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예술가를 만나다‘ 프로젝트의 시작은 “젊고 재능 넘치는 우리나라 예술가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라는 생각에서부터였습니다. 그래서 주위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예술인들에게 당신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물어 보았고 돌아온 대답들에는 한가지의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바로 대중들과의 소통. 작품을 완성해도 대중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적다는 것이 그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마련한 것이 이 “젊은 예술가를 만나다” 프로젝트입니다.

“젊은 예술가를 만나다”의 41번째 손님은 작가 “이신아”입니다. (본 기사는 인터뷰 형식으로 1문 1답 형식으로 진행되었으며 편안한 대화체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Q. 안녕하세요, 작가님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릴게요.

A. 안녕하세요, 이신아입니다. 심심하면 글 쓰고 심심하지 않을 때는 숨 쉬는 글쟁이입니다. 일부 분들께는 연재 필명인 김솜이 조금 더 익숙한 이름일지도 모르겠네요.

조아라에서 청춘남녀 버전 극한 생존기 아침드라마…가 아니라 음악 판타지 <센토레아를 위하여>를 완결했고, 현재 동양 판타지로맨스 <선비의 숲>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Q. 작가님이 그 동안 활동 한 창작활동에 대하여 설명해주세요.

A. 가장 열심히 해온 창작 활동은 일기입니다. 그 다음이 소설이겠네요. 생각나면 쓰고 생각나지 않으면 머리를 쥐어뜯으면서 그럭저럭 일 년에 한 종 정도 완결해왔는데, 연재 외에도 여러 방면으로 던져 놓아서 지금은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상태입니다. 자식 키워놓아도 말짱 헛거라더니 글도 역시, 머리든 글자색이든 뭔가 검은 것들은 애정을 주는 게 아닌가 봐요.

Q. 일기를 꾸준히 쓰셨었군요! 혹시 현재 진행중인 새로운 계획이 있으신가요?

A. 현재 계획은 이전에 세워놓았던 계획을 모조리 갈아엎는 것입니다. 당분간 글을 우선순위에서 내려놓아야 할 일이 생겼거든요. 그래도 아마 언젠가는 이 판으로 다시 돌아오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 희망이 앞으로 남은 계획의 전부겠네요.

Q. 아이고.. 안타깝네요.. 다시 돌아오시길 희망합니다! 작가님 글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거나 잘 써졌다고 생각하는 부분이나 구절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A. 적당히 예의 바르고 정중하게 거리를 지키면서도 진심으로 죄송스러워 하는 마음과 부드러운 애정이 묻어나도록 적은 후기…가 가장 괜찮게 나온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령 내일 하루 쉽니다 라든가… 사실 후기에서 농담도 던지고 피드백도 나누고 재미있게 쓰고 싶지만, 읽는 분들이 글에 몰입할 수 있도록 눈물을 머금고 자제하는 편이에요. 어려운 사람이라서가 아니고요…

글의 본문 중에서는, 글쎄요. 디오니소스의 광휘에 기대지 않는 이상 모든 글이 졸작이고 모든 문장이 잡문으로 보이는 것은, 아마 마른 우물을 퍼올려 바다를 만들어가는 창작자들의 슬픈 숙명이 아닐까요. 항상 다음 글을 쓰게 되면 그런 구절이 생길 거라고 믿고 도전하고 실패하고 있습니다. 다음 기회가 오면 또 도전해볼게요.

Q. 작품을 구상하고 쓰게 되는 과정에서 생긴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을까요?

A. 하루 스물네 시간이 너무 짧아서 주로 밤에 글을 여는데, 수면과 창작의 효율 간에는 부등가교환이 성립하더군요. 잠을 줄여서 글을 만지면 그나마 양 또는 질 하나라도 괜찮게 나와야 할 텐데… 항상 손해 보는 장사라서 무한 적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구상은 주로 가만히 앉아서 다른 (중요한) 일에 열중해야 하는 시간에 가장 잘 되지만, 여기서도 집중력과 결과물의 만족도는 불균형 관계에 있네요.

Q. 작가님이 창작 활동을 준비, 진행하면서 신경 썼던 부분이 있다면?

A. 아무 생각 없이 일상을 영위하다가 어느 순간 계약자를 소환하는 마법진이 떠오르면 후다닥 달려갑니다. 시간도 장소도 상도덕도 없이 불러대는 종신계약이라 한 번 불려가면 글의 노예 수준이에요… 작업 자체는 대체로 어렵고 가끔 수월해서, 종종 자유를 갈구하는 인간 존재의 본능으로 감정적 방위기제가 작동하면 무단 계약 파기 후 노트북을 닫고 뛰쳐나가게 되기 때문에… 글이 끝나기 전까진 지금 쓰고 있는 글이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신경 씁니다. 시간 배분이 항상 어렵더라고요.

Q. 작가님이 주로 다루는 장르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혹시 구 장르를 좋아하는 이유가 있나요?

A. 명시적으로 구분된 장르 중 직접 분류를 선택해본 것은 판타지와 역사/전쟁, 로맨스판타지가 있네요. 딱히 좋아한다기보다는 그저 써놓은 글의 소속이 그러해서 적었습니다. 그래도 특정 분야를 자주 건드리게 되는 건 아마 현실에서 익숙해서 라는 이유가 가장 크지 않을까 합니다.

이야기라는 것이 틀 안에서만 노는 착한 아이가 아니기 때문에 장르 구분이나 키워드 분류에 대해선 약간 회의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 자신을 수천 자 자기소개서에 담아내기 어려운데 하물며 창작물이라면야. 게다가 자식이란 항상 부모의 기대를 빗나가기 마련이라 제 신뢰이익이 전혀 보호되지 않더라고요.

개인적으로 판타지란 장르의 정의도 아직 규명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그냥 모든 작품을 판타지로 분류해버리면 안 되는 걸까 하는 싶기도 해요. 그럼 무엇이든 써도 되겠지요. 물론 지금도 판타지란 명목 하에 무엇이든 쓰고 있기는 합니다만…

장르라고 해서 특정 분류에 갇혀있을 필요 없고, 웹소설이라고 해서 소위 말하는 사유의 영역을 넘보지 못할 필요 없겠죠. 쓰고 싶은 걸 쓰다보면 읽고 싶은 분들이 읽으시려니 하고 있습니다. 감사하게도 우리나라 장르 독자들은 아직 상당히 너그러운 독서 취향을 가지고 계시는 것 같아요.

▲ 이름과 필명 만큼 청순한 _ 작가 이신아

Q. 작가님이 글을 쓰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A. 들여쓰기를 잊지 말자. 그리고 적당한 문단 사이 엔터도 필요하다… 전자가 원칙에 대한 고집이라면 후자는 현실과의 타협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주로 인쇄된 매체를 통해 문자를 접한 탓에 최근의 웹소설 형식이 익숙하진 않아요. 그렇지만 언젠가 한 번은 인터넷에 제가 올려놓은 소설을 모바일로 다시 보았더니 내용을 떠나서 가독성이 황당하더라고요. 이걸 읽으라는 건지, 읽는 사람을 괴롭히겠다는 건지… 그 후로 항상 업로드한 다음 독자의 입장에 빙의하여 점검 작업을 거치고 있습니다.

그래도 옛날에 비해서는 그런 접근 장벽을 상당 부분 해소했다고 느끼고 있어요. 설마 저 혼자만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 아니어야 할 텐데…

나름 전통적인 감각도 개성이라고 시장의 다양성에 기여할 수도 있겠지만, 이미 수요자가 변화하고 있다면 그들의 성향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는 공급자 또한 마땅히 그 추세에 발 맞추기 위하여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아직 좀 많이 느린 편이라 만일 쫓아가려거든 분발해야겠지요.

Q. 연재를 준비하고 있는 미래의 후배 작가들에게 본인이 경험해본 선배로써 조언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A.제가 감히 선배라고 할 만한 연차는 못 되기 때문에… 오스카 와일드의 말을 빌리자면, 쓸모 없는 것을 만들었을 때 그것에 대해 유일하게 변명하는 방법은 자기 자신이 그것을 열렬히 좋아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모든 예술은 진정 쓸모가 없지요.

저는 유행을 잘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이지만, 여러 레스토랑과 분식점들이 난무하는 대도시 골목 안쪽에 길 찾는 행인을 위한 작은 카페 하나 정도 있어도 좋다고 생각해요. 다리 아픈 사람이 쉬어가는 벤치도 필요할 거고요.

재미있다면 포기하지 마세요. 인생은 짧지만 의외로 시간은 많더라고요.

Q. 앞으로 개인적으로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A. 너무 글 외적인 이야기라서 구체적으로 풀기는 좀 그렇네요. 현실세계에서의 꿈이 이루어져 삶에 여유가 생기게 되면, 언젠가 판타지 세계에서의 꿈들도 다시 펼쳐 보일 수 있는 날이 찾아오기를 바랍니다. 아직 쓰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서요.

Q. 오늘 인터뷰 감사했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미션 하나! 작가님 이름으로 3행시!!

A. 이 : 이렇게 재치와 센스를 시험하실 줄이야.

신 : 신나게 써놓고 보니

아 : 아무 말 대잔치라서 공개할 수가 없네요…

Q. 하하, 재밌는 삼행시네요. 마지막으로 독자들과 소통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A.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독자 분들의 모든 감상들이 제게는 하나의 작품으로 다가온다는 사실도요. 그러니까 여러분 마음대로 읽으셔도 돼요. 이해를 대충하든 해석을 자유분방하게 하든, 전혀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편하게 보셔도 됩니다. 제가 만들어놓은 것은 진흙뿐이고 읽은 이가 불어넣은 숨결을 통하여 피조물들은 비로소 생명을 얻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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