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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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민아 알지?

나 4월에 결혼날짜 잡고 결혼식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결혼식 3주전 3월말에 오후5시쯤 신랑한테 전화가 온 거야.

“어~ 나 오늘 퇴근 일찍 할게~”

“……울먹……”

우는 거야, 그래서 장난치는 줄 알았지.

요게 무슨 장난을 치려고 이러나~ 싶었는데

“여보, 아빠 돌아가셨대”

“…….뭐라고?....농담……아니지……”

“이런 걸로 누가 농담을 해……

나 지금 엄마랑 같이 장례식장 가는 중이야

장례식장으로 와 여보”

 

이 말을 듣는데 헛웃음이 나왔어.

뭐야? 이게 뭐지? 누가 돌아가셨다고?

너무 놀랐고 어안이 벙벙했고,

일단 부장님께 이 사실을 말씀 드렸더니

퇴근도 한 시간밖에 안 남았는데 그냥 먼저 퇴근하라고 하시더라고.

그리고 혹시 연차를 쓸 거냐고 물어 보시길래

그건 상황을 보고 말씀 드리겠다고 하고 장례식장으로 나섰지.

 

가는 길에 엄마한테 전화를 했어.

“엄마, 민호 아빠 돌아가셨대”

“뭐? 아이고 야 어쩌니, 어쩌니, 장례식장 가는 길이야?”

“응, 가는 길인데 너무 당황스러워”

“엄마도 준비하고 얼른 갈게”

 

그렇게 장례식장을 도착했는데 말이야

그전에 말해둘게 있어.

우리신랑에게는 4명의 고모가 있어.

총 5남매중 1남 4녀의 집안.

고모들과 시어머니는 사이가 좋지 않아.

결혼 전 고모들을 만났을 때는 시어머니 욕을 전혀 하지 않으셨고 거의 없는 사람으로

전혀 말도 꺼내지 않으시고, 그저 우리 둘과 아버님 이야기만 하시더라고.

왜 그런 줄 알아?

우리 신랑 초등학생 때 시아버지와 시어머니가 이혼한 사이래.

그런데 같이 살았다, 말았다, 살았다, 말았다. 했대.

그러니 고모들 입장에서는 자기 오빠나 자기 동생 힘들게 하는 시어머니가 뭐가 예쁘겠어.

그래서 시어머니를 미워하셨나 봐.

 

시어머니가 결혼 전에 만났을 때마다 나한테 했던 이야기가

“내가 하도 시집살이를 많이 해서, 나는 절대 시집살이 안 시킬 거다”

라는 말이었어.

나한테 고모들 욕을 엄청 했거든, 그리고 본인의 시아버지 시어머니 욕도 함께.

그러면서 자기는 절대 안 그런데, 절대 며느리 시집살이 안시킬거래, 너희만 잘살면 된다고 하면서

시집살이 걱정은 절대로 하지 말라고 그야말로 신신당부를 하셨지.

 

장례식장에서 오랜만에 고모들과 시어머니가 마주했나 봐

서로 아주 껄끄럽고 어색하게 있었고,

상주는 신랑이 했고, 상주자리에 시어머니도 있었고,

난 그날 하루만 있다가 가야 되나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하고 있었어.

신랑한테 물었더니

“오늘만 있다가 가 그냥, 너무 힘들잖아. “

“여보가 더 힘들 것 같은데, 옆에 있어줘야 맞는 건지 어떻게 해야 할지 진짜 모르겠어”

 

이러던 중에 친정엄마가 오셔서

조문을 했고,

“혜진아, 여기 며칠 있을 생각하지 말고, 엄마랑 같이 집에 가자”

“엄마 그렇게 해야 맞는 건가? 민호 생각하면 곁에 있어줘야 할까 싶고”

“혼자 옆에서 멀뚱히 뭘 어떻게 해주겠어, 아직 결혼전이라 정식 며느리도 아니고 그리고 결혼 전에 벌써 일하고 그러는 거 아니야 너 힘들잖아.”

“알겠어 엄마, 그러면 그렇게 할게.”

 

잠시 뒤에 시어머니가 나한테 오셔서는

내 두 손을 꼭 붙잡고 말씀하시더라고

“혜진아, 네가 아직 결혼전이지만, 결혼 날을 잡았고 아빠도 널 많이 예뻐했으니, 가족이다 생각하고 며느리로 상주자리에 같이 있어줄래?”

 

이 말을 듣는데 가슴이 너무 찡해서 그 자리에서 바로 “네” 소리가 나오더라.

결혼 전 까지는 어머님이나 아버님을 만났을 때 두 분다 나한테 참 많이 잘해주셨거든.

물론 따로 만났어, 두 분이 떨어져 살고 계셔서.

다 같이 만 난적이 한 두 번 정도 있고, 나머지는 아버님 따로 어머님 따로 만났었어.

아버님은 진짜 나를 너무너무 예뻐하셨고, 지금 그립기도 해 사실.

아무튼, 저 말을 듣는데 그냥 온 마음이 “네” 하고 있더라고.

그래서 엄마한테 이야기를 했더니

엄마는 안 된다고 하라고 하지. 그러더니 결국은

“혜진이 네 마음이 그렇다면 그렇게 해. 엄마는 혜진이 마음이 중요해”

 

이렇게 나도 3일동안 며느리로서 상주자리에 함께 있었어.

 

이렇게 힘든 일을 신랑과 함께 해주고 싶었고,

곁을 지켜주고 있는 내 모습에 내가 멋지다고 까지 생각했던 것 같아.

 

아무튼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뭐냐 면 지민아,

시아버지와 시어머니는 사이가 가깝지 않으셨고,

자주 왕래도 하지 않았으며, 같이 살지도 않았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어머니 적적하실 까봐 내가 시어머니를 엄청나게 배려하고 있었다고.

 

아 신랑은 누구랑 살고 있었냐고?

아빠랑 살고 있었어. 그래서 난 시어머니가 아들에 대한 정이 많이 없구나 하고 속으로 생각했지.

 

아들들이 그런 건지 신랑이 그런 건지,

아니 그 누구든 부모를 잃은 사람이라면 그런 거겠지.

갑작스레 떠난 아버지에 대한 슬픔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후회로 오나 봐.

떠나간 아버지에게 너무 미안하다는 말을 하면서 우는데,

나도 마음이 많이 아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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