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바이올리니스트 故안병소의 1930년대 제작 악기 기증 받을 예정

최근 제 16회 반클라이번 콩쿠르 최연소 우승으로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피아니스트 임윤찬을 비롯하여 2022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첼로 부문 우승자인 최하영 등 세계 각국의 콩쿠르에서 한국 클래식 연주자들의 활약이 매우 뚜렷하다.

명실상부 K-클래식으로 자리 잡은 대한민국 클래식 음악계에는 세계적인 콩쿠르에서 우승한 스타 플레이어 외에도 보석같은 움직임으로 자신의 자리에서 반짝이고 있는 젊은 연주자, 작곡가 외 예술가들이 많다.

도전하는 사람들의 신문, 한국 투데이에서는 장르를 막론한 젊은 예술인들을 조명하고 그들의 음악세계와 활약상을 인터뷰하는 아티스트 인터뷰 시리즈를 시작한다.

그 첫 번째 아티스트로 최근 우리나라 최초의 바이올린 악기 제작자로 알려진 故안병소 선생의 악기를 기증 받게 된 바이올리니스트 박주경을 만나보았다.


 

바이올리니스트 박주경
바이올리니스트 박주경

한국투데이(이하 한): 안녕하세요, 선생님.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박주경(이하 박): 안녕하세요. 현재 건국대학교 겸임 교수이자 일라이나이 트리오, 에티카 앙상블에서 관객 분들을 만나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박주경입니다.

 

한: 네, 최근 정말 중요한 악기를 기증받으셨다고 들었어요.

박: 영광스럽게도 우리나라 바이올리니스트 중 근현대 역사에서 빼놓을수 없는 故안병소 선생님이 1930년대 독일 베를린 음악원 (현 우데카) 유학 시절 아르민 노이먼 공방에서 제작했던 악기를 받게 되었습니다. 제가 故안병소 선생님에 대한 논문으로 미국 일리노이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는데요. 지금까지 우리나라 사람이 제작한 최초의 바이올린들은 6.25 이후로 알려져 있었는데, 제가 이번에 받을 악기는 알려진 것보다 몇십년을 더 앞서 제작된 악기라 역사적으로 그 가치도 있고, 정교하게 잘 제작된 악기라 소리 또한 뛰어납니다.

 

한: 그런 중요한 악기를 아무에게나 기증할 것 같지는 않은데요? 선생님의 그동안의 음악적 활동이 궁금합니다. 데뷔 무대를 여쭤보고 싶어요.

박: 음, 귀국 독주회를 계기로 데뷔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2018년 1월이었는데요. 귀국 후 꾸준히 독주와 앙상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한: 선생님의 앙상블 활동 중 에티카 앙상블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처음 들어보시는 분들을 위해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박: 에티카 앙상블은 서울시 지정 전문예술단체로 등록된 팀인데요. 이 팀은 피아노 퀸텟과 해설자로 이루어져있고요, 현재 저희 세종문화회관 꿈의숲아트센터 협력예술단체로 있어서 올해 많은 공연들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물어보지는 않으셨지만(웃음) 또 다른 팀은 일라이나이 트리오인데요, 세 멤버 다 성격은 조금씩 다르지만 너무 잘 융화된다는게 느껴질 정도로 뭔가 합이 잘 맞아요. 얼마 전에 베토벤 트리오 전곡 시리즈를 막 끝냈어요.

 

일라이나이 트리오 (왼쪽부터 피아니스트 정혜연, 바이올리니스트 박주경, 첼리스트 정승원)
일라이나이 트리오 (왼쪽부터 피아니스트 정혜연, 바이올리니스트 박주경, 첼리스트 정승원)

 

한: 네, 2년여에 걸친 전곡 시리즈가 최근 끝났다는 소식 저희도 기사를 통해 잘 보았습니다. 지금은 명실상부 활약 중인 바이올리니스트이지만 선생님에게도 처음이 있으셨겠죠? 처음 음악가로서 삶을 살겠다고 결정한 시기가 언제이실까요?

박: 군대에 있을 때, 음악가로서의 삶을 확신하고 결정했었던 것 같아요. 저는 경찰 악대에서 군생활을 보냈는데요. 군대에서 신기하게 연주 실력이 늘길래(웃음) 제대하면 앞으로 더 자세하게 음악을 배우겠다고 마음을 먹었었죠.

 

한: 군대에서 음악가의 삶을 결심했다니 상당히 독특한데요(웃음). 과정이 쉽지 않으셨을 것 같은데 도움을 주신 분이 계실까요?
박: 한국에 들어와서 친하게 지내는 음악하는 형이 있는데, 그분이 해주는 조언들은 거의 생활신조처럼 여기고 잘 듣는 편이예요. 아무래도 같이 어려운 시기를 겪기도 해서 그런지 더 스스럼없이 깊은 얘기도 나누고 다가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많이 의지가 되었고 지금도 되고 있어요.

 

연주 중인 바이올리니스트 박주경
연주 중인 바이올리니스트 박주경

한: 그렇군요. 그런 존재는 늘 힘이 되죠. 부럽습니다. 많은 분들에게 음악은 취미활동으로 여겨지곤 하는데요. 음악이 직업인 분들에게는 어떤 취미활동이 있을까요?

박: 저는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하는데요, 영화는 유명한 영화부터 마이너한 실험영화까지 영화 가리지 않고 다 봅니다. 인기있는 영화는 남들이 다 보기 때문에 저도 볼려고 하고요, 재미없는 영화는 왜 재미없는지 궁금해서 봅니다.

그 외에 음반수집을 하고 있습니다. 음반도 장르가리지 않고 모으는데요, 영화와는 다르게 듣는 것이 목적은 아니고 수집 자체가 더 큰 목적입니다.

최근에 취미를 직업과 연결한 일이 있는데요. 제가 속한 에티카앙상블에서 공연기획을 한게 있어요. 테마는 영화음악이였는데, 나만의 플레이리스트를 선보인다는 컨셉으로 진행했습니다. 보완할 것들도 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결과물이 잘 나와서 자신감을 좀 더 얻게됐어요.

 

한: 정말 흥미로운 공연이었을 것 같아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어느덧 인터뷰를 마칠 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어떤 공연이 예정되어 있는지, 또 우리 한국투데이 독자 분들에게 하실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박: 네, 먼저 이 시리즈의 첫 인터뷰이로 참여할 수 있어서 정말 기쁘게 생각합니다. 일단 7월 22일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앙상블 클리인트라는 이름으로 바이올린 듀오 & 피아노 연주를 선보입니다. 그리고 9월 30일은 일신홀에서 Uncut Gems라는 타이틀로 제 독주회를 엽니다. 슈만, 풀랑, 아이브스의 바이올린 소나타들을 선보일 예정이에요.

독자 분들께서도 제가 들려드리는 음악을 통해 즐거움을 얻어가셨으면 좋겠어요. 제가 고민하고 연구한 부분들이 잘 전달이 돼서 공감을 얻으면 더할 나위없이 좋겠죠. 나아가 관객들과 오랫동안 무대에서 만날 수 있으면 바랄 것이 없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많이 지켜봐주세요, 감사합니다.

 


연주 뿐만 아니라 기획, 연구에도 열정적인 바이올리니스트 박주경과의 인터뷰 시간은 그의 활동 만큼이나 뜨거운 시간이었다. 원로 바이올리니스트 故안병소 선생이 1930년대 제작한 한국 최초의 악기를 기증받아 활동하게 될 그의 앞으로의 연주를 더욱 기대한다.

 

바이올리니스트 박주경
바이올리니스트 박주경

박주경이 국내 초연한 E. Lalo - Introduction et Scherzo (D'après "Namouna")

 

  • 바이올리니스트 박주경 프로필

- 건국대학교 사범대학 음악교육과 졸업

- 미국 일리노이 대학교 석사 및 박사 졸업

- New York Artists International Competition 우승, Plowman Chamber Music Competition 심사위원 특별상

- William Allen 예술기금, 기업 노루페인트 후원 아티스트 선정

- 시카고 시빅 오케스트라 부수석, 일리노이 모던 앙상블 솔리스트 겸 리드 바이올리니스트 역임

- 주 홍콩 대한민국 총영사관 초청연주

- 스위스 루체른 페스티벌 Alumni 연주자

- 현) 건국대학교 겸임교수, 음악문화기업 앙상블리안 소속 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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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이자 기획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하우스콘서트를 운영하며 신진 예술가들을 만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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