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양 억제 유전자’의 반전…GAS5, 간세포암에서 IGF2BP1과 결합해 종양 활성화
가톨릭대 연구팀, Journal of Hepatology에 발표…RNA 기반 치료 전략 수정 요구

▲그동안 종양 억제 유전자로 널리 알려졌던 ‘GAS5(Growth Arrest Specific 5)’가 간세포암에서는 오히려 종양을 촉진할 수 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이미지:AI 제작
▲그동안 종양 억제 유전자로 널리 알려졌던 ‘GAS5(Growth Arrest Specific 5)’가 간세포암에서는 오히려 종양을 촉진할 수 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이미지:AI 제작

그동안 종양 억제 유전자로 널리 알려졌던 ‘GAS5(Growth Arrest Specific 5)’가 간세포암에서는 오히려 종양을 촉진할 수 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되며 학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병리학교실 남석우 교수팀(공동연구자 김상연 연구강사, 하진웅 연구원)이 주도한 이번 연구는 암 발생 및 진행의 복잡한 유전자 메커니즘에 대한 기존 인식을 뒤흔들고 있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적 권위의 학술지 Journal of Hepatology (IF: 39.8)에 최근 게재됐으며, 간세포암 치료전략의 패러다임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RNA의 비밀: 단백질을 만들지 않아도 암을 변화시킨다


GAS5는 ‘long non-coding RNA (lncRNA)’에 속하는 유전자다. 즉, 일반 단백질을 생성하지 않지만 각종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미쳐 다양한 생리작용에 관여한다. 그간 lncRNA는 대부분 종양 억제 효과와 연관된다고 여겨져 왔지만, 이번 연구는 이 견해에 균열을 가했다.

특히 연구팀은 RNA의 생명을 결정짓는 일종의 ‘화학적 꼬리표’인 m6A(methylation at the N6 position of adenosine) 변형에 주목했다. 이 변형은 RNA의 안정성을 좌우하며, ‘IGF2BP’라는 RNA 결합 단백질과 상호작용해 유전자의 활성이나 비활성에 크나큰 영향을 미친다.

GAS5는 그 중에서도 m6A 변형을 강하게 받으며, IGF2BP1 단백질과 결합해 간암 세포에서 오히려 종양 신호를 활성화시킨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는 종양 억제 유전자가 특정 환경에서는 종양 촉진 인자로 전환될 수 있다는 획기적인 개념으로, 암 연구의 새로운 방향성을 시사한다.


‘양면성 유전자’의 존재가 의미하는 것


GAS5의 이중적인 역할은 단지 학문적 발견에 그치지 않는다. 실제 임상현장에서 간세포암 치료 전략을 근본적으로 재고할 필요성을 환기시킨다. 종양 억제 인자를 인위적으로 활성화하는 기존 유전자 치료법이나 RNA 기반 치료가 예기치 못한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이 연구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GAS5가 간 세포에서 정상적으로는 억제 기능을 하지만, 간세포암에서는 마치 조력자처럼 작용해 암 세포의 생존과 증식을 돕는다는 점이다. 즉, 세포환경이나 질병 상황에 따라 유전자의 기능이 180도 달라질 수 있다는 개념은 ‘정밀의학’ 실현을 위한 핵심 키워드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유전자의 ‘흑백논리’를 넘어서야 할 때


이번 GAS5 관련 연구는 이 같은 유전자의 입체적 성격을 이해하는 데 있어 중요한 이정표다. 특히 lncRNA 분야는 비교적 최근에 조명받기 시작한 영역으로, 아직 많은 ‘숨은 범인’ 또는 ‘의외의 조력자’들이 존재할 수 있다. 현재 일부 스타트업과 바이오 벤처들이 lncRNA를 타깃으로 신약개발을 시도 중이지만, GAS5의 사례는 정밀한 유전자 기능 분석과 암 조직 특이적 연구가 필수적으로 선행되어야 함을 경고하고 있다.

연구팀은 후속 연구로 GAS5의 간암 외 다른 암종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분석할 계획이다. 유방암, 폐암 등에서 동일한 m6A 변형 및 IGF2BP 인터랙션이 나타나는지를 확인함으로써, 유전자 기능에 있어 장기별•질환별 차이를 과학적으로 증명하고자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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