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사각지대에서 급성장한 식자재마트 
불법적 관행과 편법 운영 바로잡을 규제 필요해 

▲ 사진: 고물가 시대,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식자재마트가 급성장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 사진: 고물가 시대,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식자재마트가 급성장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식자재마트는 식당이나 급식소, 카페 등 기업 간 거래(B2B) 위주로 대량의 식자재를 판매하는 유통업체다. 주 고객은 자영업자지만, 다양한 식재료와 생활용품 등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어 최근에는 식자재마트를 찾는 일반 소비자의 수도 증가하고 있다.

식자재마트가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것은 산지 직매입 방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중앙 물류를 거치지 않고 산지에서 바로 직접 매입하기 때문에 중간 유통비나 보관비, 운송비 등을 절감할 수 있다. 

또한 당일 산지에서 현금으로 구매하는 방식을 통해 도매가보다 더 저렴한 가격으로 매입할 수 있으며, 마진을 낮게 가져가면서 판매량을 끌어올리는 박리다매 전략으로 초저가 판매가 가능한 것이다. 

최근 발표된 산업통상자원부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국 식자재마트 영업점은 1803개로 추산된다.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국내 대형마트 3사의 점포 수가 2024년 말 기준 368곳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5배가 넘는다. 

고물가로 내수 경기가 침체되고, 거세게 시장을 잠식하는 이커머스와의 경쟁에 밀려 오프라인 유통업계가 고전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대표적인 '빅 3' 식자재마트인 장보고, 세계로마트, 식자재왕도매마트의 총매출은 2023년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한 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장보고식자재마트의 2024년 매출은 4502억원으로 10년 전인 2014년과 비교해 147.6% 급성장했다. 같은 기간 세계로마트  역시 742억원에서 1249억원으로 10년 사이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마트가 지난 10년간 정부의 규제에 묶여 성장이 침체된 사이에, 식자재마트가 반사이익을 얻어 급성장할 수 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식자재마트는 면적 3000㎡ 미만의 매장으로,  유통산업발전법의 '대형마트 규제'를 받지 않는다. 그 결과 대형마트처럼 영업 시간 제한이나 의무 휴업 규정에서도 자유로워 365일 24시간 영업이 가능하다. 

게다가 최근에는 온라인몰을 론칭하거나 전화 주문을 받은 후 고객의 집까지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1인 가구 수요에 맞춰 소량의 상품 카테고리를 확대하는 등 특화 전략을 도입함으로써 일반 소비자를 끌어당기고 있다.

 

▲ 사진: 식자재마트 규제 사각지대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토론회 사진        출처: 연합뉴스 
▲ 사진: 식자재마트 규제 사각지대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토론회 사진        출처: 연합뉴스 

하지만 단시간 내 급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식자재마트를 둘러싼 잡음도 상당하다. 경기도에 위치한 한 식자재마트는 2년간 계란을 납품한 계란유통상인에게 산지 가격보다도 현저하게 낮은 가격에 납품하도록 강요하여 막대한 손해를 봤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계란 뿐 아니라 콩나물, 쌀 오래 보관하기 힘들고 납품처를 바꾸기 어려운 입장의 상인들이 비슷한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소상공인연합회가 개최한 '식자재마트 규제 사각지대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토론회에 참석한 손수호 한국콩나물숙주농업인협회장은 "식자재마트는 할인 행사 시 원가의 30% 수준의 낮은 가격으로 납품을 요구한다"라고 폭로했다. 또한 공급업체들은 쉽게 납품처를 바꿀 수 없는 상황일 때가 많아, 어쩔 수 없이 손실을 감수하고 납품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한 식자재마트가 들어선 인근의 상인들도 적지 않은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초저가 마케팅으로 일반 소비자까지 흡수하면서 인근 골목 상권을 위협하고 유통 생태계를 교란하는 '잡식 공룡'으로 군림하고 있기 때문이다. 식자재마트로 인해 주변 소규모 상점과 전통시장은 상권 자체의 존폐 위기에 몰리고 있는 현실이다.

건강한 유통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해서는 규제 사각지대에 놓인 식자재마트의 불법적 관행과 편법 운영 등을 근절할 수 있는 필수 규제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세계 곳곳의 흥미롭고 새로운 소식을 정확하고 쉽게 전달하고자 노력합니다.
저작권자 © 한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