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 전 세계 사형집행 건수, 2010년 이후 국제앰네스티 기록 중 두 번째로 낮은 수치
- 18개국에서 최소 579건의 사형집행, 2,052건의 사형선고…코로나19 제한 완화의 여파로 사형선고 건수 급증
- 이란, 2017년 이후 최다 사형집행 기록
- 미얀마, 계엄령하에 90여 명에게 자의적으로 사형 선고 적용
- 윤석열 신임 대통령, 대한민국이 ‘완전한 사형 폐지국’으로 나가기 위해 실질적 조치 취해야

국제앰네스티가 2021년 전 세계 연례 사형현황 보고서를 오늘(24일) 발표했다. 2021년 세계적으로 가장 활발하게 사형을 집행하던 국가들이 예전 관행으로 돌아간 데다 각국 법원이 코로나19제한으로부터 풀려나면서 사형집행 및 선고 건수가 급격히 늘어났다.

지난해 총 18개국에서 최소 579건의 사형집행 건수가 집계되어 2020년 대비 20% 증가한 수치를 보였다. 공개된 사형집행 대다수는 집행 건수가 높은 순서대로 중국, 이란,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시리아 등에서 일어났다. 단, 해마다 수천 건의 사형이 집행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중국은 사형 관련 정보를 국가 기밀로 취급하고 있어 통계에 포함되지 않았다.

앞서 사법 절차를 지연시켰던 코로나19 제한 조치들이 세계 여러 국가에서 지속해서 해제된 결과, 총 56개국의 판사들이 최소 2,052건의 사형을 선고하였고 2020년보다 거의 40% 증가하였다. 특히 방글라데시(최소 113명에서 최소 181명으로 증가), 인도(최소 77명에서 최소 144명으로 증가), 파키스탄(최소 49명에서 최소 129명으로 증가) 등 다수 국가에서 사형선고 건수가 급증했다.

가장 많은 증가 폭을 차지한 국가는 이란이다. 이란은 마약 관련 사형집행이 현저히 증가함에 따라 최소 314명(2020년 최소 246명)을 처형해 201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러한 집행은 고의적 살인과 관계없는 범죄에 사형 적용을 금지하고 있는 국제법을 명백히 위반하는 행위이다.

이에 아녜스 칼라마르(Agnès Callamard) 국제앰네스티 사무총장은 “2020년 전체 사형집행 건수가 하락했던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해 다시 한번 사형집행을 급격히 높이면서 국제인권법 아래 명시된 금지 사항을 태연히 위반했다. 사형집행에 의존하려는 그들의 욕망은 2022년 초에도 전혀 누그러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2007년부터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되고 있는 대한민국

대한민국은 1997년 12월 30일 마지막 사형을 단행한 이래, 단 한 번도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2007년부터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법률상 사형제도가 존재하여 지속해서 사형이 선고되며 2021년 말 기준으로 59명의 사형수가 있다.

지난 2월 윤석열 신임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모든 사형수를 지체 없이 징역형으로 감형하고 사형제도를 법적으로 완전히 폐지하며, 사형 폐지를 위한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2 선택 의정서를 유보 없이 비준할 것인지를 묻는 국제앰네스티의 질의에 “모두 추진 불가”라고 응답하였고, “우리나라가 실질적인 사형폐지국가로 분류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형제의 완전한 폐지는 사회의 성숙한 합의가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윤지현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사무처장은 “사형폐지는 거스를수 없는 국제적 흐름이다. 한국정부도 최초로 2020년 12월 유엔총회에서 사형집행 유예(모라토리엄) 결의안에 찬성했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완전한 사형폐지국으로 나가기 위해 모라토리엄 선언과 같은 실질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인권의 진전은 사회적 합의를 이룬 뒤가 아니라, 지도자가 인권 보장을 위해 강력한 정치적 의지를 갖고 행동할 때 가능하다”고 밝혔다.

 

국가의 억압 도구가 된 사형제도

2021년 다수 국가에서 사형제도가 소수자와 시위대에 대한 국가의 억압 도구로 작용했다. 해당 정부들은 국제인권법과 기준 아래 수립된 사형에 관한 안전장치 및 제한 사항을 완전히 경시하는 태도를 보였다.

미얀마에서는 계엄령하에서 사형제도 사용이 우려스러울 정도로 증가했다. 미얀마 군은 민사재판의 권한을 군사재판소에 이양했으며, 군사재판소에서는 항소권도 부여하지 않은 채 간이 절차를 진행했다. 이에 따라 90여 명이 자의적으로 사형을 선고받았고 그 중 몇몇은 피고인이 불출석한 가운데 재판이 진행되었고 이는 시위대 및 언론인을 겨냥한 조치로 보인다.

이집트 당국은 계속해서 고문과 대규모 처형에 의존했으며 그중 다수는 국가비상보안법원에서 진행된 불공정한 재판의 결과였다. 한편 이란에서는 ‘신에 대한 적의’와 같은 모호한 혐의를 이유로 소수 민족 구성원들에게 불균형적으로 사형선고를 내렸다. 집계된 사형집행 건수 중 최소 19%(61건)는 이란 인구의 단 5%에 불과한 발루치(벨루치) 소수 민족 구성원들에게 적용되었다.

 

여전히 실체가 가려진 중국, 북한, 베트남의 사형집행

전 세계 사형선고 및 집행 건수에는 중국에서 진행되었다고 추정되는 수천 건의 사형선고 및 집행, 그 외 북한과 베트남에서 일어난 것으로 여겨지는 광범위한 집행 건수가 포함되지 않는다. 이들 3개국은 비밀스러운 관행을 유지하고 있는 데다 정보에 대한 접근도 제한하고 있어 집행 건수를 정확히 확인하기 어렵다. 한편, 다른 몇몇 국가에 있어서는 집계된 전체 건수가 최소 수치라고 보인다.

아녜스 칼라마르(Agnès Callamard) 국제앰네스티 사무총장은 “여전히 중국, 북한, 베트남은 자국의 사형제도 사용에 관한 내용을 겹겹의 기밀 관행 뒤에 가려두었다. 하지만 늘 그랬듯이 우리가 확인한 일부 내용만으로도 크나큰 우려를 불러일으킨다”라고 말했다.

 

전 세계 사형제 폐지를 향한 긍정적인 신호들

작년 한 해 사형제 폐지를 향한 세계적 추세를 보여주는 긍정적인 신호들이 나타났다. 사형을 집행한 것으로 알려진 국가 수가 국제앰네스티 집계 이후로 2년 연속 최저치를 기록했다.

2021년 말 기준으로 법적 또는 실질적 사형폐지국은 전 세계 국가의 3분의 2 이상이었다. 세계 대다수 국가를 아우르는 108개국이 모든 범죄에 대해 법적 사형폐지국이었고, 법적 또는 실질적 사형폐지국은 144개국이었다. 여전히 사형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사형존치국은 55개국이다.

아직 효력이 발효되지는 않았으나, 7월에는 시에라리온에서 모든 범죄에 대한 사형을 폐지하는 법안이 의회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됐다. 카자흐스탄에서는 모든 범죄에 대한 사형을 폐지하는 법안이 12월에 채택되어 2022년 1월부터 발효되었다. 파푸아뉴기니 정부는 사형제에 관한 국가적 논의에 착수한 끝에 2022년 1월 폐지 법안을 채택하는 결실을 얻었고 앞으로 효력이 발효될 예정이다. 2021년 말, 말레이시아 정부는 사형제에 관한 법안 개혁을 2022년 3/4분기에 심의하겠다고 발표했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과 가나의 국회의원들은 사형제 폐지를 위한 입법 절차에 돌입해 지금도 진행 중이다.

미국의 버지니아는 미국 전체에서는 23번째, 남부 지역에서는 최초로 사형폐지 주가 되었다. 한편, 오하이오는 3년 연속으로 예정된 모든 사형집행의 일정을 재조정하거나 중단했다. 새로 들어선 미국 행정부 역시 7월, 연방 사형집행을 일시적으로 유예하기로 했다. 2021년 미국은 1988년 이후로 최저 사형집행 건수를 기록했다.

아녜스 칼라마르(Agnès Callamard) 국제앰네스티 사무총장은 “지금도 사형제를 유지하는 소수의 국가는 다음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국가가 허가하는 살인이 없는 세상을 우리 모두는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우리는 앞으로도 이를 위해 계속 싸울 것이다. 그 누구도 사형제도의 그늘에 가려지지 않는 날까지 우리는 이 처벌이 본질적으로 가지고 있는 자의성, 차별성, 잔혹성을 계속해서 드러낼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극도로 잔인하고 비인간적이며 굴욕적인 이 처벌을 역사책 안에 묻어야 할 때다”라고 말했다.

2021년 연례 사형현황 보고서(영문)는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국제앰네스티는 1961년 설립된 국제 비정부기구 (NGO, Non-Governmental Organization)로 전 세계 160개국 이상 1,000만 명의 회원과 지지자들이 함께하는 세계 최대의 인권 단체이다. 국적·인종·종교 등의 그 어떤 차이도 초월해 활동하며, 정치적 이데올로기와 경제적 이익으로부터 독립적으로 활동한다. 국제사회에서 합의한 기준들을 바탕으로 조사 활동을 진행하고 표현의 자유, 사형제도 폐지, 고문 반대, 여성과 성소수자 권리 보호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국제앰네스티는 유엔 경제사회이사회와 협의 자격을 유지하고 있으며, 1977년 노벨평화상과 1978년 유엔인권상을 수상한 바 있다.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은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1972년에 설립되어 국내외 인권 상황을 알리고 국제 연대를 위해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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