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픽사베이
출처 : 픽사베이

 

 

아무튼 난 회사 다니고 있었으니까.

원래 출퇴근할 때 신랑이 전철역까지 데려다 주고 데리러 오고 그랬거든.

근데 언제부터인가 퇴근길 도착하는 전철역에서 시어머니랑 같이 차를 타고 기다리고 있더라고,

같이 저녁 먹자고……

처음 몇 번은 나도 좋은 마음이었어

어머님 혼자 되시고 얼마나 적적하실까.

그래 우리라도 외롭지 않게 해드리자 라는 생각..

이게 진짜 선의를 베풀만한 사람한테 베풀어야지

에휴…… 한숨만 나온다

 

그러다 하루는 내가 퇴근 전에 신랑한테 이야기를 했어

아 그때는 5월 임신 후였는데

“여보 오늘도 어머님이랑 같이 나와?

“아니 아직 연락 없으신데 왜 싫어?

“어 싫어 오늘은 둘이 밥 먹고 싶은데

“어 그래 알겠어.

 

그렇게 그날 둘이 오랜만에 저녁을 먹었지

저녁 먹으면서 내가 물어봤다?

“여보 어머님 혼자되시고 적적하실 까봐 같이 저녁이라도 먹어야지 하면서 먹긴 했는데 나도 여보랑 둘만의 시간이 더 좋아, 그리고 너무 자주잖아…… 어떻게 생각해?

“어 나도 그렇게 생각하긴 했는데, 여보가 아무 말 없길래 괜찮은 줄로만 알았지, 앞으로 이런 거 바로 바로 이야기 해줘. 내가 중간에서 조절 잘 할게

“응 고마워 여보

‘내가 우리 둘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하는걸 고맙다고 해야 하나 라는 생각을 했지만

뱉지는 않고 이렇게 지나갔다고. 에휴..

 

그리고 며칠 뒤에 퇴근하려는데 신랑이 전화가 왔어

“어 여보 나 조금 있으면 퇴근이야

“아 그래? 여보 오늘 엄니가 자기집에 와서 밥 먹자는데 갈래?

“그래? 밥 차려주시는 거야?

“어 우리엄마 쉐프잖아 음식 엄청 잘해 엄청 맛있어 먹으러 갈래?

“차려주시는 거 부담스러운데, 고생이잖아.

“우리엄마 요리하는 거 좋아해 그런 거 걱정하지마

“그래 먹으러 가자

 

난 안본지 며칠 지났고, 어머님 보러 가지 뭐 어려운 것도 아닌데 라는 생각,

그리고 진짜 이때까지만 해도 엄청난 배려였다. 어머님이 적적하시니까.

지금 생각해도 난 참 한참을 너무 몰랐어 좋은 마음으로 한 행동들이 꼭 좋은 결과로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거 알게 된 거지…… 나 참 바보 같다 그치 지민아?

그날 그렇게 저녁을 먹는데,

내 입맛에 맞지도 않고, 솔직히 맛있는지도 모르겠는데,

신랑이 아~ 맛있다 하면서 먹더라고, 꼴 보기 싫게,

나는 엄마 요리솜씨가 그리 좋지도 않아서 그런지, 그냥 배가 고프면 먹는 스타일이지 맛 따지는 스타일도 아니잖아.

근데 신랑은 전라도거든 전라도음식 완전 맛있잖아. 늘 반찬도 많아야 하고,

아무튼 자기엄마 음식을 먹고 자라서 그 음식이 입에 베여서 그런지

계속 연신 맛있다고 하면서 먹는 거야.

 

아무튼 다 먹고, 역시나 설거지는 절대 못하게 하시고 본인이 했어.

정말 어느 정도로 설거지를 못하게 하냐면 내가 수도꼭지를 틀었더니 나를 잡아다가 소파에 앉히고 또 앉히고

주방에 오지 말라고 밀치고 또 밀치고, 막 그러셨어.

그래서 아 정말 나를 배려해주시는구나 했지.

 

그리고 역시나 그날 체했다.

별로 편하지도 않은 시어머닌데, 아무리 편하게 먹으라고 해도

편하게 먹어지지 않더라고……

 

그러다 임신을 계기로 완전 이건 부를 이유가 생긴 거지.

신랑한테 매일 전화해서 혜진이 뭐 먹고 싶은지 물어보라고 해라

그거 본인이 해주겠다고.

그래서 또 며칠 안 갔으니 가야겠다 라는 마음으로

비빔국수가 땅기길래 비빔국수 먹고 싶다고 신랑 편에 전했지.

퇴근하고 신랑이랑 같이 갔더니 비빔국수를 해놓으셨더라고,

근데 그때 임신 극 초기라 먹덧 이었는지 맛도 모르겠고 일단 막 입에 집어 넣었어.

감사하다고 잘 먹었다고 했고, 역시나 설거지는 본인이 하시겠다 해서 안 했고.

 

그리고 내가 본격적인 입덧이 왔어.

시어머니가 나한테 몇 번을 그랬거든

“내가 얘(아들) 임신 했을 때 입덧을 입덧을 낳을 때까지 해가지고 엄청 고생했다

이 말을 정말 내 귀에 피나도록 하셨어.

그래서 그래 본인도 입덧이 그리 심하셨는데, 나도 입덧을 하니까 이해해주시겠지

라는 알량한 생각을 했다 내가.

 

시어머니는 어쩜 쉬지도 않고 매일

신랑한테 전화해서, 오늘 저녁 같이 먹자고 하시더라고

만약 안 되는 날은 삼촌네랑 같이 저녁을 드셨는데,

그렇게 시어머니 챙겨주는 삼촌네가 그때는 고마웠어 정말.

 

아무튼 내가 입덧이 엄청 심했잖아.

나 입덧하고 7kg 빠졌잖아. 오우 지금 생각해도 생지옥이다.

가만히 있어도 토하고, 냄새라는 게 나면 바로 토하고, 자다가도 토하고, 그냥 계속 토해……

진짜 지금 생각해도 입덧 때문에 둘째는 힘들 것 같아.

 

그런 와중에 시어머니가 자꾸 저녁 먹자 하고 뭐 먹고 싶냐 하니

“여보 나 입덧이 심해서 아무것도 못 먹겠고 먹는 거 생각만해도 토 나오고,

너무 힘들다고, 여보 배고프면 어머님이랑 먹고 와

라고 했지. 그래서 몇 번은 신랑 혼자 가서 저녁 먹고 오고 그랬어.

 

난 아들이 갔으니 됐다. 생각했지.

 

그러다 내가 입덧이 최고조였을 때 였어.

여느 때와 같이 신랑한테 또 전화가 왔지.

삼촌네랑 같이 삼겹살 먹으러 가자고 했다는 거야.

난 그때 고기의 ㄱ 만 생각해도 바로 토할 때라……

신랑한테 혼자 다녀오라고 했지.

 

신랑이 다녀와서 하는 말이,

임신하면 엄청 예민해지거든, 안 그래도 예민한데 더 예민해지는 거야.

 

아무튼 신랑 말이

“우리아들 집에서 밥도 잘 못 얻어먹는데, 고기 많이 먹고 가라 하면서 쌈을 싸주더래.

그래서 내가

“집에서 밥 못 먹는다고 이야기했어?

“여보가 입덧이 심하잖아. 그거 이야기 하다 보니까 냉장고 문도 못 연다, 음식 자체를 할 수가 없다. 뭐 그런 이야기 했지~

“으이구 바보야, 여보는 꼭 시어머니한테 내가 못하는 것만 이야기 하더라? 그런 거 이야기 하면 아이고 우리아들 와이프한테 잘하고 사네 소리 듣는 줄 알아? 우리아들 고생시키네, 그런 생각하셔, 이번에도 마찬가지야, 며느리 입덧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아들 밥 굶긴다고 생각한다고

“우리엄마 그런 사람 아니야

“그런 사람 아니긴, 아들 집에서 밥 못 얻어먹는다고 고기 많이 먹고 가라고 했다며, 그게 그런 거야

“아니야, 우리엄마 진짜 그런 사람 아니야, 그건 내가 고기를 좋아하니까 그런 거지

“아 답답하다 진짜

 

진짜 대화가 안돼서 그날 그냥 그렇게 말을 말았어.

진짜 자기엄마를 전혀 몰라.

신랑이 말하는 엄마랑 내가 겪는 시어머니랑은 전혀 다른 사람 같아 진짜로.

 

그리고 며칠 후에 나 입덧 괜찮냐고 또 저녁 같이 먹자고 하시네?

내가 진짜 너무 화가 나서

“여보, 나한테 말하지 말고 알아서 좀 끊어, 나 입덧한다고 말 안 했어?

입덧 심하다고 말 안 했냐고!

“어 했는데, 혹시나 조금이라도 먹을까 하고 물으시는 것 같아

“여보, 그리고 진짜 좀 심하다는 생각 안 해?

밥을 굶더라도 내 집이 편하다고!!!!! 내가 지금까지 어머님이랑 여행가고 밥 먹고 했던 게 다 편해서 그렇게 한 건 줄 알아? 여보 어머님이니까 내가 생각하고 배려해드린 거지. 근데 여보는 왜 나 배려 안 하는데?

“어 알았어 여보, 중간에서 힘드네

“지금 나 때문에 힘들다고 하는 거야?

“아니”

“맞잖아. 그냥 내가 고분고분하게 네네 하면서 저녁 먹으러 가면 여보가 편한데 그게 안되니까 지금 힘들다고 하는 거 아니야?

“아니야”

“아니면 뭔데?

“중간에서 그냥 힘들다. 힘드네,

“여보”

“어”

“잘 들어봐, 매일 저녁 먹자고 질문을 하는 사람이 누구야?

“엄마지”

“근데 대답할 때마다 우리 싸우는 거 알아?

“어 그래서 너무 힘들어

“그래, 자꾸 여보 힘들게 질문을 하시잖아 매일, 밥 먹자고……

그게 여보는 내가 안 먹어서 지금 문제가 생기는 것 같아?

매일 밥을 먹자고 어머님이 자꾸 문제를 만들어 주잖아.

우리가 안 싸워도 될 일을 자꾸 싸우게 하시잖아.

“응 여보 말이 맞아

“여보 우리엄마도 나한테 매일 전화해서 밥 먹자 안 해 진짜 너무 스트레스야 여보,

적당히 좀 끊어 제발, 차라리 솔직하게 말씀을 드려, 혜진이가 매일 밥 먹자고 하는 거 부담스러워 한다고.

여보는 여보 엄마니까 편하겠지, 난 아니야. 난 우리엄마여도 매일 이렇게 저녁 같이 먹자고 연락 온다면 상상만해도 싫어. 무슨 말인지 알겠어?

진짜 굶어도 내 집이 편하다고 내 집이!!!

“응 알겠어 여보, 그렇게 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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