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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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아이가 어린이집 다른 친구에게 물려왔다. 속이 상한 나였지만, 나보다 더 속이 상했을 아이를 생각해서, 손목에 물린 자국을 보며 차분하게 물어보았다. “어우, 우리 메이 많이 아팠겠다. 지금도 많이 아파?” 메이가 대답을 한다. “안 아파요. 괜찮아” 마음이 아팠지만 계속 대화를 이어갔다.

“메이야~, 누가 문거야~?”

“친구 OO가 물었어”

“그랬구나, 어쩌다가 친구가 물었어~?”

“내가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는데 친구가 뺏으려고 했어”

어린이집 선생님께 전해들은 상황은 이랬다. 메이가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었고, 친구가 뺏으려 했는데 메이가 뺏기지 않으려 하자, 친구가 메이 손을 꽉 물어버린 것이다. 메이가 뺏으려고 했다가 물린 것도 아니고 뺏기지 않으려다 물린 거라니… 선생님께 전해들을때도 많이 속상하고 안스럽고 안타까웠지만, 오히려 담담하게 이런 말을 해주는 메이를 보니 더 마음이 쓰라리고 아팠다. 평소에 다른 또래 친구들에게 양보를 많이 하고 배려를 많이 하는 아이였기에, 이 아이에게 어떻게 설명을 해줘야 할까, 어떻게 말을 해줘야 상처를 받지 않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메이야~, 친구가 물어서 많이 아팠겠다. 얼마나 속상했을까? 엄마는 메이가 장난감을 뺏기지 않으려고 해줘서 그게 너무 고마워. 그리고 친구가 물었다고 해서 그 장난감을 주지 않은 것도 너무 고마워. 갖고 싶은 장난감은 힘이 세다고 가질 수 있는게 아니야. 누구나 다 가지고 놀 수 있고, 순서를 기다렸다가 자기 차례에 가지고 놀 수 있는 거야, 우리 메이가 너무 잘 지켜줘서 고마워”

36개월, 만3세. 이제 막 4살이 된 아이가 내 말을 알아들었을까? 갑자기 나에게 이런 말을 한다. “엄마, 메이는 OO친구한테 장난감 빌려줄 거야. 한번 더 빌려줄 거야” 너무나도 착한 아이의 말에 메이를 따뜻하게 꼬옥 안아주었다. 그러면서 번뜩 책의 한 구절이 생각났다. [어떤 부모가 되어야 하는가]라는 책에서 나온 구절인데 ‘양보하지 않는 사람을 조심해라!’, ‘양보하는 행위에 대해 옳고 그름을 논한다면 옳은 일임이 분명하지만 세상에는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으니, 만일 상대가 양보를 하지 않는다면 그 아이와 놀지 말라거나 너 또한 더 이상 양보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알려주라는 것이다.’

 

마침 이 구절들이 생각이나 아이에게 다시 말해주었다. (아이 성향에 따라 다른 방법들이 있겠지만, 나의 아이의 경우는 양보와 배려가 일찍이 몸에 베어 있고, 다른 아이들이 빼앗거나 혹은 때리더라도 같이 뺏거나, 혹은 같이 때리지 않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우리 메이는 마음이 너무 예뻐서, 엄마는 너무 좋아, 우리 메이는 어쩜 이렇게 마음도 예쁠까? 친구가 메이를 물었지만, 우리 메이는 그 친구한테 장난감 하나 더 빌려줄 거란 말이지~?”

“응”

“메이야, 그 친구가 메이를 문 건 메이를 아프게 한 거잖아~, 우리 메이를 힘들게 하거나 아프게 하는 친구들에게는 빌려주지 않아도 돼~ 오케이?”

“아니야, 친구 빌려줄 거야”

“그래? 우리 메이가 그래도 친구 빌려주고 싶다고 하면, 빌려줘~ 그게 메이 마음이 편하면 그렇게 해~”

이렇게 대화가 마무리가 되었다. 그리고 그날 밤 자기 전 메이가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다.

“엄마, 지금 안 아파, 걱정 안해도 돼”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았지만 간신히 부여잡은 내 정신은

“메이야~ 메이에게 잘 해주는 사람에게만 잘해 주렴~, 메이에게 잘해주지 않는 사람, 나쁘게 하는 사람한테까지 잘해주지 않아도 돼~ 알겠지?”

“네, 엄마, 선생님이 메이한테 잘해줘~ 친구들이랑 노는 것도 재미있어~”

 

난 그 이후로 매일 아이에게 이 말을 해주고 있다. 아이가 점점 커가면 내 말을 더 쉽게 이해하리라 믿고, 남을 배려하지 않고 양보하지 않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배려와 양보를 받을 자격이 없다는 것을 꼭 가르쳐 주고 싶다. 메이와 같은 성향의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정말 많은 고민과 걱정이 앞 설 텐데, 이 책의 구절을 빌어 아이에게 편한 마음을 갖게 하고, 기준을 세워주게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가야, 너에게 잘 해주는 친구에게만 잘해 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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