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픽사베이

메이가 2020년을 맞아 새해 선물로 기저귀떼기를 안겨줬다. 곧 36개월 세 돌이 되기도 하고, 아이 겨울방학 때 엄마랑 오래 있는 동안 배변훈련을 하면 좋을 것 같아서 지난주에 시도를 했는데, 그냥 줄줄줄 느낌없이 오줌을 싸버리는 아이를 보고, 나의 정신건강에 너무나도 해로울 것 같아, 아이가 준비가 더 되면 시작해야지 하고 며칠을 더 지켜보고 있었다.

전부터 아이의 신호는 다양했다. “쉬 마려워요” 라고 이야기 하고는 변기에 앉았다가 일어서면 쉬를 한다거나, 응가 할 때는 자기만의 공간에서 응가를 한 후 “응가 다 했어요, 닦아주세요” 라고 말을 한다거나. 쉬 와 응가를 확실히 구분은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배변 훈련의 적기는 언제인지 엄마가 처음인 나는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던 오늘. 2020년이 밝아온 다음 날 아침! 새로 마련한 팬티들을 아이에게 보여주고, 골라보라고 했다. 평소에 공룡과 옥토넛을 좋아하는 딸은 공룡팬티! 옥토넛팬티! 를 외쳐 됐다. 하지만 여아용 팬티에는 공룡이나 옷토넛은 없었다. 이것도 문제라고 보는데, 아무튼 이 주제는 다음에 꼭 글을 써 볼 예정이다.

어쨌든 그 중에 마음에 드는 팬티를 골라 입고 실컷 놀다가, 갑자기 아이가 응가를 위해 자기만의 공간으로 향하는 것을 포착하고, 아이를 번쩍 들어 안아 아이 변기로 향했다. 그랬더니 변기에 앉기 싫다고 발버둥을 친다. 그래도 한번 성공을 맛보고 나면 계속 하지 않을까 싶어, 변기에 앉아나 보자고 회유 했는데도, 절대로 안한 단다. 심지어 응가를 꾹 참고 있다. 어차피 화장실에 왔으니 물놀이를 좋아하는 아이이기에 그럼 물놀이를 하겠냐고 물어보고는 욕조에 물을 받아 줬다. 혼자 물놀이를 실컷 하더니 “엄마, 응가 할래요. 메이 변기 말고, 엄마 변기에 앉혀주세요” 라고 말을 한다. 아뿔사, 우리 아이는 아이 변기가 아니라 어른 변기로 시작해야 하는 아이였던 것이다. 어쨌든 너무나도 오래 기다렸던 말을 듣고, 너무너무 신이 난 나는 바로 어른이 사용하는 변기에 아이 변기 패드를 꽂아서 아이가 편하게 응가를 볼 수 있게 해줬다. 그랬더니 나보고 나가라고 한다. 문을 닫고 나가서 기다리는데 힘 주는 소리와 함께 “엄마!, 응가 다 했어요! 닦아주세요!” 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린다. 정말 감격이 감격이 이런 감격이 없다. 문을 열고 성공했냐고 너무 축하한다고, 너무 잘했다고, 너무 기특하다고 세상에 칭찬이라는 칭찬은 모조리 다 끌어다 아이에게 대령했다. 그랬더니 “엄마, 쉬도 할래요, 문 닫고 나가요” 그러길래 문을 닫고 나가서 기다렸다. 그랬더니 잠시 후 쉬 까지 성공한 내 아이의 목소리!!!! 2020년 새해 선물은 너의 기저귀떼기구나!!! 너무너무 반갑고 행복하고 미칠 것 같이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태어나는 건 빨리 태어나 놓고, 자라는 건 누구보다도 천천히 하나씩 해내는 아이라, 성격 급한 엄마로서는 영 조급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그래도 이렇게 하나씩 해 내주고 하나씩 습득해주니 그저 기특하고 고맙고 자랑스러울 따름이다. 이런걸 보면 정말 아이를 키우면서 엄마도 자란다는 말이 실로 맞는 말인 듯 하다. 서툰 엄마는 이렇게 깨우쳐 가고, 인내심이 부족한 엄마는 이렇게 기다림을 배우고, 혼자 걷던 엄마는 어느새 아이의 속도에 맞춰 느긋하게 발 맞출 줄도 알게 되었다.

나중에 아이가 자라고, 엄마랑 술 한잔 해줄 수 있을 때 지금을 회상하며 “메이야, 너 처음 변기에 똥쌌을 때 엄마가 눈물이 날 만큼 행복했어” 라고 말 할 수 있는 우리 둘만의 추억이 생겨서 너무 기쁘다.

아이의 배변에 이렇게나 좋아할 내가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래도 이것이 사람 사는 이야기 이고,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니, 그저 평범하지만 특별하고 사소하지만 강력한 삶의 힘이 되는 일이 아닌가 싶다. 오늘도 고군분투 자기의 위치에서 고생중인 ‘아이의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는 것에 늘 행복을 느끼는’ 세상 모든 엄마, 그리고 아빠들 파이팅!!!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