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가 지난 3월 인수한 바이오테크 기업 이소바이오텍(IsoBioTec)이 개발 중인 CAR-T 세포 치료제의 초기 임상 결과가 공개되며 항암 치료 패러다임 전환에 청신호가 켜졌다. 다발성 골수종 환자를 대상으로 한 이번 임상에서 100%의 치료 반응률, 그리고 절반의 완전 관해(complete remission) 사례까지 보고되어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CAR-T(Chimeric Antigen Receptor T-Cell) 세포 치료제는 암세포를 표적하는 데 있어 높은 특이성과 지속력을 보여주는 차세대 면역항암제다. 환자의 혈액에서 채취한 T세포를 유전자 조작을 통해 암세포를 표적할 수 있도록 재설계한 뒤 체내에 다시 주입해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게 하는 방식이다. 현재까지 승인된 CAR-T 치료제는 백혈병, 림프종 등에 주로 사용되고 있으며, 다발성 골수종 치료에 적용 중인 임상 연구는 여전히 초기 단계에 속한다.
이소바이오텍이 개발 중인 CAR-T 치료제 후보물질 ‘ESO-CELL’은 기존 CAR-T 플랫폼과는 다른 두 가지 강점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첫째, 고유의 다중항원 타깃 기술을 통해 종양세포의 항원 소실에 따른 치료 저항성 발생률을 낮춘다. 둘째, 세포 제조 공정을 대폭 간소화하여 제조 기간을 최소화함으로써, 환자가 적절한 치료 타이밍을 놓치지 않도록 설계되었다.
이번에 공개된 1상 임상시험 데이터에서는 중증 다발성 골수종 환자 4명을 대상으로 한 시험에서 전원이 치료에 반응을 보였다. 특히 두 명의 환자는 암세포가 영상 및 혈액검사상에서 완전히 사라졌다는 ‘완전 관해(complete response)’ 상태에 도달했다.
현재 CAR-T 분야에서는 노바티스의 킴리아(Kymriah), 길리어드의 예스카타(Yescarta), BMS의 아벡마(Abecma) 등 다수의 승인을 받은 제품이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다만 이들은 특정 혈액암에만 효과적으로 적용되며, 제조 기간이 길고 비용이 과다한 점이 단점으로 꼽힌다.
이소바이오텍은 이 제한점을 크게 개선한 기술력을 통해 다발성 골수종이라는 고난도 혈액암 분야에서 조기 성과를 보이며 경쟁 우위를 확보하려 하고 있다. 특히 아스트라제네카의 강력한 글로벌 연구 및 생산 인프라가 접목되면 후속 임상 속도 역시 빨라질 전망이다.
다만 주목할 점은 아직까지 ESO-CELL은 1상 초기임상 단계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장기적인 효과 지속성과 안전성, 그리고 대규모 환자군에서도 유사한 반응률을 보일 수 있는지에 대한 확인이 필수적이다. 또한 환자 맞춤처방이 필요한 기술 특성상, 대량 생산 및 보급 체계를 어떻게 구축해나갈지도 상용화를 앞두고 풀어야 할 숙제다.
한편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다발성 골수종 CAR-T 치료제의 2년 생존률이 기존 화학요법치료 대비 약 2~3배 이상의 향상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소바이오텍과 아스트라제네카의 협력이 이러한 예측을 실제로 입증해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CAR-T 기술은 백혈병 치료에서 첫 성과를 거둔 이후 현재 림프종, 골수종, 그리고 일부 고형암까지 적용 범위를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이소바이오텍의 이번 데이터가 대규모 임상에서도 재현 가능하다면, 기존보다 더 정교하고 빠른 면역 기반 항암 전략으로 CAR-T의 새로운 장을 열 수 있다.
확장성과 치료 지속성, 그리고 비용 효율성이라는 세 가지 핵심 과제를 해결해가는 이소바이오텍의 도전은 암 치료 기술 혁신의 분기점이 될 수 있으며, 아스트라제네카에게는 면역항암 분야 내 입지 확장을 위한 결정적인 기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