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내년도 예산안 처리 합의…5년 만에 법정 시한 지켜
여야가 2026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며, 오랜만에 예산안 처리 법정 시한을 지킬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정치권의 갈등으로 번번이 무산되던 시한 내 예산안 처리가 실현된다면, 이는 5년 만의 일이며, 자동부의 제도 도입 이후 세 번째 사례다.
국회는 2일 밤 본회의를 열고 728조 원 규모의 내년도 정부 예산안과 예산 부수 법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는 이날 오전 회동을 통해 예산안 처리에 최종 합의했다. 총지출 규모는 정부 원안을 유지하되, 일부 항목을 감액하고 그 범위 내에서 동일한 수준으로 증액하는 방식으로 조정이 이뤄졌다.
핵심 국정과제 예산인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지원, 국민성장펀드 등은 야당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감액 없이 유지됐다. 대신 인공지능(AI) 관련 예산과 일부 정책 펀드, 예비비 항목 등에서 조정이 이뤄졌다. 증액된 사업에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재해복구시스템, 분산전력망 산업 육성, AI 모빌리티 실증사업, 도시가스 배관 설치 지원, 국가장학금, 보훈 유공자 명예수당 등이 포함됐다.
대미 통상 전략에 있어서도 일부 변화가 감지된다. 당초 계획된 통상 대응 프로그램 예산 1조 9천억 원이 감액된 반면, 그 일부는 미국 내 투자 이행을 위한 지원 예산으로 전환된다.
쟁점이 컸던 법인세법과 교육세법 개정안은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제출한 원안대로 처리된다. 법인세는 모든 과표구간에서 1%포인트 인상되고, 수익 1조 원 이상 금융·보험사에 대한 교육세율은 기존 0.5%에서 1.0%로 상향된다. 해당 법안들은 이미 본회의 자동부의 상태다.
국회가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이라는 헌법상의 처리 시한을 지킬 경우, 이는 2014년과 2020년에 이어 세 번째 사례로 기록된다. 본회의는 오후 4시로 예정돼 있지만, 정부의 최종 계수조정 등의 절차로 인해 예산안은 자정 무렵에야 처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야 지도부는 이번 합의에 각기 다른 입장을 드러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재명 정부의 첫 예산안이 법정 시한 내에 합의 처리된 것은 매우 뜻깊다”며 “예산의 집행이 국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민생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대승적 차원에서 합의했지만,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고 토로했다. 그는 “다수당의 일방적인 태도 속에서 협상이 쉽지 않았고, 소수 의견은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예산안 합의는 정치적 셈법을 넘어서 국정의 안정성과 국민 생활의 연속성을 고려한 결과로 평가된다. 법정 시한 내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향후 국회 운영의 모범적 사례로도 남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