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곱의 달콤한 첫사랑
성경 최초로 낯선 남자와 여자가 만나 공공장소에서 그것도 뻐얼건 대낮에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키스하는 장면이 나오는 곳은 창29장이다. 그것은 자연스럽게 만나 인사로 교환하는 입맞춤의 수준을 넘는다. 첫 눈에 반해 처음 만난 여인과 사랑에 빠지는 이 낯선 남자는 성경에 등장하는 인물 중 가장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사람인 야곱이다. 야곱은 에서의 보복을 피해 집을 떠나 외삼촌 라반의 집을 찾아간다. 동네 우물 가에 도착한 그는 그 곳에서 양 떼가 다 모이기를 기다리는 목자들을 만난다.
2-3절과 8절은 당시의 관습을 잘 설명해 준다. 우물은 생활에 가장 필요한 물을 제공하는 곳으로 마을 사람들이 함께 모여 교제를 나누는 만남의 장소이기도 하다. 우물은 그 입구를 큰 돌로 막아 함부로 우물 물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는 모든 양 떼가 모인 후 함께 물을 먹도록 배려하여 어느 한 개인이 물을 독점하거나 마구 사용하여 다른 목자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보호함으로써 분쟁의 소지를 없애고 마을의 평화를 유지하는데 그 목적이 있었다.
10절에 라반의 딸 라헬이 나타나자 야곱은 시력 1.5의 예리한 눈(?)으로 집을 살 때 상태를 조사하듯 구석구석 라헬의 용모를 살핀 뒤 그 아름다움에 반해 곧 사랑에 빠져든다. 그는 처음보는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관심을 받고 싶어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데 능숙한 그는 이 만남의 기회를 황금 같은 절호의 기회로 바꾼다.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콧노래를 부르는 그에게 우물 입구를 막고 있는 큰 돌은 장애물이 아니라 그의 용기와 대담성을 보여줄 수 있는 도구가 된다. 그는 기다렸다는 듯 웃 옷을 벗고 우람한 근육질(?)의 몸매를 과시하며 혼자서는 도저히 움직일 수 없는 큰 돌을 초인적인 힘으로 밀어내 우물 입구를 열고 라반의 양 떼에게 물을 먹인다. 그를 둘러싼 모든 사람들이 탄성을 자아내고 라헬이 그를 선망의 눈초리로 바라보자 이 기회를 놓치지 않는 야곱은 그녀를 부둥켜안고 키스하며 눈물을 흘린다. 성경에서 아내나 어머니가 아닌 다른 여자와 키스하는 장면은 이 부분이 유일하다. 더군다나 야곱은 자신이 누구인지 신분도 밝히지 않은 채 아무 말없이 다가가 키스부터 하지 않았던가? 10절의 양 떼에게 물을 먹인다와 11절의 키스했다는 2개의 히브리어 동사, 바 야슄(Va Yashik)과 바 이샼(Va Yishak)은 상호 연관성을 보여준다. 어디선가 바람처럼 나타나 진한 남자의 향기를 풍기며 강한 첫 인상을 심어준 야곱에게 기습적인 키스를 허락한 라헬은 야곱이 죽도록 사랑하고 마음 속에 깊이 품은 첫 사랑의 여인이 되었다. 그는 라헬을 위해 땀과 눈물로 얼룩진 14년의 세월을 바쳤다.
자유를 추구하고 틀에 박힌 관습과 제도를 거부하며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성격의 소유자인 야곱은 장자가 자동으로 아버지의 대를 이어 상속권을 갖는다는 관습을 거부하고 스스로의 힘으로 그 문제를 풀어가려 시도했던 것처럼 양 떼에게 물을 먹이는 마을의 관습을 무시하고 자기의 의지대로 행동한다. 그러나 그의 자유분방한 성격은 긍정적으로 작용하여 아브라함과 이삭의 길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한계를 뛰어 넘어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위대한 지도자로 자리매김하게 한다.
17절에 언니 레아와 동생 라헬을 비교하는 장면에서 레아는 시력이 좋지 않고 라헬은 아름답다고 묘사한다. 시력이 좋지 않다의 히브리어 원어는 랔(Rak)이며 부드럽다, 약하다의 뜻을 가진다. 레아는 부드럽고 따뜻한 매력적인 눈을 가졌는가? 아니면 약한 눈을 가진 것일까? 그녀가 시력이 나뻐 라식수술을 받아야함을 강조하는 말일까? 레아의 눈과 라헬의 용모가 대조를 이루는 것은 두 사람의 외모를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두 가지 서로 다른 형태의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그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영혼과 눈에 보이는 외적인 면의 대조이다. 그러나 이미 라헬의 아름다움에 마음을 빼앗겨 버린 야곱의 두 눈은 인간의 내면이 아니라 외적인 아름다움을 응시하고 있었다. 18절에 라헬을 사랑한다는 말과 30절에 레아보다 라헬을 더 사랑하였다는 말이 반복된다.
야곱은 레아의 내면의 아름다움을 들여다볼 겨를도 없이 라헬에게 인생을 걸었다. 요셉은 라헬이 오랜 고통의 시간을 거쳐 낳은 첫 아들이었다. 요셉은 야곱에게 큰 기쁨이었고 어느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존재였다. 그들의 밀착된 관계는 야곱과 라헬의 관계에서 비롯된다. 한편 남편에게 버림받은 비운의 여인 레아는 하나님으로부터 큰 사랑을 받는다. 라헬은 야곱의 고향 땅을 밟지 못하고 야곱이 내뱉은 저주의 맹세처럼 길에서 죽었지만 레아는 꿈에 그리던 가나안 땅을 밟는다. 또 그녀의 아들인 유다가 야곱의 뒤를 이어 실질적인 장자로 선택되는 축복을 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