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주체는 의사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환자 자신, 의사나 약은 도와줄 뿐
지역사회 또는 조합원의 건강을 해결하기 위해 조합원 스스로 결정의 주체가 되는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한국투데이에서는 ‘다시 보는 한방’을 주제로 도전하는 개방적인 한의사를 찾아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세번째 주인공으로 행복한마을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을 운영하고 있는 정홍상 원장님과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에 대한 역할과 부인과 질환 중 생리통을 완화할 수 있는 치료법 및 임산부에게 좋은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사진: 행복한마을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정홍상 원장
사진: 행복한마을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정홍상 원장

Q. 안녕하세요, 정홍상 원장님. 한국투데이 독자여러분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행복한마을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에서 일하고 있는 한의사 정홍상입니다. 좀 뒤늦게 한의대를 갔습니다.자연치유, 한약 치유에 관심이 있습니다. 귀가 얇아 새로운 것을 배우기 좋아합니다.

Q. 원장님께서는 행복한마을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을 운영 중이신데, 어떤 계기로 이 일을 시작하게 되셨는지요?

한의대를 졸업하면서 협동조합에 뜻이 있었지만, 어쩌다 보니 개인한의원을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10여년 후 지역의 생협과 시민사회단체와 뜻이 맞아 행복한마을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의료가 영리가 아니라 온전히 환자가 치료의 주체가 되는 과정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단지 치료만이 아니라 예방을 위해서도 힘써야 하고요. 그런 목적에 적합한 것이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라고 생각합니다.

Q. 일반인들에게는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란 개념이 생소합니다.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 하는 일과 조합원들에 대한 혜택은 어떤 것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란 지역민이 건강 문제를 함께 해결하기 위해 설립한 협동조합입니다. ‘사회적’협동조합이란 단지 조합원의 건강만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 취약계층의 건강까지 함께 챙기는 협동조합입니다. 또한 병이 오기 전에 미리 예방하기 위해 교육이나 여러 가지 동아리 활동을 진행합니다.

조합원이 되면 언제나 믿고 상의할 수 있는 주치의가 생깁니다. 지역사회 또는 조합원의 건강을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 결정의 주체가 됩니다. 또한 10만 이상 비급여시 10% 할인 혜택이 있습니다.

Q. 원장님께서는 난치성 질환 중 부인과 질환에 경험이 많으신 걸로 압니다. 여성들의 생리통 질환을 완화시킬 수 있는 치료법이 있는지요?

생리통은 대부분 아랫배가 찬 경우, 자궁평활근이 긴장하는 경우로 나눌 수 있습니다. 물론 자궁 염증이나 어혈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몸이 차다면 찬 음식을 피해야 합니다. 자궁평활근 긴장은 스트레스로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런 경우 스트레스를 잘 다스려 줘야 합니다. 혈액 순환 문제도 있기 때문에 음식에 주의해야 합니다. 가공식품, 단순 탄수화물, 설탕, 육류, 식용유 등을 특히 주의해야 합니다.

Q. 난임 치료에도 관심이 많으신 걸로 들었습니다. 난임 치료를 위한 한방 치료법과 임산부 를 위해 추천해주고 싶은 음식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어떤 질병이든 질병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먼저 몸을 치료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습니다. 예를 들어 난임인 분이 소화가 잘 안 된다면 소화 문제가 우선 해결해 되어야 합니다. 잠을 잘 못 잔다면 잠을 잘 자게 되어야 임신도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잠, 가슴 문제, 식욕, 소화, 대변, 소변, 땀, 추위, 더위 등이 적정 범위를 벗어났다면 그것을 먼저 적정하게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런 다음에도 난임이 그대로라면 이제 난임에 초점을 맞춰 치료합니다. 난임을 위한 한방 치료법은 한약, 침, 뜸, 약침 등이 있습니다.

임신부에게는 좋은 음식은 먼저 대나무입니다. 실제로 대나무 중간층인 죽여는 입덧이나 태열 예방, 불면경향에 씁니다. 죽순 등을 요리로 먹으면 됩니다. 변비가 있다면 잣이 괜찮습니다. 해삼도 좋습니다. 해삼은 음혈(陰血)을 보충하여 태아의 뼈를 튼튼하게 합니다. 물론 모두 설사를 하거나 소화력이 약하다면 주의해야 합니다.

Q. 여러 임상 사례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최근에 치료한 70대 어르신이 생각납니다. 관상동맥 시술 과정에서 의료사고로 뇌경색이 와서 시력을 잃고 오른 팔이 불편한 분입니다. 그동안 2개월 정도 침, 부항, 뜸, 한약 치료를 하였습니다.

현재 희미하게 형태를 분간할 수 있으며 색을 볼 수 있습니다. 오른 손으로 포크를 써서 식사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자연 경과로 그럴 수도 있으며 가족들의 지극한 보살핌 때문일 수도 있지만 저와의 치료과정도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Q. 일반인들에게 건강 증진을 위해 꼭 추천해주고 싶은 운동법이 있다면?

걷기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걷는 것이야말로 누구나 쉽게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숲속을 걷는다면 몸과 마음에 더욱 좋습니다.

따로 시간을 내기 어렵다면 출퇴근 시간이나 점심시간을 이용하는 것도 좋습니다. 특히 식사 후에 걷는다면 소화에도 도움이 됩니다.

저는 매일 30분 정도 뒷산 둘레길을 걸어 출근합니다. 점심 식사 후에도 30분 정도 하천변을 걷습니다.

Q. 원장님이 진료철학과 한의사로서의 꿈이 궁금합니다.

의사 트루도(E. L. Trudeau) 동상에는 의학 목표로 "가끔 치료하고 자주 도와주고 언제나 위로한다." 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치료 주체는 의사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환자 자신이죠. 의사나 약은 도와줄 수 있을 뿐이죠. 종종 잊기도 하지만 진료철학으로 자주 기억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꿈은 한 때는 “치유마을” 또는 “치유공동체”를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지금은 접었습니다. 그러기에는 나이도 있고 능력도 미치지 못함을 알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소박하게 반농반의(半農半醫)를 꿈꾸고 있습니다. 절반은 농사를 짓고 절반은 한의사로서 사는 삶. 같이 사는 마을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건강 조언을 해줄 수 있다면 만족합니다.

Q. 추가로 하시고 싶으신 게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한의학은 오랜 전통에도 불구하고 비주류에 머물러 있습니다. 지금과 같이 생활습관병이 만성이 되어 평생 양약을 먹는 시대에 한의학은 많은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한의학이 모든 질병에 다 대처할 수 없으며 한의학계가 더욱 노력을 해야 합니다. 사람들이 발목을 삐거나 보약을 먹으려고 할 때만 한의학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바뀐다면 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겁니다.

저작권자 © 한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