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 해고

오후 4시 일찍 퇴근하는 회사원 고객을 태웠다. 퇴근하기에는 이른 시간이라 외출했다가 집에 가는 젊은 여성이라 생각했다. 지구 행성 택시에 타자마자 전화 하는 대화를 들어보니까 직장인이다.

고객은 엄청난 충격에 빠져서 조퇴를 하고 집에 가는 중이다. 사건은 이랬다. 평상시처럼 직원들은 아침에 출근했다. 담당 부서장이 오더니 여러 명을 정리 해고했다. 아무런 예고도 없이 이름을 부르고 해고한 것이다. 권고사직도 없고 절차도 없었다. 그 자리에서 바로 해고를 했다. 남은 직원들은 정리 해고된 사람들의 명단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근무 실적이 나쁜 것도 아니고 근무 연차가 오래된 것도 아니었다. 신입도 아니고 고참도 아니다. 회사에서는 아무 설명도 없고 이유도 얘기하지 않았다. 정리 해고된 직원들은 짐을 싸서 그대로 가버렸다. 남은 직원들은 당황해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지구 행성 택시에 탄 그녀도 어찌할 바를 몰라서 조퇴를 해버린 것이다.

출처:픽사베이

길게는 10년, 짧게는 2-3년을 매일 다니던 직장인데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되었다. 이 충격은 어마무시하다. 짐을 싸고 나가는 사람들을 보는 남은 자들의 충격도 어마무시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을까? 이것이 법적으로 가능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좋은 것 같지는 않다. 편법으로 해고 한 것이라면 더 좋은 것 같지 않다. 사람과 사람이 관계하는 곳에는 대화가 있고 이해가 있다. 대화와 이해 없이 결정되고 통보하는 것은 사람을 도구로 보는 것이다. 그런데 어쩌겠는가? 그들은 결정하고 통보하는 게 일이고, 우리는 그 결정과 통보에 따를 수밖에 없으니.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된 사람들은 더럽고 아니꼽지만, 다시 직장을 구하고 인생을 살 것이다. 그게 인생이니까. 나도 이 택시 회사에서 아무 이유 없이 해고되면 다른 직장을 구해야 한다. 기분은 더럽고 치사하지만 살아야 되니까 다시 시작할 것이다. 정리 해고된 사람들, 해고된 사람들을 보며 남은 사람들, 모두 힘내길 바란다. 아픈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고, 다시 시작하면 뭐든 할 수 있다.

인생은 주옥같지만 그래도 살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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