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원 대체의학 칼럼니스트
사진:김상원 대체의학 칼럼니스트

암환자 양 모씨를 비롯하여 그동안 만났던 암환자들 중에서 나만큼 몸이 약했던 사람은 만나보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암환자를 만나면 “암은 면역력 저하가 원인이지만 어려서부터 면역력이 약했던 사람들은 암에 잘 걸리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하게 된다.

처음엔 다들 의아해 하지만 설명을 듣다 보면 금세 고개를 끄덕인다. 우리 주변을 돌아보아도 그렇다. 소화력이 약해서 가리는 음식이 많고, 체력이 약해 운동도 많이 못하고 감기만 걸려도 그것을 이겨내지 못해 골골하는 사람이 암에 걸렸다는 이야기를 별로 들어보지 못했을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몸이 약했던 사람들이 암에 걸릴 확률이 낮은 이유가 있다. 그것은 암에 걸릴 정도의 나쁜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오래 지속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암환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병이라고는 모르고 살았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만성질환을 앓았던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들 역시 몸이 약했던 것은 아니고 생활습관을 바꾸지 못한 것이 원인이었다. 

예들 든다면 위암, 간암, 대장암 환자의 경우 거의가 좋지않은 생활습관이나 식습관으로 위염, 위궤양, 장염, 간염 등을 오래 앓았던 사람들이다. 

 

암환자 양 씨는 대장암 진단을 받고 수술을 받기 위해 복부를 개복했다. 그러나 암이 이미 위와 간에 퍼져 있어 병원에서 가망이 없다고 했던 사람이다. 워낙 건강했던 사람이라 암을 이겨내긴 했지만, 양씨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암에 걸릴 수밖에 없는 생활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채소와 과일은 거의 먹지 않았고 워낙 술과 고기를 많이 먹다보니, 고기는 아예 도살장에 가서 구입했다고 한다. 수십 년을 그렇게 살았었는데, 피부병이 악화되어 피부가 코끼리 가죽처럼 굳었을 때에서야 겨우 2년 정도 술과 고기를 끊었다고 한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오 모씨는 나이가 78세인데 5년 전에 간암이 생겨, 색전술로 치료를 받던 중에 위암이 발견되어 암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위를 거의 다 들어내고 겨우 몸을 추스를 만할 때 또 폐암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간염, 간경화, 간암으로 진행될 때까지도 일을 할 만큼 체력이 좋았다고 한다. 그러나 위암 수술 후 연이어 폐암 진단을 받고 나서는 회사경영을 아들에게 넘겼다고 한다. 

자궁암에 걸린 한 미혼여성은 처음 시작한 제빵 사업이 너무 잘되어 잠을 4시간 밖에 자지 못했고, 쉬는 날도 없이 일을 했지만 몸이 얼마나 건강했는지 전혀 피곤하지 않았다고 한다. 바쁘다보니 끼니를 빵이나 피자로 대충 때울 때가 많았고 시간이 나면 영양보충을 한답시고 앉은 자리에서 불고기를 2~3인분씩이나 먹었었는데 그렇게 먹어도 소화가 안 되거나 속이 불편했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5년을 그렇게 살았더니 언젠가부터 심한 피로감이 지속되면서 체중이 조금씩 빠지기 시작해서 건강검진을 받아보니 자궁내막에 암이 생겼다는 것이다.

최 모씨(남 48세)는 5년 전에 갑상선암 수술을 받았던 사람이다. 갑상선암은 암 축에도 안 낀다는 말을 듣고, 수술을 받고나서도 암이 발생한 원인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수술 후에도 하루 3끼 꼬박 고기를 먹는 이전과 똑같은 생활을 계속했고 저녁식사 후 밤늦은 시간에도 피자나 베이컨과 치즈가 들어있는 빵을 즐겨 먹었다고 한다. 자신을 돌아보기 시작한 것은 신장암이 발생하여 오른쪽 신장 적출 수술을 받고 나서다. 최 씨는 감기 한번 걸린 적이 없을 만큼 건강했고 스트레스를 주로 먹는 것으로 푸는 편이었다고 한다. 

이 같은 사례들을 다 열거하자면 끝이 없을 것 같아서 여기서 줄인다. 건강하지 않으면 어떻게 잠을 그렇게 적게 잘 수 있었겠으며 건강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휴식 없이 일을 할 수 있었겠는가? 또 건강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그렇게 많이 먹을 수 있었겠는가? 

예컨대 소음인의 경우 소화기관이 약하면서 신경이 예민한 사람들이 많지만, 이들이 암에 걸리는 확률은 아주 낮다. 돼지고기, 고등어, 갈치, 장어 등을 먹으면 속이 불편한 사람들이 바로 그들이다. 그리고 위무력증, 소화불량성 위염, 위하수, 위산과다증, 상습복통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80%가 소음인이다. 그럼에도 이들이 암에 걸릴 확률이 낮은 이유는 소화력도 약하지만 몸도 약한 편이어서 암에 걸릴 만큼의 무리한 생활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많은 암 전문의학자들이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암 발생의 주범으로 꼽고 있다. 나 역시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지 않았다는 암환자들은 만나보지 못했다. 스트레스가 암 발생의 결정적인 원인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나는 암환자들의 세포 상태는 암이 발생하기 훨씬 이전에 이미 변질되어 있었음을 강조하고 싶다. 그것도 조금이 아니라 다른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보다 훨씬 더 많이 변질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 몸에는 스트레스를 잘 이겨낼 수 있는 호르몬이 분비되고 있다. 그것은 양쪽 콩팥위에 있는 작은 내분비 기관인 부신에서 분비되는 ‘코티졸’이라는 호르몬이다.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부신피질호르몬이다. 부신피질호르몬은 인체가 스트레스를 극복하는데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호르몬이다. 

사람이 정신적 또는 육체적 스트레스를 받으면 부신피질호르몬이 분비된다. 이 호르몬은 세포를 보호해주고, 혈당이 떨어지는 것과 여러 가지 염증 반응 그리고 세포의 탈수에 의한 손상도 막아주고 전해질의 양도 조절해 준다. 약간만 스트레스를 줘도 쉽게 화를 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웬만한 스트레스에는 꿈적도 않는 사람이 있다. 후자의 경우 부신기능이 강한 사람이다. 

부신기능이 강한 사람들의 특징은 스트레스에 강하고, 일을 무리하게 해도 피로를 모른다는 것이다. 그리고 세포를 빠르게 변질시키는 기름에 튀긴 음식, 지방과 당분이 많은 음식, 인스턴트식품 등을 웬만큼 많이 먹어도 몸에 특별한 반응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생활습관이 오랫동안 지속되면 부신피질호르몬이 정상보다 높은 상태로 계속 분비되며, 그 결과로 면역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부신기능이 약한 사람들은 스트레스에도 약하지만 크게 과로하지 않아도 피로를 많이 느끼며, 해로운 음식을 한 두 끼만 먹어도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한 마디로 암환자들은 부신기능과 면역기능이 저하된 상태에 있지만, 이 두기능이 원래부터 약했던 사람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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