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방지] 친구들과의 추억
[부패방지] 친구들과의 추억
  • 김운영
  • 승인 2019.01.07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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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의 추억 /사진:픽사베이
친구들과의 추억 /사진:픽사베이

고등학교 다닐 때 가까이 지내는 친구들 집에서 잘 때가 종종 있 었고, 친구들이 우리 집에 와서 잘 때도 있었다. 당시 여자애들은 남의 집에서 자는 것이 용인되지 않을 때였지만 남자애들은 친구 집에서 자도 아무렇지 않았다.

어느 해 여름, 친구 집에서 자게 되었는데 대청마루에서 친구네 온 가족이 모두 함께 자게 되었다. 친구의 아버지, 어머니, 친구와 친구의 여동생도 함께 잤다. 모기가 워낙 많아서 모기장을 치지 않 고서는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모기장을 치고 자는 데도 어 디서 모기가 들어왔는지 윙윙대고 날아다니며 물어대는 통에 가려 워서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가벼운 홑이불을 덮고 자는데 이불을 차내면 금방 모기가 와서 물어 도저히 잘 수가 없었다. 친 구와 한 이불에서 자는데 모기에 물리지 않으려면 이불을 잘 덮어 야 했다. 잠이 오지 않아 깨어 있는 상태에서 친구가 홑이불을 차 내면 내가 덮어주기를 계속했다. 모기 때문에 밤새 한잠도 자지 못 했다.

그 친구가 밤새 자기가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내가 홑이불을 덮 어준 것을 알고 있었는지 평소에도 가까이 지내던 친구였지만 그날 이후 더 각별한 사이가 되었다. 평소 그 친구와 가까이 지내기는 했지만 아주 각별한 사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그날 이후 나도 그 친구가 더 각별한 사이로 느껴졌다.

친구들 중에 한 마을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들 이 있다. 하천에서 벌거벗고 함께 미역을 감으며 어린 시절을 보낸 불알친구들도 여러 명이 있었다. 10리나 떨어진 학교를 걸어서 초 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을 함께 다녔다. 1시간 이상 걸어야 하는 거리를 아침에 학교에 갈 때 함께 가고, 함께 공부하 고, 함께 집에 돌아왔다. 그것도 모자라 저녁이나 주 중에 또 만나 함께 놀 때가 많았다.

한 마을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가 다섯 명이다. 한 명은 이미 오래 전에 병으로 유명을 달리 했고 네 명은 아직 살 아 있는데 지금은 모두 고향을 떠나 각자 흩어져 살고 있다. 그러 다보니 지금은 명절에도 만나기가 어렵고 무슨 일이 있어야 겨우 얼굴을 볼 수 있는 정도이다. 하지만 불알친구라 그런지 언제 어디 서 만나도 반갑고 부담이 없다.

초등학교를 함께 다녔던 동기들이 수십 년 만에 동창회를 하자며 만나잔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도시로 간 친구들의 얼굴은 잘 생 각이 나지 않는다. 특히 여자애들은 누구라고 해도 전혀 모르겠다. 오랜 만에 만나서 지난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수 십 년 동안 한 번도 만나지 않았던 사이를 초등학교 동창생이라는 이유만으로 친한 친구라 여겨지지는 않는다. 자식들 다 키워 놓고 한 번 만나자고 하는데 보고 싶은 얼굴이 있기는 하지만 선뜻 나서 는 데는 망설여진다.

중학교, 고등학교를 함께 다닌 친구들도 수십 년 지나 동창회를 하자고 한다. 면에 중학교 한 개, 고등학교가 한 개가 있다 보니 대 부분 중학교 동창생이 고등학교 동창생이다. 초등학교 동창과는 달 리 조금 커서 만나서 그런지 오랜만에 보았는데도 얼굴은 생각이 난다. 처음에는 얼굴이 잘 생각이 나지 않다가도 이야기를 하다보 면 학창시절의 모습들이 떠오른다. 만나면 소주 한 잔하며 지난날 을 이야기하다 헤어진다. 나이 육십을 바라다보는 나이에 벌써 유 명을 달리한 친구들도 많다. 사고나 병으로 유명을 달리한 친구들 도 있고, 자살한 친구들도 여럿 있다. 고등학교 다닐 때 모임을 만 들어 지금까지 만나는 친구들과는 종종 만나지만 다른 친구들은 1 년에 한두 번 만나기도 어려운 정도다.

군에서 3년을 함께 먹고 잔 동기들이 6명 있다. 동기 중에 한 친 구가 우리는 3년을 한 솥밥을 먹고 한 침대에서 잔 친구니까 중· 고등학교 친구보다 더 가까운 친구라고 말한다. 제대를 할 때 앞으 로 자주 만나자고 약속을 했지만 각자 삶이 바빠서 그런지 자주 만 나지는 못하고 이따금 만난다.

직장생활을 시작한 지 벌써 30년이 넘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많은 친구들을 만났지만 직장에서 만난 친구들은 함께 근무할 때는 친한 것 같지만 같은 직장에서도 부서를 옮기고 자주 만나지 못하 게 되면 조금씩 멀어져 간다. 누구와도 영원히 가까운 사이로 남기 는 쉽지 않은 모양이다.

얼마 전에 어떤 여성이 전화를 하더니 고등학교 한참 후배라며 전화를 해 왔다. 함께 공부했던 반 친구들도 만나기가 어려운데 86 원칙을 지켰더니 해결되더라 1부 오늘을 있게 한 어제 87 한참 후배라며 전화를 걸어온 것이다. 또 무슨 요구를 하려고 그 러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마침 다른 사람을 만나고 있는 중 이라 다음에 통화하자고 하고는 통화를 끝냈다. 다시 전화가 오지 않았지만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이 아는 척하며 다가오는 것은 부 담스럽다.

요즈음은 친구라며, 후배라며 접근해서는 사기를 치는 경우가 많 다고 한다. 어린 시절에 같은 마을에서 자랐다고 친한 친구인가? 초·중·고등학교를 같이 다녔다고 친한 친구인가? 군 생활을 함 께 했다고 친한 친구인가? 같은 직장 같은 부서에 근무했다고 친한 친구인가?

친한 사이와 잘 아는 사이는 다르다. 아는 사람은 많이 있을 수 있지만 친한 사이는 어떨까. 아는 사이를 모두 친한 사이라고는 할 수 없다.

친하다고 하는 것이 무엇인가? 최소한 부담 없이 만날 수 있고, 서로 속마음을 털어 놓을 수 있고, 이따금은 만나거나 소식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사이는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친구가 어려울 때 도와줄 수 있고, 내가 어려울 때 도와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사이 가 친한 사이가 아닌가. 힘들 때 부담 없이 전화를 할 수 있는 친구 가 친한 친구가 아닌가 생각한다.

생을 살아가며 절친한 친구 한 명만 있어도 행복하다는 말이 있 다. 그만큼 절친한 친구를 갖기 어렵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이는 저마다 나만을 위한 친구를 찾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모든 사람의 친구가 되어줄 수는 없지만 누군가의 행복을 위하여 누군가의 진실한 친구가 되어주려는 시도를 해봄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