 이유다. 빛은 들어오지 못하고 먼지는 나갈 곳이 없다. 모두 반 코팅 장갑과 안전제일이라고 쓰인 안전모를 착용하고 있다. 코로나로 마스크도 반드시 써야 한다. 생각만 해도 땀이 날 것 같다. 더위와 안전 그리고 힘겨운 노동은 땀을 낸다. 땀은 먼지와 뒤범벅이 되어 땟국물이 되어 흐른다. 흐르는 땟국물을 옷소매와 수건으로 닦아보지만 땀은 닦이고 새로운 먼지가 묻는다. 흔적이 지나간 자리가 따끔하다. 

정오가 되자 적막이 흐른다. 기계 소리는 멈추고 사람들은 서둘러 식사를 하러 길을 나선다. 에어건으로 몸에 묻은 먼지를 날렸지만 지독한 땀 냄새는 사라지지 않는다. 반겨주지 않는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잠시 몸을 쉴 곳을 찾아보지만, 먼지가 수북이 가라앉은 바닥에 얇은 석고보드 한 장을 깔고 몸을 뉜다. 오후에 작업량을 위함이다.

오후의 일과가 시작되면 소리와 움직임의 반복이다. 소음과 함께 선이 생기고 움직임을 통해 선들이 모이면 면이 형성된다. 그곳에 질감과 색상의 마감재를 입히면 공간이 된다. 기계음과 움직임이 만들어 낸 먼지와 땀은 마감재가 덮이면서 사라지고 그들의 정성은 공간으로 녹아난다.

공간은 그렇게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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