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지친 사람들

서울에는 ’올빼미버스‘라는 심야 버스가 있다. 2013년 4월 2개 노선을 시범적으로 운행하고, 수요가 많아지자 그해 9월부터 9개 노선으로 확대했다. 9개 노선은 승객이 많은 전철역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한번쯤은 서울 심야버스에 대해서 들어봤을 거다. 하지만 늦은 시간에 심야버스를 이용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부분 일반버스가 끊기기 전에 집에 들어가거나 택시를 탈 것이다. 나도 지구 행성 택시 드라이버가 되기 전에는 올빼미버스를 알지 못했다. 퇴근 시간이 새벽이라 어떻게 집에 돌아가야 하는지 연구하다가 올빼미버스의 존재를 알게 돼서 이용하고 있다.  

출처:픽사베이

내가 타는 올빼미버스는 N61번이다. N61번은 2호선과 7호선 전철역을 중심으로 지나가기 때문에 올빼미버스 중 운행 차량도 제일 많고 사람도 많이 탄다. 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땀이 날 때가 많다.

승객의 30%는 대리운전 기사들이다. 그들은 끊임없이 대리운전 어플리케이션을 쳐다보면서 고객을 찾는다. 언제든 자신에게 맞는 콜이 오면 내릴 준비를 한다. 새벽에는 대부분 술자리가 끝난 상황이라 대리운전 콜은 거의 없다. 대리운전 기사들은 집에 가면서 자신과 방향이 같은 대리운전을 찾는다. 밤일을 많이 해서 적응이 됐는지 피곤해 보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아주 가끔 자리에 앉아 졸다가 스마트폰을 바닥에 떨어뜨리는 사람들이 있다. 아마도 투 잡을 뛰는 사람인 것 같다.

N61번에 사람이 많은 이유는 대리운전 기사들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2호선 라인에 술집들이 많기 때문에 대리운전 기사들이 많이 이용한다. 버스가 영동대교를 건너가면 많은 대리운전 기사들이 내리기 시작한다. 집에 가든지 반대로 돌아가든지 결정해야 되기 때문이다.

밤일을 끝내고 올빼미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있다. 야간 하역 작업, 전철역 청소, 택시, 야간 알바 일이 끝나면 같은 시간에 같은 버스를 탄다. 올빼미버스는 30분 간격으로 다니기 때문에 버스를 놓쳐서는 안 된다. 사람이 많아서 몸을 구겨 넣어서 타야 한다. 사람이 너무 많은 날은 내리는 사람들과 타는 사람들과의 신랑이가 벌어지고, 신음 소리가 저절로 난다. 버스 안은 덥고, 서로 부대끼고, 내리지 못해 소리치며 짜증도 나지만, 새벽 시간에 이 버스를 탈 수밖에 없는 그 마음을 알기에 서로 이해한다. 이럴 때 사용하는 사자성어가 동병상련인가 보다. 두, 세달 같은 시간 같은 버스를 타면 얼굴이 익숙해지는 사람들도 있다.

출처:픽사베이

버스 승객의 50%가 밤일을 하고 가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낮과 밤이 뒤바뀐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라 버스에서 졸지 않는다. 앉아 있는 사람들을 보면 졸음을 참지 못하고 고개가 아래로 떨어진다. 술을 마시지는 않았지만 아침에 출근해서 새벽까지 일하니까 피곤한 것 같다. 눈이 풀리고 얼굴은 피곤하다.

신기하게도 올빼미버스에는 술에 취한 사람이 거의 없다. 다른 시간대 다른 올빼미버스는 모르겠지만 내가 퇴근하는 시간에는 전혀 없다. 그렇게 늦게까지 술을 마셨다면 택시를 타고 가기 때문일 거다.

버스 안에서 졸지 않고 눈을 뜨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스마트폰을 본다. 친구와 문자를 주고받고, 음악을 듣고, 유튜브 영상을 보고, 게임을 하거나, 통화를 한다. 그들의 얼굴을 자세히 보면 삶에 찌들어 있다. 대부분 오늘 처음 올빼미버스를 탄 게 아니라 매일 타는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올빼미버스는 집으로 돌아가는 유일한 교통수단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내 얼굴도 그들과 전혀 다르지 않다. 지치고 찌든 일상에서 집으로 돌아간다. 각자의 사정으로 밤일을 하고 집으로 돌아간다. 나도 사정이 있어서 밤일을 시작했다. 조만간에 이 일을 끝내고 예전처럼 되기를 바란다. 그들도 나와 같은 생각일 것 같다. 밤일을 좋아서 하는 사람은 없다. 지금 처한 상황이 밤일을 하게 만들었을 거다. 

올빼미버스를 이용하는 우리를 보면서 느낀다.

삶은 치열하고 고생이다.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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