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종 교수의 외침이 말하는 간호사 처우의 현실

1월 22일, 오늘은 2020년도 간호사 국가고시가 있는 날이다. 이 시험은 간호학과 학생이 간호사가 되는 마지막 관문이며, 이 국가고시에 통과한 사람은 간호사 면허를 받고 간호사로서 근무를 할 수 있게 된다. 즉, 오늘 있을 간호사 국가고시에 통과하면 신규 간호사로 병원에서 근무하게 된다. 그 수가 매년 약 2만여 명이다. 그리고 이 중 1/3은 1년 안에 병원을 그만둔다. 서글프게도 이것이 매년 반복되는 우리나라 간호사의 현실이다.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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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상은 이국종 교수로 떠들썩하다. 일반인은 물론 의료인에게도 생소했던 ‘중증외상센터’를 전국민이 다 알 수 있도록 한 데에는 이국종 교수의 공이 혁혁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게 살아있는 슈바이처이자, 진정한 의료인의 표본으로 불리던 이국종 교수에 대한 기사가 요즘은 매일 실시간 검색어 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일의 발단은 공개된 한 녹음파일로부터 시작되었다. 욕설이 뒤범벅된 그 녹음파일은 이국종 교수를 지지하는 많은 국민들의 공분을 사기 충분했다.

그리고 며칠 뒤, 논란의 중심에 있던 이국종 교수는 자신이 있던 중증외상센터 센터장직을 사임한다는 내용과 함께 입을 열었다. 그리고 그 내용에는 간호사였던 필자가 절대 지나칠 수 없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바로 중증외상센터에서 일하는 간호 인력을 늘리기 위해 지원된 예산을 병원에서 다른 곳에 사용하고 간호 인력은 충원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국종 교수의 말에 따르면 중증외상센터 간호사들은 극심한 인력난에 시달렸고, 없는 인력에서 비행하며 환자를 돌보느라 손가락이 부러지고, 유산이 되기도 했다고 한다. 말 그대로 얼마 되지 않는 의료인들을 갈아 넣어 환자를 돌보았다는 소리다. 그럼 그 인건비로 지원된 예산은 어디로 갔을까? 그리고 이런 일이 비단 이 병원만의 일일까?

출처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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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의 태움을 이야기 하면서 태움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인력부족으로 인한 업무량 과다라고 누누이 말해왔다. 필자 뿐 아니라 많은 간호계 인사들이 입을 모아 공통적으로 주장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실에서 이것이 반영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이유는 말할 것도 없이 필요성 인식 부재와 비용문제 때문이다. 
병원은 비영리기관의 성격의 띄고 있는 영리기관이다. 적자를 내지 않는 것을 큰 목표로 삼고 있는 기관 중 하나라는 뜻이다. 모든 기관들이 그러하듯 인건비는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지출 항목이다. 그래서 할 수 있으면 적은 인원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려고 한다. 그리고 문제는 여기서 생긴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우리나라의 임상 간호사 수는 인구 1,000명당 3.5명이라고 한다. 이는 OECD 평균인 7.2명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이다. 굳이 중증외상센터를 얘기하기 전에 이미 대부분의 병원에서 간호사의 노동력을 갈아 넣어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는 소리이다. 그러니 업무량 과다에 따른 태움이 발생 되고, 과도한 업무량에 병원을 떠나는 간호사들이 생기는 것이다. 
한 임상 간호사는 신규로 입사한 간호사들을 보면 딱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저 간호사들도 자신이 밟았던 전처를 그대로 밟고 누군가는 떠나고, 누군가는 힘겹게 남아 환자들 곁을 지키게 될 것을 생각하면 짠한 마음이 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간호사에 대한 인식은 점점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그 전에는 간호사들의 외침을 간호사가 아닌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해주고 지지해주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실상은 이러한 사람들의 인식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그렇기에 꾸준히 외쳐야 하고, 지속해서 상기시켜줘야 한다. 그래서 조금씩 조금씩 현실을 바꿔나가야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것이 더 이상 힘들고 어려운, 희생이 필요한 일이 아니어야 한다. 그래야 수많은 간호학과 학생이 국가고시에 합격하여 간호사로 병원에 나아갔을 때 진심으로 축하하고, 그들을 축복해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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