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에서 마지막 휴가를 받아 풀무원에 갔을 때 원경선 선생님이 부르셨다. 결혼할 때가 된 것 같은데 내 생각이 어떠냐는 것이었 다. 여기 여성이 있는데 그 여성은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이고, 그 여성도 나를 안다는 것이었다. 그 여성은 나와 결혼하고 싶다고 하는데 나의 의견이 어떠냐는 것이다./ 사진:픽사베이

 

 

 

군에서 마지막 휴가를 받아 풀무원에 갔을 때 원경선 선생님이 부르셨다. 결혼할 때가 된 것 같은데 내 생각이 어떠냐는 것이었 다. 여기 여성이 있는데 그 여성은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이고, 그 여성도 나를 안다는 것이었다. 그 여성은 나와 결혼하고 싶다고 하는데 나의 의견이 어떠냐는 것이다.

그 여성이 누구인지는 말씀하지 않으셨다. 나도 잘 아는 사람이 라고만 말씀하셨다. 나이는 나와 동갑이라고 하셨다. 그 여성은 나와 농사를 지으며 살고 싶다고 했다고 한다. 당시 나의 나이는 26 세로 남자는 결혼할 때가 되었지만 아직 남자로서 결혼이 늦은 상태는 아니었고, 여성은 결혼을 해야 하는 나이였다. 여성은 나이가 찼기 때문에 결혼을 서둘러야 한다며 나의 의견을 물으셨다.

그러면서 선생님은 결혼을 하면 여성이 남자가 하려는 일을 막는 경우가 많다며 배우자 선택은 잘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당시내 나이가 남자 나이로는 결혼이 빠른 편이었고 아직 결혼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은 상태인지라 아직 결혼할 의사가 없다고 말씀드렸 다. 내가 알기로는 원경선 선생님은 초등학교를 졸업했고 사모님은 최고학부를 다니신 것으로 알고 있다. 선생님 부부는 한 번도 부부 싸움을 하신 적이 없었다고 하셨다. 원경선 선생님은 초등학교를 졸업하셨지만 영어, 일본어, 중국어에 능통했고 성경을 창세기에서 요한계시록까지 외우신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그 후로 자의든 타의든 선을 참으로 많이 보게 되었다. 내가 마음에 들어 더 만나고 싶은 생각이 들면 상대가 나를 싫다고 했고, 내가 더 만나고 싶지 않은 여성은 상대방에서 계속 만나자고 했다.

어젠가 선을 보고 내가 싫다고 했더니 상대방 여성이 일주일 동안 회사에도 안 나가고 밥도 안 먹는다며 다시 만나보라고 하는 일도 있었다.

수원에서 전세를 살고 있을 때의 일이다. 어머니와 친분이 있는 아주머니가 자주 우리 집에 들렀다. 그 아주머니는 어머니와 자주 만나는 사이였는데 화성에서 초등학교 선생을 하고 있는 자신의 딸과 선을 보자는 것이었다.

당시 나는 결혼을 하려는 생각을 갖고 있지 않았을 때였다. 선을 보지 않겠다고 해도 자꾸 선을 보자고 했다. 한 번은 만나야 더 이상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 것 같아서 한 번 만나주기로 했다. 선보 기로 한 날 그 아주머니가 우리 집에 오셨다. 어차피 만나고 싶지 않은 상태였으니까 낮잠을 자다가 평상시에 입던 잠바를 입고 그아주머니 뒤를 따랐다.

그 아주머니는 내 뒤를 따라오며 머리나 빗고 가면 좋을 텐데, 양복은 없나 계속 중얼거리며 내 뒤를 쫓아왔다. 만나는 장소에 도착 하여 이야기를 나누어 보니까 첫 인상이 좋았다. 미모도 괜찮고 한번 사귀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남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 왔다. 다음날 그 여자가 “사람을 만나려는 기본자세가 안 된 사람 이라 더 이상 만나고 싶지가 않다”고 하는 말을 어머니께 전해들었다. 내가 원해서 선을 본 것은 아니지만 그때 선을 본 후 누구와 만나든 간에 첫 만남, 첫 인상은 아주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람을 만나는데 첫 인상은 일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는데 매우 중요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 인상이 나쁘면 될 일도 안 된다.나이가 30이 넘어가니까 선을 보라는 이야기도 차츰 뜸해졌다.

다리를 저시는 어머니를 위해서라도 결혼을 빨리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는 이미 결혼 적령기를 넘어섰다. 내가 잘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돈을 많이 가진 것도 아닌 주제에 왜 많은 여성들과 선을 보기 싫다고 했는지 모른다.

결혼을 미루다가 34살이 되어서야 결혼을 했다. 집사람과도 선을 보고 한동안 만나지 않다가 한참 후에 다시 만났다. 나는 어머니를 모셔야 하는데 어머니를 모시는데 반대하는 여성은 계속 만날 수가 없었다. 전에 만났을 때 어머니를 모셔야 한다고 했더니 당연히 모셔야 하지 않겠냐고 하여 다시 전화를 했고 만나는데 동의하여 결혼하게 되었다.

결혼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어느 날 갑자기 어머니의 하반신이 마비되었다. 수원에 있는 이춘택 정형외과에 모시고 갔더니 척추 암인데 하반신으로 내려가는 신경을 눌러 하반신 마비 현상이 온것이란다. 큰 병원으로 모시고 가라고 해서 수원에서 가장 큰 병원인 성빈센트 병원에 입원하셔서 수술을 받고 항암치료를 받으셨지만 입원한지 2개월 만에 어머니는 돌아가셨다. 어머니에게 손자도 안겨드리지 못했다.

결혼에는 적령기가 있다는데 그것을 무시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괜찮은 여성들을 소개해 줬는데 왜 거절했었나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내가 결혼을 좀 더 일찍 했더라면 아마 지금 쯤은 농사를 짓고 있을지 모른다. 이제 공직을 마무리해야 하는 날이 멀지 않았는데 공직을 마치고 평소 생각해 왔던 농사를 지으며 공동체 생활을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농사일을 접은 지도 삼십 년이 지났고 집사람은 농촌에서 살기 싫다며 혼자서 내려가 살라고 한다. 무공해 농사를 짓겠다고 결심했던 때가 생각난다.

후회 없는 삶을 살 수 없는 것이 인생인지 모른다. 아쉬움이 없는 삶은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비록 어려서나 청년시절에는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노년이 아름다워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이제 인간의 수명도 많이 길어져 퇴직을 하고도 삼십년 이상은 더 살아야 하는데 건강하고 아름답게 살아가려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배우자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미모가 중요한 가, 돈이 중요한가, 키가 중요한가. 아니다. 인생을 살아가며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서로가 도와주고 이끌어 줄 수 있는 가, 서로가 서로를 이해줄 수 있는가가 아닌가 생각한다. 내가 하고 싶은 말 한마디 덜 하고 상대방이 하는 말은 한마디 더 들어 줄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갖고 싶은 것을 하나 줄일 줄 알고, 상대 방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헤아려줄 줄 아는 사람이 필요하다. 부부간의 사이를 멀게 하기도 하고 결국 남남으로 만들어 놓기도 한다. 욕심은 형제간은 물론 부자간의 사이도 갈라놓는다. 욕심은 친구사이를 멀게 하고, 가까운 사람 사이를 갈라놓는다. 상대방에게 바라는 것이 크면 클수록 실망이 더 커질 수 있다.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할 수 없는 것은 할 수 없는 대로, 지금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면서 살면 실망할 것도 없고, 싸울 일도 없다.

욕망을 채우려고 하다보면 갈등을 갖게 되고, 갈등은 결국 부부 사이를 갈라놓기도 한다. 남남으로 만들고 만다. 갈라선다고 해서 욕망이 해결되는 것이 아니고 서로에게 상처만 남긴다. 결혼이라는 것은 나의 부족함을 채우는 수단이 아니다. 나의 욕망을 채우는 수단도 아니다. 나의 욕망을 내려놓아야 할 때도 있고, 나의 욕망을 포기해야 될 때도 있다. 때로는 희생을 해야 할 때도 있다. 참으며 상대의 부족함을 채우며 사는 것이 진정 아름다운 삶인 것이다.

채워도 채워도 모자라는 것이 사람의 욕심이라고 한다. 욕심은 부부간의 사이를 멀게 하기도 하고 결국 남남으로 만들어 놓기도 한다. 욕심은 형제간은 물론 부자간의 사이도 갈라놓는다. 욕심은 친구사이를 멀게 하고, 가까운 사람 사이를 갈라놓는다. 상대방에게 바라는 것이 크면 클수록 실망이 더 커질 수 있다.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할 수 없는 것은 할 수 없는 대로, 지금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면서 살면 실망할 것도 없고, 싸울 일도 없다.

욕망을 채우려고 하다보면 갈등을 갖게 되고, 갈등은 결국 부부 사이를 갈라놓기도 한다. 남남으로 만들고 만다. 갈라선다고 해서 욕망이 해결되는 것이 아니고 서로에게 상처만 남긴다. 결혼이라는 것은 나의 부족함을 채우는 수단이 아니다. 나의 욕망을 채우는 수단도 아니다. 나의 욕망을 내려놓아야 할 때도 있고, 나의 욕망을포기해야 될 때도 있다. 때로는 희생을 해야 할 때도 있다. 참으며 상대의 부족함을 채우며 사는 것이 진정 아름다운 삶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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