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표정의 청담동 여인

청담동 하면 대한민국 부의 역사에 가장 중심에 있는 동네다. 청담동 어디를 가든지 고급 주택과 빌라가 있다. 청담동은 일반 주택과 섞여 있지 않은 지역이다. 평창동, 구기동, 삼청동 같은 서울 외곽을 제외하고 서울 시내 한 복판에 부자들을 위해 있는 동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돈이 있다는 연예인, 기업인들은 청담동에 산다.

출처:픽사베이

청담동에서 지구 행성 택시를 부른다. 난 청담동을 갈 때마다 약간의 기대를 한다. 나와는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에 대한 호기심이다. 청담동 부자라고 싸가지가 없고 갑질을 하지 않는다. 내가 태운 청담동 고객들은 모두 예의가 바르고 표정이 밝았다. 오늘도 어떤 고객일지 기대를 하며 청담동으로 향했다.

고객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멀리서 보니까 여자다. 쉽지 않은 옷차림을 했다. 지구 행성 택시에 탄 여자 고객 중에 가장 특별한 옷차림이었다. 

고객에게 인사를 했다. 너무 퉁명스럽다. 완전 얼음 인간이다. 얼굴은 완전히 찌그러져있다. 지구 행성 택시 때문에 기분이 나쁜 것인지, 원래 인상이 그런 것인지 파악하지 못할 정도다. 고객이 내릴 때도 인사를 했지만 무시하고 가버렸다. 솔직히 기분은 나쁘지 않았지만 왜 그런지 굉장히 궁금했다. 옷차림은 돈이 있는 분 같은데 얼굴은 매우 어렵게 사는 사람 같았다. 이럴 때 사람들은 두 개의 단어를 떠올릴 것이다.
된장녀와 김치녀.

된장녀란 명품 소비를 지향하며, 과시형 소비를 일삼는 여성을 비하하여 이르는 말이다. 김치녀란 몰상식하고 이기적인 행태를 보이거나, 성숙한 시민으로서 당연히 갖춰야 할 미덕에 미달하는 덕성을 지닌, 한 마디로 "개념 없다"고 생각되는 여성을 비하하는 말이다.

출처:픽사베이

여성을 된장녀나 김치녀로 비하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과소비를 하든지 개념이 없든지 우리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그것은 그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이다. 자신들이 하고 싶은 것을 우리가 막을 이유가 없다. 내가 보기 좋지 않다고 그들을 욕할 수 없다. ”내가 웃으니까 너도 웃어야 돼.“ ”내가 인사를 하니까 너도 인사를 해야 돼.“라는 것은 나의 이기적인 생각이다.

문제는 인사를 안 받고 인상을 쓰고 있는 그녀가 아니라 바로 나다. 된장녀든지 김치녀든지 그녀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할까? 나에게 조금의 피해도 주지 않았는데 왜 내 마음에 거슬릴까? 그녀가 입은 명품 옷에 위압감을 느껴서? 그녀처럼 명품 옷을 사지 못해서? 그녀가 가는 고급 레스토랑에 가지 못해서? 그녀가 타고 다니는 수입차를 타지 못해서 그런 것은 아닐까? 그녀를 부러워해서 내 마음에 시기와 질투가 타오르는 것은 아닐까? 그녀처럼 되고 싶은데 금수저가 아니라서 열 받은 것은 아닐까?

시기와 질투, 자신이 벗어날 수 없는 현재의 상황이 있다면, 끊임없이 나와 다른 사람을 비하하는 시선으로 본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녀를 인정하고 나를 바꾸는 것이다. 만약 그녀가 금수저라면, 그녀가 받은 복을 칭찬하면 된다. 만약 그녀가 죽을 고생을 해서 성공한 것이라면, 그녀처럼 되기 위해 나도 노력해야 된다. 금수저로 태어나지 못한 것을 평생 비관하고, 죽을 고생 한 번 해보지 않고 지질이 궁상으로 사는 것은 반대한다.

인생 단 한 번이다. 두 번 사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된장녀니 김치녀니 하지 말고 내가 어떻게 살 것인지 결정하고 달려보자.

짧은 인생, 된장과 김치 먹을 시간도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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