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흐르는 리듬

차가운 콘크리트로 둘러싸여 냉기가 그득한 공간에 기계음이 만들어내는 소음과 먼지가 가득하다. 그곳에는 두툼한 옷을 입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움직임은 소음을 만들고 소음은 먼지를 만들어낸다. 움직임과 소음, 먼지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다. 그 규칙 속에는 단순한 듯하지만 노련함이 숨어있다. 그들의 움직임은 일방통행처럼 한 쪽 방향으로 흐른다.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는 사람은 경력이 짧거나 무언가를 놓고 온 이들이다. 그들의 행동이 반복될수록 각자가 맡은 작업장에 모형이 생긴다. 그 모형들이 모여 하나의 공간을 만든다. 우리는 그것을 인테리어라고 한다. 쾌적한 환경과 조금 더 편리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소음과 먼지로 가득한 공간에 있는 사람들. 오늘은 공사 현장에도 흐름과 리듬이 있다고 말하는 인테리어 파트너 [koo+partner]의 구칠성 대표를 만나 보았다.

 

[사진] koo+partner 구칠성 대표
[사진] koo+partner 구칠성 대표

 

 착공

 
[koo+partner]의 구칠성 대표는 대학에서 공간디자인을 전공하고, 공간디자인 전공자라면 누구나 가고 싶어 하는 회사에서 수습사원으로 시작했다. 부족함이 많다고 느낀 구 대표의 부지런함은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한 시간 빠른 출근과 남들보다 늦은 퇴근은 부족한 자의 몸부림이었다. 자신이 맡은 업무를 끝내지 못할 때는 현장에서 밤을 새우기도 했다. 노력하는 그의 모습은 주위 사람들의 눈에 들어왔고, 그 덕분에 동기들보다 조금 먼저 진급하고 좋은 직책도 맡을 수 있었다. 그러나 진급도, 직책도, 사람들도 그의 일을 줄여주지는 않았다. 그건 구 대표의 선택이었다. 그 시절 구 대표는 메모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계획과 목적 없는 부지런함은 잘못된 방향으로 부지런히 갈 수 있다는 것을 경험에서 알게 됐다. 그의 부지런함과 메모하는 습관은 자신의 부족함은 물론 현장 전체의 부족함을 채워 나갔다. 올라가는 직급은 더 많은 메모를 만들고, 많아지는 메모는 더 많은 부지런함을 원했다. 그 시절 그의 부지런함은 그의 젊음을 가져가 버렸다. 다행히 바쁜 와중에도 결혼을 하였고 두 자녀의 아빠가 되었다. 사람들을 위한 공간을 위해 일했지만 정작 자신이 편히 쉴 공간은 없었다. 가족과 떨어져 생활하는 숙소가 편할 리가 없었고 오랜만에 들어가는 집도 편하지 않았다. 자신도 모르게 커 있는 아이들을 볼 때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빠를 알아보지만 아이들의 눈빛엔 사랑이 없어 보였다. 사랑하는 가족을 함께 살기 위해 일하는데 멀어져 가는 현실이 답답했다. 분명 새로운 도전이 필요했다. ‘그래! 저녁만큼은 집에서 먹자’ 과감하게 11년 회사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또 다른 시작

중고 화물차 한 대. 집 앞으로 마련한 작은 창고형 사무실, 영업력 없이 시작한 사업. 믿을 수 있는 것은 부지런함밖에 없었다. 폐기물 처리부터 시설물 보수, 아파트 공사까지 할 수 있는 것은 가리지 않고 다 했다. 현장에서 돈을 아껴 소비자의 부담을 줄이는 길만이 살 수 있는 길이었다. 그러기 위해서 더욱 열심히 몸을 움직였다. 가족들이 잘 때 현장에 나와 청소를 하고 폐기물도 직접 화물차에 실어 날랐다. 집에 가면 몸은 무거웠지만 가족들과 함께하는 저녁 식사 시간은 즐거웠다. 변하고 있는 가족들의 눈빛은 희망이었다. 가족 모두가 잠든 시간, 홀로 서재에서 내일을 준비하면서도 피로쯤은 거뜬히 이겨낼 수 있었다.

 

 리더가 가야 하는 길

구 대표의 부지런함은 정성이 되었다. 그의 정성은 소비자뿐만 아니라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함께하는 동료들은 구 대표의 정성에 힘을 보태기 시작했다. 그들이 바로 지금 [koo+partner] 회사의 협력사다. 큰 회사에 다닐 때부터 알고 지내며 산전수전을 함께 겪었다. 규모 있는 공사에서 얻은 경험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모든 현장에서 함께할 수 있는 협동심까지 얻게 되었다. 그들이 쌓은 신뢰는 단시간에 되는 것도, 돈으로 되는 것도 아니다. 큰 회사의 장점과 작은 회사의 장점을 살려 그들만의 시스템을 구축했다. [koo+partner] 의 협력사 대부분이 회사대표가 직접 일을 한다. 결제일이 정해져 있지도 않다. 그들은 단지 구 대표를 믿을 뿐이다.

 “먼저 신뢰를 줘야 합니다. 제가 도움을 줄 수 있는 걸 먼저 생각하죠. 먼저 주면 도움이 필요할 때 그들은 항상 내 곁에 있습니다. 협력사가 있어 일을 할 수 있고 그들이 있어 더 멋진 공간을 만들 수 있습니다. 공사를 수주하면 회사가 다 가져가는 것이 아닙니다. 협력사들과 나눠 갖는 것이죠. 결제를 받으면 협력사를 먼저 챙겨 주고 나중에 회사에서 가져갑니다. 회사의 이윤은 두 번째죠. 회사의 자본금이 없어도 그렇게 합니다. 그것이 신뢰를 쌓는 방법이죠.”

그의 말에서 [koo+partner] 회사의 이름에 담겨져 있는 의미를 알 수 있다.

 

 평생 A/S를 한다는 마음으로

인테리어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모두들 A/S의 중요성을 말한다. 구 대표는 그 부분을 정확히 파악했다. 1톤 탑차 한 대를 중고로 구매해 각종 연장들을 비치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A/S 할 사람을 신중하게 선택했다. 어려운 결단이었다. 사람들은 사무실 앞에 세워져 있는 차를 볼 때면 가끔은 걱정스러운 조언을 한다. 그러나 그의 판단은 잘못되지 않았다. 그는 다시 한번 부지런함으로 승부를 걸었다. 일이 없을 땐 공사를 했던 곳을 다니며 ‘먼저 찾아가는 서비스’로 A/S를 했다. 아무리 찾아도 할 일이 없을 땐 소비자와 차를 마시고 돌아오기도 했다. 우리는 먼저 찾아와 A/S를 해 주는 인테리어 회사를 본 적이 있는가? 그는 A/S를 한 것이 아니고 점검을 다닌 것이다. 그러한 점검은 다음 공사에 적용됐다.

“평생 A/S 한다는 마음으로 공사를 합니다. 그 마음은 A/S가 없는 공사를 한다는 다짐이죠. 공사를 끝내고 ‘짠’하고, ‘이제 안녕’ 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하면서 더 멋진 공간이 되길 바랍니다. 우리는 자부합니다. 우리만의 특별한 디테일. 그것은 하자가 없을 뿐만 아니라 미적인 감각까지 충족시킬 수 있습니다. 그리고 혹시라도 보수가 생긴다면 우리는 언제든 출발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그의 말에서 [koo+partner] 회사의 이름에 담겨 있는 의미가 결코, 협력사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파트너들과(협력사) 신뢰를 쌓아 파트너들에게(소비자) 신뢰를 얻은 [koo+partner]는 꾸준히 매출이 성장하고 있다.

 

[사진] koo+partner에서 보유하고 있는 A/S 차량
[사진] koo+partner에서 보유하고 있는 A/S 차량

 

 현장의 흐름

170평이 4개 층으로 되어 있는 현장에서 구 대표는 할 일이 없어 보인다. 모든 것을 본인이 직접 한다고 했던 말이 의심스럽고 현장 사무실 한쪽 벽에 가득히 붙어있는 계획표가 무색할 정도다. 전화벨이 요란하지도 않고 표정에는 여유가 있어 보인다. 일정 시간이 되면 현장을 한 번 돌아볼 뿐이다. 현장을 보여주기 위해 함께 다니는 동안 질문하는 작업자는 없었다. 철저하게 갖춰진 안전시설과 똑같이 [koo+partner] 회사의 로고가 찍힌 작업조끼를 입은 사람들. 그들의 움직임은 분주했지만 규칙이 있었고 그들이 만들어낸 소음에는 리듬이 있었다. 소음이 만들어낸 먼지들은 미리 설치된 장치들로 사라지거나 폐기물 마대에 담겨졌다. 사라지지 않고 담기지 않은 먼지는 바닥에 쌓였지만 청소하는 인부들에 의해 청소기 소리와 함께 사라졌다. 현장에서 청소기는 의아했다. 먼지가 날려 주위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배려심이 담긴 청소기였다. 현장에도 흐름이 있다고 강조한 구 대표의 말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사진] koo+partner에서 시공한 공간들
[사진] koo+partner에서 시공한 공간들

 

 가장 소중한 파트너

“회사를 그만두니 고정 수입이 사라졌습니다. 아낄 것을 아껴도 힘든 상황이었죠. 가장 힘들었던 것은 아내였습니다. 두 아이의 엄마, 집안의 살림꾼. 수입은 없고 화물차와 연장을 산다며 집안의 돈을 갖다 쓰는 남편. 아내는 이런 상황에서도 저를 믿어 주었습니다. 때론 응원해주었고 시간이 날 때면 회사 일을 도왔습니다. 좋은 상황에서 믿음은 쉬울 수도 있습니다. 어려울수록 믿어주는 사람이 진정한 파트너라고 생각합니다. 아내는 언제나 더없이 소중한 저의 파트너입니다.”

 

멋진 공간을 위해,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계획표를 작성하는 사람들이 있다. 경험이 많은 사람일수록 계획표가 정확하다. 그러나 그들 대부분이 멋진 공간에서 살고 있지 않다. 현장의 계획표같은 인생의 계획표를 만들 수도 없다. 그들에게는 시간이 없다. 그들에게는 여유가 없다. 그들은 항상 일을 한다.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언제 어디서나 단서를 생각하는 콜롬보처럼, 무엇을 개발하기 위해 한없이 생각하는 연구원처럼 그들은 언제나 현장의 순서와 디테일을 생각한다. 소음이 가득한 현장에서도, 가족들과 식사를 할 때도, 심지어는 새벽에 잠깐 깨어 화장실에 갈 때도 현장을 생각한다. 구 대표는 현장에 흐름이 있다고 말한다. 그 흐름은 리듬을 타고 흐른다.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지휘봉을 흔들었을 때 아름다운 선율이 흐르는 것은 그들의 피나는 연습과 노력이 있기 때문이다. 구 대표가 진행하는 현장의 흐름이 리듬을 타고 흐르는 이유도 그가 피나는 노력으로 만든 계획일 것이다. 그들의 고생은 마감재로 가려지고 그들의 생각은 마감재가 붙으면서 빛이 난다. 우리는 빛이 나고 난 후에야 공간을 본다. 우리가 좋은 공간에서 있도록 끝없는 고생을 하고 있는 사람들. 우리는 그들을 공간디자이너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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