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은 지구 역사상 육지에 나타난 생물들 중 가장 거대한 몸집을 지닌 생물이었습니다. 몸집이 큰 생물은 생활을 할 때 태양열을 쬐게 될 경우 커다란 몸의 면적만큼 많은 양의 열을 몸으로 흡수하기 때문에 체온이 급격히 올라가게 됩니다.

오늘날 아프리카 코끼리의 경우에도 몸집이 커다란 만큼 햇빛에 노출될 경우 체온이 급격히 올라가고 덥혀진 체온은 쉽게 식지 않게 됩니다.

코끼리들은 이렇게 뜨거워진 신체 온도를 줄이기 위해 넓은 귀에다 뜨거운 피를 보낸 후, 이불을 털어주듯 털어주면서 체온을 식혀줍니다. 현재 지구 육상에서 가장 커다란 코끼리도 더위를 식히기 위해 이런 방법을 사용하는데 코끼리보다 더 거대했던 공룡들은 과연 어떻게 신체 온도를 조절했을까요?

스피노사우루스
스피노사우루스

등에 2m에 가까운 거대한 신경배돌기가 솟아있는 육식공룡 스피노사우루스는 이 신경배돌기에 뜨거운 피를 올려보내 그늘진 곳에서 체온을 떨어뜨리지 않았을까하는 설이 있습니다. 또한 등에 골판이 여러 개 나 있는 초식공룡 스테고사우루스 역시 비슷한 방법으로 체온을 조절하지 않았을까하고 학자들은 추측하고 있습니다.

트리케라톱스
트리케라톱스

뿔이 난 공룡으로 유명한 트리케라톱스를 비롯한 각룡들은 머리 뒤로 넓게 펼쳐진 프릴을 이용해 체온을 조절하지 않았을까하는 추정이 있는데요. 지금까지 열거한 공룡들은 확실하게 체온을 조절했을법한 신체 기관이 두드러지게 드러나기 때문에 충분히 무더웠던 공룡시대의 기온에서 잘 적응했으리라 여겨집니다. 그런데 이렇게 특별히 두드러지는 신체적 특징이 없음에도 아주 효율적인 체온 조절 능력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 공룡이 있었다고 하는데요. 과연 어떤 공룡이었을까요?

그 주인공은 바로 공룡의 왕으로 알려진 '티라노사우루스'였습니다.

티라노사우루스는 몸길이가 13m에 이르고 몸무게는 9톤에 달하며, 거대한 머리와 강력한 턱힘으로 백악기 후기에 무시무시한 포식자로 유명한 육식공룡이죠. 하지만 티라노사우루스의 신체를 보면 분명 무서운 육식동물로서의 특징은 있지만 특별히 뿔이나 볏이 나 있는 독특한 신체 기관은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과연 티라노사우루스는 어떻게 체온을 조절했다는 것일까요?

티라노사우루스 두개골
티라노사우루스 두개골

그 비밀은 티라노사우루스의 머리에 있었습니다. 티라노사우루스의 머리에는 무려 에어컨이 달려있었다고 하는데요. 대체 어찌된 영문인지 알아보겠습니다.

티라노사우루스의 머리뼈를 보며 정수리 부분에 두 개의 큰 구멍이 나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이 두 개의 구멍에 턱 근육만 가득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 주장에 대해 의문을 품은 연구원이 나타났는데요.

바로 미주리 의과대학 해부학 교수 케이시 홀리데이였습니다. 홀리데이는 턱에서 근육이 올라와 90도로 회전하여 두개골 꼭대기에 위치한다는 것은 다소 이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티라노사우루스처럼 두개골 꼭대기에 구멍이 나 있는 생물을 찾던 중, 악어가 이러한 두개골 특징을 지닌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악어의 두개골 꼭대기 구멍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아보게 되었죠.

티라노사우루스 두개골 / 동그라미 친 부분의 구멍(상측두창)이 모세혈관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티라노사우루스 두개골 / 동그라미 친 부분의 구멍(상측두창)이 모세혈관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그 결과 악어의 두개골 꼭대기 구멍은 모세혈관이 모여 체온을 조절하는 역할을 해준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열 화상 카메라로 촬영한 악어의 머리 꼭대기는 날씨가 추워질 때는 뜨거워지고, 더워질 때는 차가워지는 모습이 관찰되었습니다. 이것은 악어가 머리 꼭대기 두 구멍에 모여있는 혈관을 온도 조절기처럼 이용한다는 것이죠.

따라서 티라노사우루스 역시 악어처럼 이 머리 꼭대기의 모세혈관들을 에어컨처럼 온도를 조절하는데 이용했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주변환경이 추울 때는 이 모세혈관들이 강력한 열을 내뿜어주고, 더울 때는 뜨거운 열을 모이게 한 후, 콧구멍으로 공기와 함께 빠져나가면서 식혀주는 것이죠.

이러한 체온조절 신체 능력이 있다는 것은 거대한 티라노사우루스가 신체 에너지를 적절하게 이용하는데도 상당히 도움이 되었을 것입니다. 티라노사우루스는 육식동물이었기 때문에, 사냥을 하거나 영역 다툼이 있을 때 급격히 체온이 올라가거나,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열 에너지를 스스로 조절함으로써 신체 능력을 더 극대화 시켰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티라노사우루스의 신체적 특징은 공룡의 체온 체계에 대한 이해를 한층 더 높일 수 있는 중요한 연구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체온은 동물의 움직임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에너지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람도 신체의 체온이 너무 올라가면 땀이 나면서 열을 식혀줍니다. 몸이 너무 뜨거우면 움직이기 힘들기 때문이죠. 반면 체온이 지나치게 떨어져도 움직이기가 힘듭니다. 공룡들 역시 주변 환경과 신체 내부의 온도 영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신체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지속적으로 진화했을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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