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가 지난 18일 한국거래소에 상장 철회서를 제출하며 공식적으로 IPO 일정을 연기했다. 이는 지난 6월 28일 상장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한 지 4개월 만이다. 케이뱅크는 최대 5조 원 규모의 시가총액을 목표로 수요 예측에 나섰지만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고평가된 몸값, 높은 업비트 의존도, 그리고 시장 친화적이지 못한 공모 구조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었으며, 결국 자체 경쟁력을 입증하지 못한 것이 결정적인 이유로 풀이된다.

고평가 논란과 카카오뱅크와의 비교

기업 가치는 절대가치 평가방법과 상대가치 평가방법으로 나뉜다. 절대가치 평가방법은 기업의 미래 현금흐름을 할인하여 현재가치로 환산하는 방식(D.C.F. 모형)으로, 정확한 예측과 적절한 할인율 설정이 중요하다. 반면, 상대가치 평가방법은 유사 기업과의 비교를 통해 가치를 산정하는 방식이며, PBR(주가순자산비율), PER, PSR 등이 사용된다. 케이뱅크는 PBR을 활용해 기업가치를 평가했으며, PBR은 특히 자본적정성이 중요한 금융회사에서 주로 사용된다.

▲출처: DART_케이뱅크 투자설명서 PBR(주가순자산비율) 방법을 적용한 이유
▲출처: DART_케이뱅크 투자설명서 PBR(주가순자산비율) 방법을 적용한 이유
▲출처: DART_케이뱅크 투자설명서 케이뱅크에 적용된 높은 PBR비율
▲출처: DART_케이뱅크 투자설명서 케이뱅크에 적용된 높은 PBR비율

PBR(주가순자산비율) 방식으로 계산된 케이뱅크의 희망 시가총액 밴드는 3조 9,586억 원에서 5조 3억 원으로 설정되었다. 초기부터 고평가 논란이 있었으나, 카카오뱅크의 주가 부진이 지속되면서 논란은 더욱 확산되었다. 카카오뱅크는 2021년 8월 상장 이후 기대했던 플랫폼 기반 이익 창출 효과가 미미했으며, 수익 구조도 기존 시중은행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았다.

▲출처:  Google finance_ 2021년 8월 상장 이후 카카오뱅크의 주가 부진
▲출처:  Google finance_ 2021년 8월 상장 이후 카카오뱅크의 주가 부진

2023년 상반기 기준, 케이뱅크의 순이익과 자본총계는 카카오뱅크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며,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도 케이뱅크는 400만 명, 카카오뱅크는 1,500만 명으로 약 4분의 1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케이뱅크의 PBR은 2.56배로, 카카오뱅크(1.62배)보다 높게 책정되었다.

국회에서 제기된 우려

케이뱅크의 IPO 추진에 대한 우려는 17일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도 제기되었다.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케이뱅크가 시장에서도 고평가 논란에 휩싸여 있으며, 이로 인해 개인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IPO 과정에서 투자자 보호와 은행의 건전성, 운영 이슈를 철저히 챙기겠다"고 답변했다.

또한 이 의원은 케이뱅크의 예수금 중 약 20%에 해당하는 4조 원이 업비트와 관련된 예금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일반 은행에서는 특정 업체에 자금이 이렇게 집중된 사례가 드물다고 경고했다. 업비트와의 제휴로 발생하는 수익이 케이뱅크의 주요 수익원이지만, 가상자산 시장의 변동성에 따라 케이뱅크의 수익성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었다.

▲출처: DART_케이뱅크 투자설명서 비트코인(가상자산) 가격에 따른 VASP예금 잔약 추이 변동
▲출처: DART_케이뱅크 투자설명서 비트코인(가상자산) 가격에 따른 VASP예금 잔약 추이 변동

구주매출과 공모주에 미치는 영향

구주매출은 기존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을 시장에 판매하는 방식으로, 공모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적당한 양의 구주매출은 상장기업의 지배구조 분산과 시장 내 주식 거래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지만, 너무 많은 양의 구주매출은 주식 공급이 과도해져 수요가 이를 소화하지 못할 경우 주가 하락을 초래할 위험이 크다.

이번 케이뱅크 IPO에서는 구주매출이 41,000,000주로, 공모주식의 50%를 차지했다. 이러한 대규모 구주매출은 기존 주주들이 지분 매각에 집중하고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으며, 이는 신규 투자자들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

▲출처: DART_케이뱅크 투자설명서 구주매출 주식수 41,000,000주(공모주식의 50%에 해당 함)
▲출처: DART_케이뱅크 투자설명서 구주매출 주식수 41,000,000주(공모주식의 50%에 해당 함)

또한, 할인율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케이뱅크는 희망 공모가액 산정 시 7.06%에서 26.42%의 할인율을 적용했는데, 이는 2021년 8월 상장된 카카오뱅크나 최근 5년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기업들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출처: DART_케이뱅크 투자설명서 카카오 뱅크와 최근 5개년 유가증권 시장 상장 기업 평균 평가 할인율
▲출처: DART_케이뱅크 투자설명서 카카오 뱅크와 최근 5개년 유가증권 시장 상장 기업 평균 평가 할인율
▲출처: DART_케이뱅크 투자설명서 이번에 케이뱅크 희망공모가액 산출에 사용된 할인율
▲출처: DART_케이뱅크 투자설명서 이번에 케이뱅크 희망공모가액 산출에 사용된 할인율

상장 재추진 여부

이번 IPO 철회는 케이뱅크의 두 번째 상장 실패다. 2022년에도 IPO를 추진했으나 금리 인상과 증시 부진으로 상장이 무산된 바 있다. 그러나 케이뱅크는 상장예비심사 승인의 효력이 내년 2월까지 유지되기 때문에, 공모구조를 개선해 다시 상장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조속히 상장을 재추진할 것이며, 올바른 기업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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