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베이징올림픽 양궁 금메달리스트주현정 전 국가대표 선수를 만났다. 환하게 웃으며 들어오는 그녀는 엄마가 가장 바쁘다는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을 키우는 워킹맘이다.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양보한아름다운 배려 뒤에 숨겨진 주부궁사 국가대표뿐 아니라 엄마로 성장해왔던 주현정의 결혼이야기를 나누었다.

1. 힘든과정 속에 인천 아시안게임을 준비했는데 후배에게 출전권을 양보했다.

저는 팀워크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당시 함께 뛴 선수들의 공통목표는 인천 아시안 게임 첫 단체 금메달이었어요. 근데 그때 제가 많이 불안했어요. 팔을 들지도 못할 정도로 어깨가 많이 안 좋았어요. 다들 열심히준비해왔는데 후배는 떨어져서 울고, 저는 붙었지만 마음이 아파서 울었어요.

몇 년간 아이와 떨어져지내면서 앞만 보고 달려온 시간이었고, 진통제 맞고 조금만 참으면 된다고 주변에서 말렸어요. 메달의 색깔은 알 수 없고, 최악의 결과는 메달을 못 딸 수도 있지만 팀원들과4년을 준비했는데 나의 불안요소가 경기에 영향을 미치면 안되겠구나. 그날숙소에 들어가서 선수들과 먼저 상의했어요. 어깨 아픈걸 잘 아니까 내가 쏘는 것은 올바르지 않은 것같다. 누가 쏘건 같은 메달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비록떨어졌지만 컨디션이 최상이었던 후배 이특영 선수가 쏘면 더 좋을 것 같다고 했어요. 결국 단체전 금메달을땄어요.

내가의도하려고 해도 되지 않는데 후배들이 리더인 나를 믿어준 점이 너무 고마웠어요. 그래서 올림픽보다도아시안게임이 더 값진 기억이에요. 운동을 그만두면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후배들을 자주 못 보는 것이아쉬워요

▲ 2008년 베이징올림픽 양궁 금메달리스트 주현정 전 국가대표 선수 

2. 양궁선수주현정 VS 아내엄마 주현정.

선수는 인성보다는 개인의 성향을 컨트롤하고 단체에 맞춰서 협동심을 우선시 하는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지나치게 자존감이 낮아서도 안되고 지나치게 튀어도 안 된다고 생각해요. 또 “괜찮아. 잘할 수있어” 라는 말을 진심으로 받아 들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개인의인성보다는 마인드 컨트롤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어느 날 아들이 친구가 개똥이라고 놀렸다고 속상해 했어요. “지훈아, 개똥이라고 놀리면 속상하지?  그렇지만 중요한 건 네 마음이야. 네가 괜찮다고 생각하면 괜찮은 거야. 그러니까 속상해 하지마” 라고 운동에서 배운 마인드 컨트롤을 육아에도 적용해요. 아이에게엄마의 멘탈케어 능력은 너무 중요한 능력이라고 생각해요.

▲ 2008년 베이징올림픽 양궁 금메달리스트 주현정 전 국가대표 선수 

몸이 더 안 좋아지는 것을 느끼면서도 저는 제 목표만 생각했던 것을 알게 되었어요. “나의 가족”을 잊고 지낸 시간이었어요. 아이와 많은 시간을 보내야겠다. 아이에게 다시 오지 않을 시기를놓치면 안되겠다 생각하고 그만두었어요. 지금도 항상 아이한테도 고맙고 남편이 현역선수인데 늘 고마워요. 엄마인데도 아이를 떼어 놓고 운동하는 것도 다 배려해 주었으니까요.

남편에게는 애인이고 싶고, 아이에게는친구이자 여자친구이고 싶어요. 10년째 주말 부부에요. 서로에게친구 같고 애인 같은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고 싶어요. 남편이라고 해서,내 아이라고 억지로 하고 싶지 않아요

가끔 제가 아이한테 화내고 그러죠. “빨리해! 빨리 안 와!” 이렇게 아이에게 소리지르고 나면 아이는 부정적으로바뀌더라고요. 저도 육아가 처음이다 보니까 서툴어요. 그런데아이에게 맞추려고 많이 노력하죠. 혼낼 때는 정확하게 혼내고 평소에는 남자친구처럼 지내요. 제가 일하면서 아이도 같이 커가는 것 같아요..

3. 엄마주현정 선수의 향후 계획이 궁금합니다.

지금은 국민체육진흥공단 수업, 대한양궁협회 수업, 레슨, 특강을 하고 있어요. 향후 제 이름을 건 아카데미를 하고 싶어요. 실내 양궁체험장은 200여개가 넘지만 실제 경기처럼 야외에서 전문가가 운영하는 곳은 아직 없어요.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제가 그리는 모습은 양궁이 학교체육에서 생활체육으로 가는 거에요. 그래서가족단위로 아빠와 아이가 종목으로 변화하는데 기여하고 싶어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운동 때문에 많이 떨어져지냈던 아들 지훈이와 즐겁게 지낼 예정이에요. 저도 앞으로의 저의 모습이 무척 기대되요.

공동취재 :신호진, 이모은, 장성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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