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헤어짐이란 가능한 걸까?

연애의 끝을 알리는 이별을 경험한 사람들이 상담실에 찾아와서 털어놓는 이야기는 다양하다. 연애를 하던 그 누군가에 대해서 미안한 마음을 이야기하고 싶어서 혹은 그 누군가가 이야기한 헤어짐의 부당함에 대해서, 혹은 헤어짐의 과정에서 만난 상대방의 잔인함(?)에 대해서, 그리고 이외 다양한 이야기들을 듣게 된다. 대학에서 재직할 당시 지인 분께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최고의 헤어짐’과 ‘최악의 헤어짐’이 무엇이냐고... 독자들은 이 답이 궁금하겠지만, 사실상 필자로서는 답하기 어려웠다. 그렇다면 좋은 헤어짐이란 가능하긴 한 것일까?

  1. 좋은 헤어짐을 위하여

헤어짐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상담실의 문을 두드리는 내담자들은 헤어지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존재가 하찮은 존재였는지?’ 또는 ‘내가 그런 사람을 사랑한 건지’, ‘지금까지 지낸 시간의 무의미함’ 등 자신이 느꼈던 부정적인 감정들을 이야기한다. 헤어지는 과정에서 만난 내가 사랑했던 그 사람은 너무나도 다른 모습을 보였기에 자신이 사랑한 사람의 진짜 모습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혼란스러워하는 것이다.

얼마 전 2년 동안 만났던 이성친구와 헤어진 내담자가 상대방에게 카톡으로 이별통보를 받아 힘들다며 찾아왔다. 일방적으로 이별통보를 받은 입장에서는 충분히 받아들이기 힘들고 배신감과 그 이상의 감정을 토로하기도 한다. 헤어짐은 어떤 경우에도 아프고 슬픈 법이니 어쩌면 좋은 이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할 수도 있다. 다만 최선의 헤어짐을 위해서는 1달을 만났든 1년을 만났든 그 추억을 소중히 여기고 서로의 인격을 배려하고 존중하여 서로에게 일부러 상처를 남기지는 않아야 하겠다. 그러기 위해 조금은 노력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소중했던 시간들을 정리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낯설고 어렵고 부자연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준비할 수도 예측할 수도 없는 일이기에 우리는 헤어짐을 담담히 받아들일 수 없고, 서로에게 많은 상처를 주는 헤어짐을 하게 된다. 좋은 헤어짐을 위해서는 마크 트웨인의 “어떻게 말할까 하고 괴로울 땐 진실을 말하라”는 말처럼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려고 현재의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포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진실 되게 말하는 것만이 지금까지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연결되었던 상대방을 배려하고, 헤어짐을 받아들이는데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2. 헤어짐의 과정에서도 필요한 ‘배려’와 ‘존중’

 ‘사랑의 시작과 유지 - 설렘에서 배려의 마음으로’라는 칼럼을 통해 사랑을 유지하는 데는 서로에 대한 배려가 필요함을 이야기했었는데, 실제로 이 배려라는 것은 헤어짐까지 유지가 되어야 하는 부분인 것이다. 

  헤어짐의 과정에서 상처를 경험한 사람들에게 많은 사람들은 위로의 말로 “그러면서 자꾸 성장하는 거야”라는 말을 한다. 사랑의 시작, 유지 그리고 헤어짐을 통해 우리는 성장한다. 나와 다른 사람에 대해서 이해하고 인정하는 과정이 바로 사랑이다. 어떤 과정이든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시작할 때 가졌던 마음을 잘 마무리하는 과정이 바로 헤어짐의 과정일 것이다.

 

▲ 출처:픽사베이

 사랑의 시작부터 종결까지 우리는 서로에 대한 존중과 배려의 마음을 버려서는 안 된다. 상대방의 일방적인 잘못에 의해서 종결하게 되었건 서로의 합의에 의해서 종결해야 되었건 서로에 대한 ‘설렘’, 나와 다른 사람 즉 타인과 만남에서 ‘끌림’을 경험하게 되는 그 순간부터 나와 다른 사람이라는 점을 잊지 않는다면, 헤어짐의 과정에서도 나와 다른 타인에 대한 ‘인정’과 ‘받아들임’의 과정이 필요하다. 바로 헤어짐의 과정에서도 ‘함께했던 시간’에 대한 존중, 그리고 ’헤어짐의 이유와 과정‘에 대한 배려와 존중, 마지막으로 ’서로의 가는 길‘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필요한 것이다.

많은 연인들이 헤어짐을 인정하지 못해 너무나 많은 상처를 주는 모습을 봤고, 상담에서 들을 수 있었다. 자신이 받은 상처가 너무 커 다시는 사랑을 하지 않는다는 내담자도 만났고, 자신의 탓으로 돌리며 자책하는 사람도 만났다. 그러나 내가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이 말하는 ‘사랑의 상처’는 사랑하는 과정이 아니라 헤어짐의 과정에서 받은 상처였다. 결국 흔한 말로 ‘시작보다 마무리가 중요하다’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사랑에 있어서도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인성이 중요하다. 사랑이 아무리 마법 같은 사건이라도 역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일’이기에, 또한 그 과정을 통해 우리 스스로가 성장해 나갈 수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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