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가사 '기역 디귿'을 '기억 디읃' 표기
광복절에는 일본 기미가요 내보내 빈축

KBS가 한글날 행사를 중계하며 한글 자막을 잘못 표기해 논란을 자처했다.

맞춤법이 잘못 표기된 채 방송된 578돌 한글날 경축식  출처: KBS 방송 캡쳐

KBS 1TV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KTV는 지난 9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578돌 한글날 경축식’ 행사를 중계했다. 행사의 축하 무대로 참여한 서도밴드가 부른 ‘한글 뒤풀이’ 공연에서 노래 가사를 자막으로 송출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한글을 주제로 한 노래인 ‘한글 뒤풀이’는 노랫말에 한글 자음 ‘기역 니은 디귿 리을’이 나오는데 이 가사를 ‘기억 니은 디읃 리을’이라고 자막을 잘못 쓴 것이다.

가사 대부분이 ‘기역 니은 디귿 리을’의 반복이었는데, 공연 내내 잘못된 맞춤법을 반복적으로 노출했다. 또 무대 배경 스크린에는 가사가 ‘기역 니은 디귿 리을’이라고 옳게 적혀 있었는데도, 방송 자막은 맞춤법이 틀린 채로 수차례 노출되고, KTV 생중계에서도 동일하게 쓰여 시청자에게 혼란을 가중시켰다.

해당 공연 이후, 이들 방송사는 잘못 된 점을 파악하지 못했는지 방송 중계 과정에서 정정이나 사과를 하지 않았다.

출처: KBS

하지만, 온라인상에서는 비판이 이어졌고, KBS 시청자청원 게시판에도 이를 지적하는 글이 올라왔다.

한 시청자는 자막 오류와 관련한 언론 보도를 첨부한 뒤 “한글날 경축식에서 자막을 사전에 확인도 안 하고 내보냈나”라고 지적하며, "국민들이 많이 참석하는 국가 행사를 이렇게 대충 해도 되는 건가"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시청자도 "수신료가 아깝다. 공영방송이라는 게 부끄럽다"고 꼬집었다.

또한, 온라인 상에는 "한국인이 저걸 틀리다니, 그것도 공영방송에서", "광복절엔 기미가요를 틀더니 한글날엔 맞춤법 틀리고 가지가지 한다", "기가 막힌다. 기억 디읃이라니 한심하다" 등 다양한 비판의 목소리가 올라왔다.

결국 KBS는 이날 오후 8시쯤 홈페이지에 ‘한글날 경축식 중계와 관련해 시청자 여러분의 양해를 구합니다’라는 제목의 공지를 올렸다. KBS는 “행사 기획사가 제공한 가사 자막에 오류가 있었으나, 방송용으로 재제작하는 과정에서 걸러내지 못했다”며 “자막 오류를 발견한 뒤 다시 보기 서비스를 일시 중단하고 수정작업을 거쳐 서비스를 재개했다. 시청자 여러분께 불편을 끼친 점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오페라 '나비부인' 방송 후 올린 KBS의 사과문 출처: KBS
오페라 '나비부인' 방송 후 올린 KBS의 사과문 출처: KBS

앞서 KBS는 광복절인 지난 8월 15일 0시에 오페라 '나비부인'을 방송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이 작품은 일본에 주둔한 미국인 장교와 일본인의 비극적 사랑을 담고 있다. 극이 일본을 배경으로 하는 만큼 등장인물들을 기모노를 입고, 극 중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장면에서는 일본 국가인 기미가요가 흘러나왔다. 

방송 후 시청자들은 굳이 광복절에 기모노와 기미가요가 나오는 일본 배경의 오페라를 편성했어야 했냐며 강하게 비판했다. 아울러, 이날 KBS 뉴스 기상 코너에선 잘못된 태극기 이미지가 삽입되기도 했다.

이에 '왜색 논란'이 불거지자 KBS는 공식 홈페이지에 대국민 사과문을 올렸다. 박민 KBS 사장 역시 국회에 나와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박 사장은 “지난해 11월 취임할 때 가장 강조했던 부분이 KBS의 주인은 국민이며, 국민들께서 사회적 이슈에 대해 올바르게 판단할 수 있도록 정확한 정보와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었습니다. 방송을 통해 위안을 제공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국가적으로 중요한 날에 국민들께 불쾌감을 드린 점에 대해 집행부를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라고 말했다.

국가적으로 중요한 기념일에 KBS의 실수가 반복 되자 어느 방송보다 가장 신뢰 받아야할 공영방송의 신뢰도를 잃고 있다. 공영방송을 책임지고 있는 KBS의 임직원들은 본인들이 내세우는 '국민의 방송'이라는 슬로건에 맞는 모습을 시청자에게 보여야할 것이다.

현실에 닿고, 공감할 수 있는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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