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 살아가는 수많은 생물들은 저마다 제각각의 방식으로 영양분을 섭취하고 그것으로 몸을 유지하며 살아간다. 특히 동물들은 입을 통해 먹이를 먹기도 하고 도구로 사용하는 등 여러 방향으로 이용하고 있는데, 음식물을 섭취하는 동물들에게 있어 먹이를 섭취하는데 중요한 입속 도구 중 치아를 빼놓을 수가 없다.
우리 인간의 먼저 치아를 살펴보자. 인간은 대략 30여 개의 치아를 지니고 있으며, 어금니와 송곳니를 가지고 있어 먹이를 자르고 부수는데 적합한, 잡식성 동물의 치아 특징을 지니고 있다.
대형 고양잇과 동물인 사자와 호랑이는 길고 날카로운 송곳니를 지닌 것이 특징인데 이것은 먹잇감의 급소를 물어 출혈을 일으켜 숨을 끊는, 전형적인 포식자의 치아 구조이다.
이처럼 치아는 동물의 먹이 섭취 방식과 주식이 어떤 것인지 파악하기 좋은 생태학 자료이기도 하다.
이렇게 오늘날 동물들의 치아 구조에 따른 행동 양식을 조사하다보면, 과거 멸종한 생물들의 식생활도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게 된다.
지구 역사상 육상 동물 중 가장 거대한 몸집을 지녔던 공룡들의 치아는 어땠을까?
우리에게 잘 알려진 티라노사우루스의 경우 약 60개 정도의 이빨을 가지고 있었으며, 큰 것은 뿌리까지 30cm에 이른다. 이 이빨은 가장자리에 나이프처럼 톱날이 나 있으며 창처럼 묵직하고 뾰족했다. 먹잇감의 살점을 파고들어 뼈를 꿰뚫어버릴 정도로 강력한 이빨이었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티라노사우루스보다 조금 더 앞선 시기에 살았던 알로사우루스의 경우는 육식동물로서의 특징을 가진 이빨이긴했지만 티라노사우루스와는 이빨의 구조가 달랐다. 이들의 이빨은 티라노사우루스처럼 묵직하고 강한 힘으로 뼈를 부수는 능력보다는 얇고 짧으면서도 날이 예리하게 서 있는 이빨로 먹잇감의 살을 베는 용도에 가까웠다. 티라노사우루스의 이빨이 창이라면, 알로사우루스의 이빨은 칼에 가까웠다.
육상동물 중 가장 거대했던 동물 용각류는 우리에게 목 긴 공룡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들의 이빨은 마치 연필심같은 모양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빨과 이빨 사이의 모양이 빗과 유사했는데, 양치식물의 잎을 줄기에서 긁어먹기에 적합한 모양이었다.
백악기 후기에 등장한 대형 조각류 초식공룡 하드로사우루스류 공룡들은 이빨 개수가 매우 많았는데, 이들 기운데 에드몬토사우루스는 1,000개가 넘는 엄청난 숫자의 이빨을 지닌 것이 특징이었다.
오늘날 동물들 중에서 이렇게 많은 숫자의 이빨을 지닌 생물이 있을까? 놀랍게도 가장 이빨이 많은 동물은 바로 달팽이다. 달팽이의 입에는 무려 2만 개에 가까운 이빨이 존재하고 있으며, 주로 초식성인 달팽이들은 이 수많은 이빨로 식물을 잘게 분쇄하여 먹는다.
에드몬토사우루스들 역시 달팽이처럼 초식성인 동물이었는데, 이들의 이빨은 작은 이빨들이 여러 줄로 나 있는 ‘치판’이라는 치아구조를 지니고 있었다.
에드몬토사우루스는 넓적한 주둥이 끝에 각질로 이루어진 부리로 식물을 뜯어낸 후 입 안쪽에 나 있는 1,000개의 치아로 먹이를 손쉽게 갈아 먹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치아 구조는 에드몬토사우루스가 공룡 시대가 다 끝나가던 시점까지 번성할 수 있었던 이유를 알려주는 중요한 부분이라고도 할 수 있다. 먹이를 잘게 씹을 수 있다는 것은 결국 다양한 종류의 식물을 섭취하는데 거리낌이 없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에드몬토사우루스는 먹이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되었고, 백악기 말기에 크게 번성할 수 있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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