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증은 뇌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주로 심장의 문제
명상지도나 소통을 통해 세상을 보는 관점을 바꾸면 치료에 도움
한국투데이에서는 ‘다시 보는 한방’을 주제로 젊고 개방적인 한의사를 찾아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첫번째 주인공으로 명보한의원 강일 원장님과 현대인들의 주요 질환인 불면증과 만성소화불량에 대한 해답을 한방 치료와 명상에서 찾기 위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Q. 안녕하세요! 강일 원장님 독자 여러분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상지대학교 한의학과를 2002년에 졸업하고 1년간의 부원장 생활 후 서울 강동구 천호동 명보한의원에서 진료하고 있는 한의사 강일원장이라고 합니다.
Q. 한의사로서 원장님이 가진 진료 철학이 궁금합니다. 진료에 임하시는 마음자세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의 진료 철학은 ‘완벽하게 치료해낸다’라기보다는 ‘도와주고 안내해준다’는 마음가짐입니다.
한의원 주 고객층이 만성질환자나 연로하신 분들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요추협착증 같은 질환은 완치가 참 어려운 질환입니다. 진료실에서 치료행위로 끝낼 수 없는 질환들은 생활을 파고 들어야 합니다. ‘병을 치료한다’보다는 ‘생활을 교정해드린다’는 느낌으로 진료하고 있습니다.
Q. 원장님께서 주력하시는 진료 분야가 불면증과 만성소화불량이라고 들었습니다. 우선 현대인들에게 많은 불면증을 한의학적으로 어떻게 보며 치료는 어떤 방법으로 진행하는지 궁금합니다.
점점 스트레스 관련 질환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불면증으로 고생하시는 분이 우리 주변에 너무 많습니다. 불면증의 즉자적(독립적)인 원인은 바로 생각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뇌가 쉬지를 못하는 상태죠.
하지만 한의학에서는 뇌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주로 심장의 문제로 봅니다.
물론 협십증같은 심장병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놀라거나 스트레스에 오래 노출되거나 화날 일이 잦으면 심허(心虛)해지거나 반대로 심화(心火)가 많아집니다.
심혈(心血)을 보충해주거나 안심시켜주고 혹은 심열(心熱)을 내려주는 한약처방 그리고 인당이나 백회같은 곳의 침치료 더 나아가서는 '호흡관(呼吸觀)'같은 기초적인 명상지도 등을 통해 오장육부 특히 심장의 균형을 되찾아줍니다.
Q. 현대인들의 고질병 중 하나인 만성소화불량에 대한 한의학적 치료 방법이 궁금합니다.
소화기 질환을 치료하는 핵심은 양한방을 가리지 않고 우선은 음식 관리입니다. 알콜에 찌든 간질환 환자가 어떤 약을 복용하는 것보다 술 끊는 것이 중요하듯, 일단은 나쁜 음식을 피해야 합니다.
빵이나 과자같은 단 밀가루 음식, 우유나 프림이 첨가된 커피, 튀긴 음식 등을 피합니다. 거북할 때까지 먹지 않습니다. 한끼 식사시간으로 최소 15분에서 20분은 잡고 천천히 먹습니다.
그래도 안된다면 담음(痰飮)을 없애 주는 한약이나 배를 따뜻하게 해주는 왕뜸, 침치료 등을 병행합니다.
이렇게 해도 호전이 없는 분들은 불면과 마찬가지로 스트레스 때문입니다. 역시 명상지도나 소통을 통해 세상이나 자신을 보는 관점을 바꿔볼 수 있도록 돕습니다.
Q. 원장님께서는 대학교 때 전공은 한의학이 아니었다고 들었습니다. 한의사로서 직업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첫 번째 대학 다닐 때가 1986년도이니 정치적으로 엄청 소란스러울 때였습니다. 학교 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었고 돌이켜보면 회색지대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몸은 소위 시위대열에 있었지만 깊이 동조하지는 못했습니다. 군사독재에는 반대했지만 유물사관은 와 닿지 않았습니다. 기질도 그렇고 시국도 그렇고 더군다나 철학을 부전공하고 있어서였는지 엄청 갈등이 많았었죠.
졸업하고서 변리사 시험에 도전하였으나 3년 정도를 지나면서 기의 세계나 영의 세계, 동양철학 등에 더 끌렸으니 결과가 좋을 리 없었습니다.
결국은 격에 맞지 않는 변리사 시험을 포기했습니다. 하고 싶은 공부와 현실적 문제도 같이 해결할 수 있는 한의사라는 직업이 눈에 들어왔고 다시 시험을 치르고 한의대에 입학하여 이 자리에 있게 된 것입니다.
Q. 치료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환자와 에피소드가 있으시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직장 생활에서 불편한 일을 겪은 후 심한 우울증과 불면증에 시달리던 젊은 여성분이 래원했었습니다.
일반적인 치료에 큰 효과가 없어서 '마하르쉬의 복음'이라는 책을 같이 떼었습니다.
성자 마하르쉬는 깨달음에 도달하는 방법으로써 나는 누구인가? 에 집중하는 수행법을 제시하였습니다.
침 치료 시, 환자분께서 읽어 온 부분 중 잘 모르는 내용을 서로 소통해가면서 그 책 한 권을 다 끝낼 즈음 병도 다 나았습니다. 그 분께서는 지금까지도 항우울제같은 약의 도움없이 잘 지내고 계십니다.
Q. 전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부탁드립니다.
누구나 행복한 삶을 꿈꿉니다. 저마다 행복에 대한 정의도 다 다릅니다. 제가 생각하는 행복한 삶은 '고통 적은 삶' 입니다. 적절한 운동과 음식의 섭취 치료 등으로 통증을 개선할 수는 있지만 고(苦), 괴로움은 쉽지 않습니다. 진료하다 보면 결국 어려운 병은 거의 마음이 괴로워 온 경우가 많았습니다.
괴로움은 욕심 때문에 옵니다. 정확히는 욕심의 불성취 때문입니다. 욕심은 결핍, 소멸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일어납니다. 무한히 풍부한 것, 영원한 것에는 욕심을 내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아무도 공기 욕심을 내지 않습니다. 아직은 무한히 풍부하니까요. 몇 십 년 전 물이 그랬습니다. 물이 오염되면서 깨끗한 물이 줄어들기 시작하자 물은 탐욕의 대상이 되기 시작했죠. 그러면 가장 큰 두려움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우리 육체의 소멸 즉 죽음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그런데 모든 육신은 결국 병과 죽음으로 치닫게 되니 괴로움은 우리의 숙명일까요?
육신의 소멸에 우리가 두려움을 느끼는 이유는 '우리 자신이 바로 육신' 이라는 확신 때문입니다.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 고 했을 때 이 부분을 되 묻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참으로 거대하고도 인류 깊이 뿌리 박힌 거대한 무지입니다.
우리라는 존재는 이 물질 세상과 육신을 통해 서로 소통할 뿐, 우리 자신이 육신은 아닙니다.
이 부분이 확실히 이해되고 납득되어야 육신에서 한 발 떨어질 수 있습니다. 육신에서 떨어질 수 있어야 육신의 병듦과 소멸이 초래할 두려움이 줄고 두려움이 줄어야 욕심이 줄며 따라서 괴로움이 적어지게 됩니다.
그리 되면 삶이 꿈처럼 혹은 연극처럼 가벼워지고 스트레스가 자신을 깊숙하게 오랫동안 흔들지 못하고 이내 물러갑니다. 그러면 자연스레 스트레스가 일으킬 수 있는 여러 병들이 근본에서 물러갑니다. 아무쪼록 괴로움의 이 같은 사슬을 잘 이해하셔서 행복한 삶을 꾸려 나가시는데 보탬이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