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신청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됐습니다. 삼성 불구속의 신화가 이어졌습니다. 이병철 회장은 사카린 밀수사건에서, 이건희 회장은 노태우 정권 수백억원의 비자금 사건에서, 이재용 부회장은 뇌물과 횡령, 위증죄로 구속영장이 청구됐습니다만, 결국 불구속이었습니다.

19일 서울중앙지법 조의연 영장전담부장판사는 18시간이 넘는 고심 끝에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특검의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렸습니다. 조 부장판사는 대가관계와 부정한 청탁에 대한 소명, 지원경위에 대한 다툼의 여지, 관련자 조사를 포함한 수사진행 경과를 고려했을 때 구속의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는데요, 앞서 특검은 삼성이 미르·K스포츠재단과 최순실씨 측에 총 430여억원을 지원한 것이 ‘뇌물죄’와 ‘제3자 뇌물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부회장이 삼성 경영권 승계라는 대가를 바라고 구체적인 청탁을 했다고 판단한 겁니다.

법원은 특검이 제시한 증거만으론 '뇌물죄' 성립요건인 '대가관계'와 '제3자 뇌물죄' 요건인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 확신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관련자 조사 등을 언급한 것은 특검이 '뇌물수수자'로 규정한 박근혜 대통령을 조사하지 않은 점을 지적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재벌총수인 이 부회장이 상대적으로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크지 않다는 점도 영장기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국민들은 크게 분노했습니다.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깊어집니다. 단지 이재용 부회장을 구속시키지 못했다는 ‘괘씸죄’같은 차원이 아닙니다. 이번 판결을 내린 조의연 판사는 앞서 신동빈 롯데 회장, 존 리 옥시 대표 등의 영장을 기각한 전력이 있습니다. 하루 전인 18일엔 사법부의 이와 같은 판결도 있었습니다. 2400원을 미입금한 혐의로 버스기사를 해고한 것이 “사회통념상” 정당하다는 판결이었습니다. 430억 원에 달하는 뇌물죄 혐의의 재벌총수에는 관대한 법원이 2400원 버스비에 들이댄 엄격한 잣대. 이러한 이중 잣대를 바라보는 국민들은 분노를 넘어 참담할 지경입니다.

지난 20일 열린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대한 구속 전 영장 실질심사 심리를 맡은 성창호 서울중앙지방법원 영장전담 부장판사에게 엄청난 관심이 쏠렸습니다. 하루종일 포털 사이트 검색어 1위를 차지했습니다. 성 부장판사는 지난해 고(故) 백남기 농민의 부검영장과 관련해 조건부 영장을 발부해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습니다. CJ 이미경 부회장에게 사퇴를 압박해 외압 의혹을 받고 있는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9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를 받은 강현구 롯데홈쇼핑 사장 등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해 논란에 중심에 서기도 했습니다. 검색어 1위는, 이재용의 기각에 이어, 김기춘과 조윤선마저 기각되는 것이 아닌가하는 국민들의 불안과 분노가 반영된 숫자였습니다. 법 앞에 평등해야하지만, 법은 재벌 앞에 무력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상 심층취재파일의 유창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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