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은 고단하다

20대의 여자 청춘 두 명과 함께 봉천동으로 이동한다. 밤 10시가 됐는데 아직 저녁 식사도 하지 못했다. 빨리 집 근처 고기집에서 저녁 먹을 얘기가 한참이다. 

신림동과 봉천동으로 가는 고객 중 많은 사람이 20대 청춘이다. 40대 이상 직장인들은 아파트에서 내리고, 20대 청춘들은 빌라촌이나 원룸촌에서 내린다. 전세금이 부족하거나 적은 월세를 찾는 청년들은 강남에서 밀려나 신림동과 봉천동으로 온다. 아무래도 이 동네가 서울 중심가보다 저렴하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면서 자기만의 공간을 구하는 사람이라면 만만한 곳이 그나마 신림동과 봉천동이다. 지금은 이곳도 계발이 많이 돼서 전세와 월세 가격이 많이 올랐다. 

오늘 두 청춘은 집을 보러 다녔다. 한 친구가 지금 사는 집에서 나가야 되는 모양이다. 그 친구의 집을 보기 위해 다른 친구가 따라 나섰다. 봉천동에서 나와 강서구에 비슷한 가격대의 집을 구하고 있다. 

월급은 고정되어 있고 물가는 오른다. 물가가 오르는 만큼 전세와 월세의 가격도 오른다. 2년 전 계약한 집이 만기가 되면 주인들은 전세금이나 월세를 올린다. 하지만 2년 전 월급이나 지금 월급이나 거의 비슷하고, 월급이 올랐다고 해도 전세금이나 월세를 올려주기에는 부족하다. 그러니 결국 방을 빼서 다른 집으로 이사를 갈 수밖에 없다. 

두 청춘은 서울에 올라와서 2년 마다 계속 이사를 다녔다. 2년 마다 집을 보러 다니고, 계약하고, 이사하고 또 집을 보러 다니고, 계약하고, 이사했다. 거처를 옮기는 일은 스트레스가 많다. 부동산이나 집주인에게 속을 수도 있고, 이사를 했는데 생각하지 못한 하자로 2년 동안 참으며 살 수도 있다. 여름에는 사막보다 덥고 겨울에는 북극보다 추울 수 있다. 

출처:픽사베이

두 청춘을 보니까 안쓰럽다. 그들은 고단함보다는 파릇파릇 해야 할 20대다. 자유롭게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나이다. 꿈이 있고, 그것을 위해 기쁘게 할 수 있는 때다. 그런데 그들에게 고단함이 느껴진다. 두 청춘에 비해 내 처지는 더 좋지 않지만, 그래도 난 가장이고 가족을 책임져야 할 나이다. 고단함이 당연한 때다. 하지만 두 청춘은 그런 나이는 아닌데.

부모가 주는 돈 받으면서 사는 생각 없는 청춘들도 있지만, 이렇게 고단하게 사는 청춘들이 많다. 10년 전에도 그랬고 20년 전에도 그랬다. 내 아버지가 그랬고, 내 아버지의 아버지도 그렇게 살았다. 

청춘은 고단하다. 힘들고 고민하며 사니까 청춘이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그래. 청춘은 힘들고 고민하고, 부대끼고 갈등한다. 쉽게 살면 좋겠지만 그럴 수가 없다. 그게 인생이니까. 하지만 힘내자. 20대가 지나면 30대가 되고, 30대를 지나면 기성세대인 40대가 된다. 우리는 나이를 먹으면서 발전한다. 

고달픈 청춘아, 고기 먹고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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