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A박사는 필자를 찾아와 컨설팅을 의뢰했다. 사업계획을 검토해보니 무엇보다도 기술적으로 실현 자체가 불가능했다. 그를 돕는 가장 최선의 방법은 사업을 만류하는 것이었다. 그 기술적 한계를 개선하거나 대체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면 지금 진행해서는 안된다는 설명을 했고, 그도 문제점을 수긍하고 사업계획을 보류하였다. 그리고 지금은 본인이 석·박사 과정에서 실력을 쌓아왔던 일과 연속성 있는 소규모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또 다른 의뢰인 B대표는 신용불량자가 된 후에 필자를 찾았다. 그는 비교적 난이도가 높은 기술을 적용한 대형기기를 개발 중인 스타트업 기업가였다. 기기 생산에 성공한다면 전세계에 파급효과가 어마어마할 것으로 기대했고, 이 아이디어로 기술보증, 신용보증 등으로부터 수억의 정부지원금을 융자하여 이용했다. 하지만 예상보다 기술개발과 시제품 제작에 시간과 비용이 과도하게 투입되어 2년이 지나도 시제품조차 완성되지 못했고, 자금은 모두 소진되어 오히려 신용불량이 되어버린 상태였다. 신용불량자 B씨를 직접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위의 사례에서, A박사는 구상했던 기술을 이용한 창업을 시작하지도 못한 채 접었고 B대표는 원하던 기술을 토대로 창업을 했다. 그런데, 지금 둘 중에 누가 더 나은 삶을 살고 있을까? 당연히 A박사다. 그는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사업을 하고 있으며 점점 성장하고 있다. 

 반면 B대표는 심각한 곤경에 처했다. 무엇이 차이일까? B대표는 일단 창업부터 한 후에 정부지원자금을 활용해 기술개발을 시작했다. 그럴듯해 보이는 상상을 하며 기기가 개발되면 당연히 잘 팔릴 것이라는 생각으로 시작했던 것이다. 그러나 막상 시작해보니 기대와 달리 소모되는 시간과 비용, 시행착오는 상상 이상이었고 제품을 출시해보지도 못하고 신용불량 상태로 폐업했다. 

창업은 성공했지만 사업엔 실패하고 만 것이다. 반면, A박사는 창업 전에 전문가에게 사업의 타당성 검토와 준비사항에 대한 자문을 먼저 받아 사업의 위험성을 체크하였다. 그래서 사업성이 없음을 파악하고 중단함으로써 큰 실패를 피했다. 첫 창업 계획은 실패했지만 비용을 들이거나 빚을 지지 않았기에 전혀 타격을 받지 않은 채 더 적합한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이다.

과거 벤처열풍에 이어 요즘에는 창조경제의 붐을 타고 기술기반 창업이 활성화되고 있는데, 정부의 창업지원으로 쉬운 창업이 가능해져 사전에 충분한 준비와 검증 없이 시작부터 하고보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결국, 시장에 발을 들여 보지도 못하고 도산하거나 소비자에게 외면받아 수익창출에 실패함으로써 빚쟁이가 되어버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뉴스도 보도되었다. 

전문가들은 기술의 사업화에 투입되는 비용과 어려움이‘기술개발:사업화(양산):규모확대’단계별로‘1:10:100’이라고 말한다. 기술개발 자체보다 실제 그것을 제품이나 서비스 형태로 양산하는 것이 10배의 비용과 어려움이 따르고, 생산규모 증대와 사업 성장에는 100배의 비용과 어려움이 따른다는 것이다. 그런데 중장기적인 손익과 사업전략 등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없이 일단 시작하고 보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가 운전이나 스키를 배울 때 브레이크 잡는 법과 넘어지는 법부터 배우듯이, 창업 전에는 반드시 사업의 실패, 즉 폐업하는 연습부터 해야 한다. 그래야만 위기를 미연에 방지하고, 설령 위험이 닥쳤을 때 헤쳐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창업을 한다면, 반드시 폐업부터 준비해야한다. 다음과 같이 해보시라.

첫째, 자기 공격 방법이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사업을 내 사업이 아닌 매우 위협적인 경쟁자의 사업이라 생각하고 그 사업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들을 찾고, 또한 내 고객을 잠식하는 그 경쟁자를 시장에서 도태시킬 공격 전략들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를 통해 내 사업의 약점과 경쟁자들의 위협을 파악할 수 있다. 이를 토대로 미연에 대비책을 수립하거나, 대비가 불가능하다면 사업을 보류하는 것이다.

둘째, 테스트 경영 방법이다. 개인이든 법인이든 소수 인원으로 구성된 기업을 설립하는 것은 매우 간단하다. 따라서, 직접 테스트용 회사를 설립하여 일정기간 경영하면서 소비자에게 간단한 제품을 제작하여 판매해보거나 개발예정인 제품의 사전구매계약을 체결하도록 직접 시도해보는 것이다. 이 회사는 1~2년 정도 테스트용으로 운영하다가 폐업하면 되니, 최대한 다양한 실험을 하도록 하라. 이를 통해 얻어진 정보들을 사업의 적정성의 근거로 활용하고 준비하라. 또한, 테스트 경영은 적정한 시장가격과 제품/서비스의 구성품을 미리 체크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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