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룡사 9층 목탑 음각 경주타워, 양각 중도타워와 ‘결혼’

▲ 결혼을 앞둔 경주타워와 중도타워.
경주타워(처녀탑)가 시집을 간다. 신랑은 경주타워 바로 앞에 서있는 중도타워(총각탑)다. 

두 탑 모두 신라 서라벌에서 조국의 안녕과 백성의 안위를 기원하며 위용 있게 서있었던 황룡사 9층 목탑을 현대에 재현한 탑이다. 

오는 16일 오후 경주세계문화엑스포 공원 내 경주타워 앞 무대에서 경주타워와 동국제강이 만든 중도타워는 혼례를 올리고 부부가 된다. 

빛으로 두 탑을 연결해 아름다운 10월의 밤을 수놓을 이번 행사에 앞서 13일 오후 3시 경주엑스포 대회의실에서는 ‘천년의 꿈, 두 탑의 결혼’ 제작발표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천년의 꿈, 두 탑의 결혼’이라는 이름으로 거행되는 이번 혼례는 삼국통일의 꿈과 염원을 담은 황룡사 9층 목탑을 천년 후에 재현한 중도타워(총각탑)와 경주타워(처녀탑)가 민족 대화합을 취지로 부부의 연을 맺게 되는 것이다. 

경주타워는 그 황룡사 9층 목탑을 음각했으며, 중도타워는 동국제강이 황룡사 9층 목탑을 재현해 건축한 탑으로 경주타워와 도로를 사이에 놓고 마주보게 지어져 음양의 조화를 상징하고 있다. 

이날 결혼식에서 신부 측 아버지는 경주시장, 신랑 측 아버지 동국제강 대표이사, 풍월주(중매장)는 경주문화엑스포 사무총장, 집례는 경주향교 전교, 상객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등이 맡을 예정이다. 

화려한 결혼식과 공연이 함께 하면서 마치 한 편의 그림처럼 펼쳐질 전망이다. 김일중 전 SBS 아나운서가 사회를 맡아 오후 5시 30분부터 본행사가 열리며 ‘천년의 꿈 두 탑의 결혼’과 관련된 샌드아트 영상, 사주단자 오는 날 영상 상영, 마당극 뮤지컬, 신행행렬, 두 탑의 만남과 혼례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 

중도타워에서 시작되는 신혼행렬은 경주타워까지 퍼레이드(행진)로 이어진다. 신랑 측 혼주, 신라 고취대, 청사초롱, 함진아비, 기럭아범, 가마꾼 등 총 500여명이 참여해 행진하며, 관람객들에게 떡을 나눠주는 등 관객과 함께 즐거움을 나누는 잔치마당을 연다.

이어 신랑, 신부 혼자들의 감사인사, 혼례, 신랑, 신부를 표현한 신라 화랑의 기백을 표현한 화랑도 퍼포먼스(공연) 등으로 혼례식을 진행한 후, 두 탑을 빛으로 연결하는 레이저쇼가 펼쳐져 혼례는 절정에 달하게 된다. 

모든 참석자들이 축하하는 가운데 경주시장이 세계 연인의 날을 선포하고 비보이 그룹, 농악대, 초대가수 김태우 등의 축하무대로 흥을 높일 예정이다. 

특히 중도타워에서 경주타워까지 500m 구간을 청사초롱으로 장식한 길을 거닐거나, 전생에 있던 두 타워(경주타워와 중도타워)의 러브스토리를 샌드아트로 상영한 영상을 보면서 결혼을 앞둔 연인이나 신혼부부들에게 볼거리와 함께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 줄 것으로 보인다. 

또 온·오프라인을 통한 공모와 함께 현장에서 써낸 사연으로 선정된 연인 또는 부부 200여 쌍도 행진에 참여한다. 

경주문화엑스포 이동우 사무총장은 “천여 년 전 백성의 안위와 나라의 안녕을 위해 세워졌던 황룡사 9층 목탑을 사랑의 이야기로 만들고 민족의 화합을 소망하기 위해 마련했다”며 “행사장을 찾은 연인들과 가족들에게 행복한 추억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황룡사 9층 목탑은 643년 선덕 여왕 때 자장 율사의 건의로 만들었다. 9층은 주변 9개의 나라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들의 침입을 부처님의 힘으로 막으려는 호국 불교의 성격을 보이고 있다. 13세기 몽고 침입으로 불에 타 절터와 탑 터만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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