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만 교수가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으로 ‘감정 독재’를 제시했다. 본디 인간은 감정의 지배를 받으며 살아가는 존재이지만, 속도가 생명인 인터넷과 SNS로 대변되는 커뮤니케이션 혁명의 결과로 과거보다 더욱 견고한 ‘감정 독재’ 체제하에서 살게 되었다는 것이다. 

속도는 감정을 요구하고, 감정은 속도에 부응함으로써 이성의 설 자리가 더욱 축소되었기 때문이다. 강준만 교수는 감정 독재에 해당되는 50개 사례를 제시하는데, 이는 우리가 일상에서 친숙하게 접할 수 있는 유의미한 것들이다. 

왜 대학 입시 제도는 자주 바뀌는지, 왜 우리는 누군가를 한 번 밉게 보면 끝까지 밉게 보는지, 왜 기업들은 ‘무조건 100퍼센트 환불 보장’을 외치는지, 왜 검사가 판사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지, 왜 지식인 논객들은 편가르기 구도의 ‘졸’이 되었는지, 왜 부자 친구를 두면 불행해지는지, 왜 사람들은 자신이 운전을 잘한다고 생각하는지, 왜 프로젝트 팀의 인원이 10명을 넘으면 안 되는지, 왜 어떤 기업들은 절대 시장조사를 하지 않는지, 왜 인터넷에 ‘충격’, ‘경악’, ‘결국’, ‘헉!’ 낚시질이 난무하는지, 왜 최고의 엘리트 집단이 최악의 어리석은 결정을 하는지 등 흥미있는 주제들이 감정 독재 이론 속에 총 망라된다.


본문 중에서

손실 회피 편향은 조직 관리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우리는 공무원이나 회사원에 대해 너무도 쉽게 ‘복지부동’이라거나 ‘무사안일’이라는 비판을 하지만, 역지사지를 해볼 필요가 있다. 혼자서 의사 결정을 내리고 책임을 지는 구조를 가진 조직에선 직원들이 위험을 기피하는 경향을 보이는 건 당연한 일이다. 위험을 감수해 잘해내면 보너스를 조금 더 받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일자리를 빼앗길 정도라면 무엇 때문에 그런 일을 하려고 들겠는가? (「왜 우리는 “가만 있으면 중간은 간다”고 하는가?」, 79~80쪽)

죽은 자는 말이 없다지만, 죽은 자만 말이 없는 게 아니다. 실패자도 말이 없는 법이다. 실패자는 찾기 어렵다. 실패 사례를 애써 찾아낸다 해도 성공 사례를 더 많이 접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 앞에서 살펴본 ‘과신 오류’가 작동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경우의 과신 오류에는 성공 사례, 즉 살아남은 자들의 사례를 많이 접한 게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므로 이 문제를 따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른바 ‘생존 편향survivorship bias’의 문제다. ‘생존자 편향’이라고도 한다. 생존 편향은 생존에 실패한 사람들의 가시성 결여lack of visibility로 인해 비교적 가시성이 두드러지는 생존자들의 사례에 집중함으로써 생기는 편향을 말한다.  (「왜 치킨 가게가 3만 개를 넘어섰을까?」, 200쪽)



지은이 소개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강준만은 탁월한 인물 비평과 정교한 한국학 연구로 우리 사회에 의미 있는 반향을 일으켜온 대한민국 대표 지식인이다. 전공인 커뮤니케이션학을 토대로 정치, 사회, 언론, 역사, 문화 등 분야와 경계를 뛰어넘는 전방위적인 저술 활동을 해왔으며, 사회를 꿰뚫어보는 안목과 통찰을 바탕으로 숱한 의제를 공론화하는 데 선도적인 구실을 해왔다. 


2011년에는 세간에 떠돌던 ‘강남 좌파’를 공론의 장으로 끄집어냈고, 2012년에는 ‘증오의 종언’을 시대정신으로 제시하며 ‘안철수 현상’을 추적했을 뿐만 아니라 2013년에는 ‘증오 상업주의’와 ‘갑과 을의 나라’를 화두로 던지며 한국 사회의 이슈를 예리한 시각으로 분석했다. 


그동안 쓴 책으로는 『미국은 세계를 어떻게 훔쳤는가』, 『갑과 을의 나라』, 『증오 상업주의』, 『교양영어사전』, 『안철수의 힘』, 『멘토의 시대』, 『자동차와 민주주의』, 『아이비리그의 빛과 그늘』, 『강남 좌파』, 『룸살롱 공화국』, 『특별한 나라 대한민국』, 『전화의 역사』, 『한국 현대사 산책』(전23권), 『한국 근대사 산책』(전10권), 『미국사 산책』(전17권)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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