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나서면 시작되는 아름다운 여행길

아침 일찍 출근 버스에 오른다.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들 사이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무색할 정도로 거리가 없다. 차창 밖, 파란 하늘에 짙은 뭉게구름꽃이 피었다. 용기 내어 몸을 움직여 휴대폰에 사진 한 장을 담아 본다. 회사에 도착해 동료들과 인사를 한다. 마스크로 얼굴이 가려져 억지웃음은 생략한다.

믹스 커피 한 잔과 함께 모니터 세상으로 들어갈 준비를 마쳤다. 시간이 지나 왔던 길로 돌아가면 퇴근길이다. 이렇게 또 하루가 간다. 가끔은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 멀리 여행을 떠나는 상상을 해본다. 여행은 답답한 일상에서 벗어나 내 삶을 돌아보고, 세상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어서 좋다. 멀리 떠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세상. 멀리 떠나지 않아도 여행을 할 수 있다면 어떨까? 집 앞을 나서는 순간이 곧 여행이라는 길 여행가 강세훈 대표에게 그 방법을 물어 보았다.

사진 : 숲을 찾는 사람들 강세훈 대표
사진 : 숲을 찾는 사람들 강세훈 대표

Q. 안녕하세요? 강세훈 대표님! ‘도전하는 사람을 위한 신문’ 한국투데이 독자 여러분께 간략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우리나라와 세계 각국에 아름다운 길, 사람들이 걷고 싶어 하는 길을 찾아, 글로 소개하고 함께 길을 여행하며 길이 숨겨놓은 재밌는 이야기를 해주는 길 여행가 강세훈입니다.

Q. ‘사단법인 숲을 찾는 사람들’은 어떤 회사인가요?

 사단법인 ‘숲을 찾는 사람들’은 전국의 아름다운 숲길과 둘레길을 찾아내어 사람들과 함께 걸으며 자연을 배우고 숲길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도심과 숲을 잇는 여행길 프로그램을 만들어 길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를 해설합니다. 길에는 사람들의 흔적이 있습니다. 그 흔적을 따라가다 보면 길이 가지고 있는 역사와 문화를 알 수 있습니다. 그 이야기들은 정말 흥미롭고 재미있습니다. 또한 가슴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는 길도 있습니다. 서울에만 해도 이런한 길들이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길을 사람들과 함께 걸으며 역사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걷기 여행. 즉 길 여행을 기획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Q. 길 여행이란 어떤 것이죠?

 길 여행은 길을 걸으며 여행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숨은 이야기가 있는 도심의 길과 아름다운 숲길을 여행하듯이 천천히 즐기며 걷습니다. 사진을 찍기도 하고 편하게 대화도 나누며 준비해 온 간식을 먹기도 합니다. 길 여행가는 함께 걸으며 길이 숨겨놓은 재밌는 이야기를 해줍니다. 그렇게 알게 된 길은 전에 알던 길이 아닙니다. 동대문 주위가 왜 원단 시장으로 유명해졌는지 알고난 후 동대문 시장이 달라 보이는 것처럼 말이죠. 그렇게 걷다 보면 차로만 다니던 길도 걸을 때가 있습니다.

항상 차로 다니던 길을 걷다 보면 평소 못 보던 아름다움을 볼 수 있습니다. 그 안에는 역사적인 유적과 아름다운 카페,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습니다. 인생을 빠르게 지나치면 삶의 아름다움을 지나칠 때가 있습니다. 차로 빨리 지나간 길도 아름다움을 놓칠 때가 많이 있죠. 특히 골목길은 차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특별함이 있습니다. 내가 항상 지나다니던 길의 아름다움을 알아차리는 것. 여유 있는 도심 걷기가 내면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역할을 할 수 있는 충분한 이유입니다.

숲길을 걸을 땐 더 다양한 것을 체험합니다. 눈을 감고 자연이 이야기하는 것을 오감으로 경청합니다. 나무가 뿜어내는 피톤치드와 짙은 나무 향을 온몸으로 느끼며 코와 입으로 공기를 깊숙이 들이마십니다. 산림욕을 통해 삶의 고단함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는 시간입니다. 비워야 담을 수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창의적인 생각을 하려면 우선 고단한 생각을 비워야 합니다. 그래야 비로소 창의적인 생각을 담을 수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길 위에 서 있는 나를 자각하는 것입니다. 내가 있기에 세상이 있듯, 내가 있기에 모든 것을 느끼고 볼 수 있는 것이죠.

그렇게 나를 자각한다는 것은 생각과 마음이 만나는 것입니다. 생각과 마음이 만나려면 생각이 깊어야 하고, 나를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이것을 사색이라고 합니다. 사람들에게 길을 걸으며 사색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일. 길 여행이란 소소한 행복에서 찾을 수 있는 인문학입니다.

Q. 대표님의 비전을 소개해 주셨으면 합니다.
 
길 위에 여행이라는 주제로 도시와 숲을 통해 사람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길 소망합니다. 재미있는 이야기가 숨겨진 길, 아름다운 길을 찾아내어 길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행복을 체험할 수 있도록 인재 양성을 위한 아카데미 교육 과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탄생하는 인재들은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각국, 곳곳에 뻗어나갈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길 여행을 쉽게 접하고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의 소중함을 알 수 있도록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세계 각국에 ‘숲을 찾는 사람들’ 지부를 만들고 싶습니다.

사진 : 길여행해설가 교육과정
사진 : 길여행해설가 교육과정

 

Q. 사업을 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몇 년 전, 서울 도심여행을 할 때였습니다. 그 날 코스 중, 서대문구 인왕산 아래에 1919년 3.1 운동 독립선언서를 외신으로 처음 보도한 미국인 앨버트 테일러 부부가 살았던 (1875년 ~ 1948) 딜쿠샤라는 집이 있었습니다.

붉은 벽돌에 아치형 창문으로 된 독특한 외관을 가진 일제 강점기 근대 건축 양식으로 된 집이죠. 이 날 참관했던 한 남성분이 딜쿠샤를 둘러보며 “내가 서울에서 50년 넘게 살았는데 이런 집은 처음 봤네.” 라는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서울이나 지방 곳곳에는 이렇게 독특함을 가진 볼거리와 재밌는 이야깃거리를 지닌 문화와 유적들이 있습니다. 이 날, 도시가 가진 역사와 문화를 길 여행을 통해 알리는 코스를 만들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Q. 지금까지 겪은 힘든 일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입니까?

제가 한국에 있는 숲길과 둘레길을 찾아 소개하는 일을 하겠다고 처음 마음먹었을 때, 주위 사람들은 ‘밥은 먹고 살 수 있겠느냐“며 걱정 섞인 말들이 많았습니다. 그 당시 길 여행은 생소한 분야였고 ’내가 사는 곳은 내가 제일 잘 아는데 굳이 설명을 들을 필요는 없다’라는 생각을 하는 분도 많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걱정은 현실이 되었고 실제로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고통 받기도 했습니다. 이과를 전공한 저로서도 감성적인 부분을 이해해야 하는 부분도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길은 언제나 저에게 답을 주었습니다. 힘들 때면 문득 생각이 떠오르는 장소로 무작정 걸음을 옮겼습니다.

머리는 미래에 대한 불안한 걱정으로 가득차 있었습니다. 생계가 달린 문제라 쉽게 떨어지지는 않았습니다. 머리와 다르게 다리는 계속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복잡한 머리는 ‘멈춰라’, ‘돌아가라’ 했지만 두 다리는 목적지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땀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움직이는 몸이 걱정하는 머리를 위로하는 듯 머릿속이 비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걱정에 대한 생각이 목적지에 대한 생각으로 바뀌고, 땀이 흐를 수록 허기짐이 느껴졌습니다. 목적지에 도착해서 ‘밥을 먹을까?’라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드디어 목적지가 보이고 그 광경을 본 나는 눈물이 날 것 같았습니다.

내가 걸어오며 그토록 보고 싶은 이 광경. 저는 제가 걸어 온 길을 생각했습니다. 내가 진정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머리가 아닌 마음에게 물어봤습니다. 저에게 길 여행이란 포기할 수 없는 저의 인생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생계 걱정은 하고 있지 않습니다. 주위에 좋은 분들이 많아 밥을 사주는 분도 많고, ‘나 혼자 산다’라는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유명세를 떨치기도 했습니다. 저는 새로운 비전을 세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확신합니다. 길은 저에게 답을 주고, 두 다리가 길을 안내해 줄 것입니다.

Q. 기타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걸을 수 있지만 걸을 수 없는 시대, 세상이 빠르게 진화하다보니 주위의 아름다움을 놓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저는 사람들에게 많이 걷기를 소망합니다. 걸으면서 건강을 챙기고 주위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이죠. 길은 저에게 ‘네가 지나온 길에 무엇이 있었느냐?’고 질문을 합니다.

그냥 스쳐지나온 길이 내 인생에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냥 스쳐지나갈 수만은 없겠죠? 지나온 길은 분명 우리 인생에 소중한 부분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목적지로 가기 위해 지금 느껴야하는 행복을 잊을 때가 많이 있습니다. 목적지에 도착해서 느끼는 행복도 좋지만 목적지로 향하는 자신의 행복을 놓치지 말기를 바랄 뿐입니다. 주위를 바라보세요. 항상 같은 길인 것처럼 보이지만 같은 길이 아닙니다.

계절이 다르고, 날씨가 다르고, 사람들도 다릅니다. 길은 항상 변하고 있습니다. 여러분! 길을 가다 돌아가지 마세요. 몸을 움직여 앞으로 나아가시길 바랍니다. 그러면 길은 분명히 길을 알려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몸을 움직이는 것이에요. 그러다 보면 언젠가 간절히 원하는 목적지가 보일 것입니다. 그 목적지를 상상하며 걸어보세요. 혹시 여러분이 가는 길에 동반자가 필요하다면 길 여행을 찾아 주세요. 여러분을 재밌고 멋진 길로 안내하겠습니다.

“헬렌 켈러가 어느 날 숲속을 다녀온 친구에게 무엇을 보았느냐고 물었습니다. 친구는 특별한 것이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헬렌 컬러는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두 눈 뜨고도 두 귀 열고도 별로 특별히 본 것도 들은 것도 없고, 할 말조차 없다니... 그래서 비록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못했던 헬렌 켈러였지만, 그녀 스스로 만약 자신이 단 사흘만이라도 볼 수 있다면 어떤 것을 보고 느낄 것인지 미리 계획을 세웠습니다.”   『사흘만 볼 수 있다면』 헬렌켈러.


10년 후 내가, 헬렌 켈러처럼 지금 나에게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할 것이다. 10년 후로 돌아가 사흘만 다시 볼 수 있기를 간절히 원할 것이다. 지금 내가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그때는 알게 될 것이다. 강세훈 대표는 우리가 가진 최고의 특별함은 지금. 바로 지금을 느끼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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