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야기한 옥시레킷벤키저 관련 책임자들이 유죄 선고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재판 결과에 대해 가습기 살균제 사태 피해자 유족들은 울분을 토하고 있는데요, 오늘 심층취재파일에서는 이번 가습기 살균제 사태 판결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지난 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는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신현우 전 옥시 대표에게 법정 최고형인 징역 7년을 선고했습니다.

 앞서 검찰은 신 전 대표에게 20년을 구형했는데요, 신 전 대표가 이번 판결에서 징역 7년형을 받게 된 데는 여러 혐의 중 가장 법정형이 높은 ‘사기죄’에서 무죄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검찰이 신 전 대표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한 주된 이유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였습니다. ‘인체 무해’ 등의 허위 광고 문구를 내세워 소비자들을 속이고 51억원에 달하는 이익을 얻었다는 판단에 따른 것입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신 전 대표 등은 가습기 살균제에 함유된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의 농도가 낮고 유독물로 지정돼 있지 않아 안전성이 문제없다고 인식했다"며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가습기 살균제가 안전성이 결여돼 인체에 해로울 수 있음을 신 전대표 등이 알고 있으면서도 피해자들을 속여 금전을 편취할 뜻이 있었다고 인정돼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이 부분이 명확히 증명되지는 않았다는 점이 재판부의 판단이었습니다.

한편 옥시의 존 리 전 대표에 대해서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로는 충분히 혐의가 입증되기 어렵다”며 무죄가 선고됐습니다. 

재판부는 “재직 당시 옥시 가습기살균제 제품의 안전성이나 라벨 표시문구가 거짓임을 의심할만한 보고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하며 “직접 보고관계에 있던 외국인 임원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지 못하고 일부 직원들의 추측성 진술만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신 전 대표는 가습기 살균제가 개발되고 초기 판매될 때 옥시에서 대표직을 지냈고, 존 리 전 대표는 신 전 대표가 물러난 후 2005년부터 2010년까지 옥시 코리아의 대표직을 맡았습니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의 가장 큰 책임자라고 할 수 있는 대표들, 한 명은 검찰 구형량보다 훨씬 더 낮은 형량을, 한 명은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판결 결과, 가습기로 자식을 잃은 한 유족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피고인석에 앉아있던 존 리 전 대표를 향해 소리를 지르며 울분을 토하기도 했습니다. 끔찍한 피해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언제까지 지켜봐야 할까요, 이상 심층취재파일의 유창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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