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거대한 손톱의 용도는 갈퀴처럼 식물을 긁어모으는데 사용했던 것으로 추정

일반 대중들에게 알려진 공룡들 중 가장 유명한 공룡은 단연 육식공룡 티라노사우루스일 것입니다. 티라노사우루스는 거대한 머리와 날카로운 발톱, 기다란 뒷다리가 특징인데 유독 앞다리, 즉 팔은 매우 짧은 모습을 하고 있는데요. 이것은 턱힘이 발달하면서 머리가 강력한 무기로 진화되었고, 그에 따라 무거워진 머리의 무게와 굵은 꼬리 간에 균형을 맞추기 위해 상대적으로 사용이 적은 팔이 짧아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티라노사우루스의 짧은 팔과는 대비되고 무시무시할 정도로 거대한 팔을 지닌 공룡들이 있었다는데, 과연 어떤 공룡들이었을까요?
이번 칼럼에서는 2m에 이르는 거대한 팔과 기다란 손을 지닌 공룡 두 속을 만나보도록 하겠습니다.

데이노케이루스
데이노케이루스

첫 번째 주인공은 '데이노케이루스'입니다. 이 공룡은 학명 의미가 '무서운 손'이라는 의미를 지녔는데요. 처음 발견된 것이 거대한 팔뼈였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은 것입니다. 데이노케이루스는 무려 2.4m에 이르는 기다란 팔을 지녔는데요. 처음 발견 당시 이 팔 외에 다른 뼈가 발견되지 않아 과학자들은 이 공룡이 기다란 팔에 날카로운 발톱이 달린 사나운 육식공룡이었을 것이라 추측했습니다. 하지만 신체의 다른 부위 골격이 없으니 이 공룡의 모습은 수수께끼에 감춰져 있었죠. 그로부터 50여년이 지난 후, 대한민국 탐사대원들이 몽골에서 데이노케이루스의 다른 신체 부위 화석을 발견해내는데 성공했고, 복원된 데이노케이루스의 모습은 독특하면서도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는 공룡의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등에는 낙타의 혹과 같은 형태의 돌기가 솟아 있었고, 입은 새의 부리처럼 납작한 형태였고, 몸에는 깃털이 존재했던 것으로 확인된 것이죠. 데이노케이루스의 입모양을 볼때 오늘날의 물새와 비슷한 식성을 지녔던 것으로 추정되며, 거대한 손에 달린 날카로운 손톱은 물가에 낮게 자라는 초본성 식물을 파 모았고, 그것을 먹이로 삼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또 때론 이 손톱으로 물고기도 잡아먹곤 했을 것으로 보이지만, 난폭한 육식공룡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오히려 같은 시기에 살았던 육식공룡 타르보사우루스에게 갈비뼈가 물린 흔적이 발견되었기 때문이죠.

테리지노사우루스
테리지노사우루스

두 번째 공룡은 '테리지노사우루스'입니다. 테리지노사우루스는 최근 영상매체에서의 등장이 잦아 대중들에게도 어느 정도 인상깊은 모습을 보여준 공룡인데요. 이 공룡 역시 2m 이상 크기의 팔뼈만 발견되었는데요. 처음 발견되었을 1948년에는 1m에 이르는 거대한 손톱을 보고 이 손톱으로 먹잇감을 베어 쓰러뜨리는 대형 육식공룡이라 상상했습니다. 하지만 학자들은 이 손톱을 보면서 특이한 점을 알게 되었는데요. 육식성 동물의 손, 발톱의 특성인 갈고리 모양보다는, 직선에 가까운 형태의 모양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하여 테리지노사우루스의 손톱이 사냥용이 아닐 것이라는 주장이 대두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학자들은 테리지노사우루스와 유사한 골격 구조를 지닌 친척 공룡들을 비교 분석한 결과, 테리지노사우루스의 기다란 손톱의 용도는 사냥용이 아니라, 갈퀴처럼 식물을 긁어 모아 먹는데 사용했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현재 테리지노사우루스는 무서운 육식공룡의 이미지에서 오늘날의 판다나 나무늘보처럼 손톱을 이용해 식물을 섭취하는데 주로 시간을 보냈는 모습의 초식공룡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무서운 육식공룡들의 갈고리 모양의 손, 발톱보다 더 거대하고 무서워보이는 손톱을 지녔지만, 알고보면 식물 섭취에 이용했던 초식(혹은 잡식)공룡이 있었다는 사실이 멸종한 공룡들의 생태를 더욱 흥미롭게 보이게 하는 것이 아닐까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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