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손
다른 눈으로 내 삶을 시작한 것
시를 적는 시인으로 태어난다
언어를 통해 마음을 짚어낸다
내 마음을 누군가 몰라줘도
언어를 통해 세상을 바라본다
시인의 시선에 사로잡히면
평범하고 무관심했던 것들이
하나둘 감정을 갖게 되는 것
연필이 입덧할 때는 예민해져서
표현하고 싶은 것이 떠오를 때
보고 느낀 것들을 토하듯 쏟는다
길가에 핀 꽃과 인사를 나누고
노래하는 새들과 수다를 떨며
안부를 묻는 바람에 소식 전한다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시인은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는다
그렇게 세상과 한 몸이 된다
시인의 눈에는 시만 보이고
작가의 눈에는 글만 보이고
인생이 시가 되고 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