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세상 만들기

파나소닉 창업주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경영의 신으로 불린다. 그는 회사에서 돈을 버는 만큼 사회에 공헌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인물이다. 그의 발자취는 세계 곳곳에 남아 있고 그의 정신은 전세계 기업인들의 마음에 깊이 박혀있다. 대한민국에도 그의 정신을 이어받은 사람이 있다. 공존공영을 외치며 사회에 이익이 되는 기업이 많아지기를 바라며, 한국의 마쓰시타를 꿈꾸는 파나소닉코리아 전 대표이사 노운하 고문을 만나 보았다.

[ 사 진 ] 파나소닉 노운하 고문
[사진] 파나소닉 노운하 고문

파나소닉코리아 최초의 한국인

노운하 고문은 아남전자와 미래통신에서 경험을 쌓았다. 아남그룹이 1997년 워크아웃을 신청했을 때 그는 회사의 회생을 위해 끝까지 자신의 자리를 지켰다. 그의 노력에 힘입어 회사는 정상화되었고 흑자로 돌아섰다. 더 이상 본인이 해야 할 일이 없다고 판단한 그는 퇴사를 결심하게 된다.

그는 미래통신으로 자리를 옮긴다. 미래통신에서 일본에 출장을 갔을 때, 아남전자 시절 인연이 있었던 파나소닉 관계자를 찾아간 적이 있었다. 그의 능력을 잘 알고 있던 관계자는 “한국에 파나소닉 법인을 만들면 도와달라”고 했다. 인사치레로 생각한 그는 그러겠다고 말한다. 그리고 몇 개월 후, 파나소닉 관계자는 한국 법인을 설립하게 되었다며 함께하자고 제안한다. 노운하 고문은 미래통신에 근무하고 있던 때라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그는 관계자에게 미래통신에서 맡은 일을 정리하고, 대표이사의 승인이 나면 자리를 옮기겠다고 말한다. 일본 본사의 면접 요청에는 재직 중인 사람이 면접을 위해 휴가를 내고 갈 수는 없으니 한국에서 진행할 것을 제안한다.

당시 세계적인 기업 파나소닉은 적잖이 놀랐다고 한다. 모든 것이 정리되었을 즘, 노운하 고문은 파나소닉코리아 창립에 함께한다. 무엇보다 돈을 버는 만큼 사회에 공헌해야 한다는 파나소닉 창립자의 정신이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그는, 그가 이룬 성과만큼 빠르게 승진하여 2004년에 등기이사가 되었고 2010년 4월, 드디어 파나소닉코리아 최초의 한국인 대표이사가 된다.

 

공존공영

노운하 고문이 파나소닉코리아의 대표이사가 된 다음 해인 2011년, 파나소닉코리아는 영업마케팅 부서뿐만 아니라 관리 부문까지 현지화가 된다. 세계 580여 개 해외법인 중 유일하게 경영 및 관리 부문 현지화를 이루게 된 것이다.

이후에도 일본 본사에서 파견하는 주재원을 4명에서 1명으로 줄이고 한국 현지인으로 대체하며 한국인의 고용 확대에 크게 기여한다. 그의 공유가치 창출은 안팎으로 위력을 발휘했다. 정당하고 공정한 거래 관행을 정착하며 협력업체와 거래에 적정한 이익이 창출되도록 하였다. 그리고 비용 절감에 꾸준히 노력하면서 선입금 제도를 정착하고, 유통재고 적정화, 공격적인 영업을 차단하며 유통부문의 개혁을 추진했다.

그의 행보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공존공영을 경영원칙으로 삼고 끊임없이 한국 사회에 공헌하는 길을 모색한다. 그는 ‘자랑스런 한국인 대상’을 신설, 국위 선양 부문, 청소년 육성부문, 출산 장려 부문을 선정해 일천만 원 상당의 파나소닉 안마의자를 선물하였다. 사회공헌활동을 적극 장려하기 위함이었다. 그는 기업의 성장과 구성원, 거래처, 사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든 분야의 구성원들에게 가치를 확대하고 상호 ‘윈윈’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여 사회에 모범이 되는 기업으로 거듭나고 가장 존경받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 그는 사업이 존재하는 이유를 가족과 회사, 사회가 함께 잘 살아가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라 말한다.

 

주고, 주고, 또 주어라, 베푸는 사업이 성공한다

사업은 거래로 이루어진다. 거래는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주면 상대가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다. 사람이 원하는 것은 대부분 사람에게 있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선 우선 사람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노운하 고문은 그러기 위해선 먼저 주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일반 사업가는 받은 대가만큼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훌륭한 사업가는 받은 그 이상의 가치를 제공한다. 성공한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받은 대가보다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한 사람들이다. 노운하 고문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또 다른 방법이 있다고 말한다. 직업에 귀천은 없지만, 연봉은 다르다.

많은 사람은 ‘사’ 자로 끝나는 직업을 선호한다. 세무사, 법무사, 변호사, 의사 그리고 존경받는 판사, 박사가 있다. 그런데 그보다 더 존경받은 ‘사’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밥사’다. ‘밥사’는 농부와 같다. 사람들에게 밥을 사면 마음에 씨앗이 뿌려진다. 그 씨앗은 마음에 꽃을 피우고, 열매가 되어 돌아온다. 농부가 씨앗을 뿌리고 열매를 가꾸듯이 ‘밥사’도 밥을 사주며 미소를 짓고 칭찬과 격려로 상대의 마음을 가꿔야 한다. 그러면 사업도 인간관계도 술술 풀린다며 사람 좋게 웃는다.

 

가장 중요한 것

노운하 고문에게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곧바로 ‘원칙’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모든 것이 변한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변하는 것은 사람의 마음이고 변하지 않는 사실은 원칙이다. 사업은 사람이 하는 것이다. 사업을 하다 보면 다양한 변화들이 생긴다. 원칙은 그런 변화에 근본을 찾는 일이다. 때를 기다려 그물을 던지는 어부처럼, 올바른 원칙으로 변화를 기다려야 기회가 온다.

상황에 대처를 잘하는 사람을 우리는 유연성이 좋다고 한다. 유연성은 좋은 것이지만 원칙을 상황에 따라 적용해서는 안 된다. 무기를 누가 가졌느냐에 따라 선과 악이 바뀌듯이 원칙도 올바르게 사용하지 않으면 독이 될 수 있다. 노운하 고문은 어려울수록 원칙을 잘 지켜야 한다고 말한다. 기업은 힘들다고 해서 인원 감축을 먼저 생각하지 말고 함께 살아갈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기업의 존재는 고용 창출과 세금을 내는 것이다. 파나소닉의 철학은 공존공영이다. 함께 발전하고 함께 살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가 실현한 공존공영의 원칙은 아직도 많은 사람에게 행복을 전하고 있다.

 

긍정으로 아픔을 덮는다

고통은 사람을 강하게 해 준다. 힘든 상황일수록 진실에 가깝다. 노운하 고문은 누구보다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이다. 위기를 겪고 난 후에 더 강해지기에 좋음과 나쁨이 없다고, 단지 반복되는 것뿐이라고 그는 말한다. 한번 겪은 아픔이 다시 오면 견딜만해 진다. 깊은 아픔을 딛고 올라온 사람은 세상이 어떻게 보일까? 아마 삼일을 굶고 식사를 맞이하는 기분일 것이다. 평상시 매일 먹는 밥 한 끼의 소중함. 매일 보는 것에 대한 소중함을 알게 되었을 때 인생의 가치는 달라진다. 아픔이 상처라면 긍정은 치유와 같다. 상처가 반복되면 새살이 돋고 굳은살이 되듯이, 긍정은 사람을 강하게 만든다. 노운하 고문은 화낼 일이 없다고 말한다. 그의 여유 있는 모습에서 큰 산이 비치는 이유는 그가 이겨낸 수많은 역경 때문이 아닐까?

 

운이 좋은 남자

노운하 고문은 스스로 운으로 산 사람이라 말한다. ‘하늘도 자신을 돕는다’ 말한다. 파나소닉 대표 시절 50명이 함께하는 봉사활동 날, 일기예보는 ‘비’였다. 안절부절 우의를 챙기며 행사를 준비하는 담당자에게 노운하 고문은 말했다. “뭐가 그리 걱정이야. 내가 운이 좋은 사람이라 비가 안 올 테니 걱정 안 해도 돼.” 당일 아침 비가 내렸다. 하지만 행사장에 도착할 때쯤 그쳤다고 한다. 비가 온 덕분에 꽃을 심기가 더 좋았고, 꽃이 더 아름다웠다고 한다. 또 다른 일화가 있다.

백두산에 올라 파란 하늘을 보려면 삼대가 덕을 쌓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그가 주관한 백두산 여행에서 함께한 사람들은 파란 하늘을 보았다고 한다. 그가 운이 좋은 이유가 궁금했다. 운이 좋은 것인지 운이 좋았던 것만 기억하는 건지 우리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그 운을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분명 운을 좇는 사람은 아니다. 철저한 계획을 세우고 분석하여 운이 오는 길목에서 기다리는 사람이다.

“나는 운으로 살아온 사람이다. 내가 주관하는 일은 언제나 철저한 계획으로 순간을 포착한다. 99%의 노력과 1%의 운을 바란다. 1%의 운을 바라고 한 일들이 모두 이루어졌으니 난 얼마나 운이 좋은 사람인가. 공짜는 바라지도 않는다. 공짜라고 양잿물을 마시면 사람은 죽는다. 타인에게 의지하려 말고 스스로 운을 개척해야 한다. 운은 사람들이 만든다. 지위 여하를 막론하고 모든 사람을 소중히 생각해야 한다. 약속은 반드시 지키고, 받으면 보답하고, 먼저 주는 사람이  된다면 운은 언제나 가까이 있을 것이다.”

 

한국의 마쓰시타를 위해

노운하 고문의 꿈은 끝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풍부한 경험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라도 달려간다. 젊고 유능한 리더들을 양성하기 위한 무료 컨설팅과 행복한 기업문화를 위한 강연도 하고 있다. 그리고 사단법인 <좋은 아빠들>을 만들어 ‘아빠미소멘토단’ 단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는 재능은 자신의 것이 아니라 생각한다. 사회에서 받은, 사람들을 통해, 얻어진 재능과 경험 그리고 사랑을 이제는 제자리로 돌려놓고 있다.

[ 사 진 ]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발표하는 노운하 고문
[ 사 진 ]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발표하는 노운하 고문

사람에게는 누구나 같은 시간이 주어진다.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느냐의 결과는 미래에 있다. 지금 열심히 한다고 해서 불쑥 운이 찾아오지 않는다. 지금의 위기는 과거의 행적이고 미래의 위기는 지금의 행보에 따라 달라진다. ‘우린 지금 무엇을 해야 할까?’ 운이란 바람과 같아 잠시 스쳐 지나갈 뿐이다. 바람의 포근함과 시원함을 느낄 것이냐. 아니면 한낱 스쳐 가는 바람으로 흘려보낼까는 우리의 마음속에 있다. 지금 우리가 서 있는 곳이 어둡고 탁한 긴 터널 안이라 해도 올바른 마음가짐으로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걸어가다 보면 빛이 보일 것이다. 노운하 고문이 남긴 발자취는 언제나 우리의 마음속에서 동행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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