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악기 브랜드 주피터 아티스트 발탁, 전 세계 매장에 영상 공개 예정

최근 많은 아티스트들에게 도전이 되는 분야가 있다. 바로 유튜브다. 대중음악 등 상업 예술의 분야에서는 뮤직비디오 등을 통한 영상물 제작이 이미 일반화되어 있지만 사실 클래식계에는 그렇지 않았다. 하지만 코로나 19 대유행을 기점으로 클래식계의 많은 아티스트들이 1인 미디어 제작에 뛰어들었고 현재까지도 성행하고 있다. 

클래식 음악을 기반으로 한 1인 미디어에는 영상 작업 뿐만 아니라 편곡, 음향, 아이디어 등 다양한 지식이 요구된다. 따라서 고도의 전문성을 가진 연주자보다는 '두루두루 조금씩 잘하는 잡학다식한 멀티 플레이어'가 크리에이터로서는 오히려 제격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투데이의 새로운 예술가 인터뷰 시리즈, '아티스트를 만나다' 두번째 시간에는 다양한 활동을 펼치는 클래식 기반 유튜브 크리에이터 중 높은 퀄리티와 음악성이 돋보이는 피리보이 윤승호를 만나보았다.


 

사진: 유튜브 크리에이터 피리보이(윤승호)
사진: 유튜브 크리에이터 피리보이(윤승호)

한국투데이(이하 한): 안녕하세요.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피리보이 윤승호(이하 피):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저는 플루티스트이자 유튜버 피리보이로 활동 중인 윤승호입니다.

한: 네, 피리보이. 어감이 굉장히 좋아요. 영어(Piri Boy)로도 발음하기가 굉장히 좋구요. 어쩌다가 이런 활동명을 짓게 되셨나요?

피: 친구들끼리 우스갯소리로 플루트를 피리라고 불렀었어요. 저도 플루트보단 피리라고 표현하는 게 친근감있고 좋더라구요. 또 많은 분들이 쉽게 부를 수 있는 단어인 것 같았구요. 거기에 제가 아직 철이 덜 들어서 뒤에 보이를 붙여 피리보이가 되었습니다. 유명 랩퍼 기리보이에서 따온 거 아니냐는 말씀들도 많이 하시는데, 맞습니다.(웃음) 사실 그것도 노려서 더욱 친숙하게 하고자 했습니다.

한: 상당히 대중성을 많이 생각하신 이름이네요. 처음으로 플루트를 시작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피: 어렸을 때 어머니가 플루트를 배우셨어요. 재밌어 보였죠. 혼자 악기를 꺼내서 불어보면서 독학으로 시작했습니다. 숨을 불면 소리가 나고 키를 누르면 음정이 바뀌는 메커니즘이 정말 신기하고 재밌었어요. 꾸준히 하다 보니 부모님께서 레슨을 권해주셨고 중학생 때 나간 콩쿨에서 입상을 하게 돼 자신감이 붙었습니다. 그 자신감을 바탕으로 전공을 시작하게 됐고 지금 여기까지 오게 되었네요.

다운타운 베이비 Flute x loopstation 중 한 장면(출처=유튜브 피리보이 갈무리)
다운타운 베이비 Flute x loopstation 중 한 장면(출처=유튜브 피리보이 갈무리)

한: 중학생 때의 경험이 지금의 플루티스트 윤승호를 있게 했군요. 그렇다면 유튜버 피리보이의 데뷔는 언제부터 였을까요?

피: 데뷔라는 말이 조금 낯간지럽기는 하지만(웃음) 피리보이의 시작은 2020년 6월 5일입니다. 코로나 초기에 갑자기 한가해졌던 시기인데요. 집에 있다가 그냥 평소 듣는 음악들을 플루트로 옮겨와보면 재밌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8마디 정도만 녹음을 하고 들어 봤는데 작업물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바로 악기를 챙겨서 작업실로 갔죠. 몇 시간 만에 녹음을 끝내고 다음 날 바로 촬영을 해서 유튜브에 업로드 했고 그 곡이 지코의 '아무노래' 였어요. 작업과정들과 결과물이 신기하기도 했고, 댓글 반응들도 재밌었어요.

 

한: 피리보이 영상들이 모두 굉장한 정성이 들어갈 것 같은데, 주로 어떤 과정으로 제작되나요?

피: 크게 편곡, 음향, 영상으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플루트의 음역과 주법에 맞는 편곡 작업에 가장 많은 공을 들입니다. 현재까지는 MR을 사용하지 않고 모두 직접 연주하고 있어서 적게는 25채널에서 많게는 35채널까지 혼자서 모든 레이어를 연주합니다. 녹음 후 믹싱까지 이루어지면 최종적으로 영상을 촬영해요. 사실 저보다 전문가이신 분들은 너무 많지만 이걸 다 융합해서 결과물을 만드는 건 조금 다른 영역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다행히 스스로를 스페셜리스트라기보다는 잡학다식한 멀티플레이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부분을 장점으로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한: 잡학다식이라는 표현이 인상적인데요. 요즘 시대는 그런 분들을 크리에이터라고 부르는 것 같아요.

피: 그런 편이죠(웃음). 사실 크리에이터가 저한테는 조금 거창한 듯 하게도 느껴지기는 하지만 이 잡학다식함을 박학다식함으로 업그레이드 시켜 더 큰 변별력과 차별성을 가지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사진: 플루트 외의 도구로 음악을 재치있게 표현한 빅맥송(출처=유튜브 피리보이 갈무리) 
사진: 플루트 외의 도구로 음악을 재치있게 표현한 빅맥송(출처=유튜브 피리보이 갈무리) 

 

잡학다식함을 박학다식함으로 발전시키는 연주자가 되고 싶어요.

한: 활동을 시작하실 때 참고했거나 영감을 받았던 아티스트가 있을까요?

피: 제이콥 콜리어(Jacob Collier)를 가장 존경해요. 콜리어는 음악가가 사랑하는 음악가라고 불리는데, 그 음악들을 들어보면 이 시대의 모차르트가 아닐까란 생각이 듭니다. 발상도 정말 기발하구요. 유튜브에 올린 그간의 작업물들을 통해 그의 성장과정도 확인할 수가 있는데, 그 과정들도 저에게 큰 동기부여가 되었습니다.

저의 은사님이신 플루티스트 문록선 선생님도 저에게 큰 자극이 됩니다. 선생님은 1993년부터 현재까지 매년 독주회를 개최하고 계시는데요. 늘 신선한 레퍼토리들과 도전들로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이따금씩 훌쩍 외국으로 떠나 새로운 것들을 배우시기도 하구요. 저도 뭔가 도전해야 할 때, 선생님을 떠올리면서 용기를 내는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사진: 베이스 플루트를 불고 있는 피리보이 윤승호
사진: 베이스 플루트를 불고 있는 피리보이 윤승호

한: 정말 멋지네요. 피리보이의 활동에도 그 영향들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이런 활발한 개인활동 외 팀 활동도 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소개 부탁드릴게요.

피: 앙상블 조이너스와 아디나라는 팀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조이너스는 장애, 비장애 통합예술단체인데 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이 합을 맞춰 연주를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고, 또 열정과 수준 또한 상당합니다. 멤버들 간에 동료의식도 깊어서 매 연습과 연주 때마다 항상 즐거운 마음으로 임하고 있어요.

아디나는 앞서 말씀드린 문록선 선생님을 필두로 모인 플루트 앙상블입니다. 오래된 역사만큼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는 플루트 앙상블 단체인데요. 실력만큼 레퍼토리도 파격적이어서 연주 때마다 관객분들의 호응이 굉장히 좋습니다. 곧 정기연주회가 예정되어 있어요. 자신있게 공연 추천 드립니다.

사진: 피리보이 윤승호가 활동 중인 장애, 비장애 통합예술단체 앙상블 조이너스
사진: 피리보이 윤승호가 활동 중인 장애, 비장애 통합예술단체 앙상블 조이너스

한: 많은 분들이 꼭 한 번 가보셨으면 좋겠네요. 최근 좋은 일이 있으셨다고 들었어요. 코스모스 악기 아티스트에 이어 글로벌 악기 브랜드 주피터 아티스트로 발탁 되셨다구요.

피: 네, 감사하게도 한국 플루티스트로서는 현재까지 유일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곧 제가 제작한 영상이 전 세계 주피터 악기 매장에서 상영 될 예정이예요. 주피터 악기는 많은 아마추어 분들에게 입문용 악기로 사랑받고 있어요. 소리도 쉽게 잘나고 견고하고 수리를 받는 시스템도 잘 되어 있죠. 만약 처음 플루트를 접하신다면 JFL700E 모델을 자신 있게 권해 드립니다. 제 유튜브에 주피터로 연주한 영상들도 있으니, 한번 확인해 보셔도 좋을 거 같아요.

한: 클래식을 듣고 즐기는 것을 넘어 연주까지 할 수 있다면 더욱 좋겠네요.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인터뷰를 마칠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독자 분들에게 피리보이 윤승호, 어떤 아티스트로 기억되고 싶으세요?

예술의전당 인춘아트홀에서 연주 중인 플루티스트 윤승호
예술의전당 인춘아트홀에서 연주 중인 플루티스트 윤승호

피: 진취적이고 호기심 많은 음악가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협업에도 굉장히 열려있는 음악가구요(웃음). 언제든지 재밌고 흥미로운 협업제안 마구마구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음악은 즐기고 향유해야 한다는 게 제 철학인데 막상 클래식을 대하고 있는 절 돌아보니 즐기고 있지 못하더라구요. 제가 정말 평소에 좋아하고 즐기고 있는 것들을 제 방식대로 표현해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런 저의 시도들이 많은 분들에게 전해질 수 있다면 제일 기쁠 것 같아요.

전문 공연장에서만 만날 수 있었던 클래식 음악의 벽을 허물고, 영상을 통해 장르를 넘나드는 자유로운 시도를 펼치는 피리보이 윤승호와의 인터뷰는 그의 마지막 멘트 만큼 진취적이고 활기찬 시간이었다. 기회가 된다면 오프라인으로 콘서트를 하고 싶다는 그의 바람이 머지않아 이루어지기를 응원한다.

 

유튜브 크리에이터 피리보이(윤승호) 프로필

- 부산예술고등학교 졸업

-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예술사 장학 입학 및 졸업

- 한국음악협회 콩쿨 2위

- 월간 객석 초청연주, 현대카드 아트 프로젝트 당선

- (주)코스모스 악기 아티스트, 글로벌 악기 브랜드 주피터 아티스트

 

피아니스트이자 기획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하우스콘서트를 운영하며 신진 예술가들을 만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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